컬리가 기능이 아닌 취향을 다시 강조하는 건

  • 그래야 손쉽게 카테고리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사라진 럭셔리, 채워진 큐레이션

‘컬리뷰티페스타 2025’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작년에 이어 현장을 다시 찾았는데, 달라진 점이 단번에 느껴졌어요. 이중 가장 큰 변화는 더 이상 뷰티컬리가 ‘럭셔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뷰티컬리는 론칭 때부터 프리미엄 이미지를 추구했습니다. 전략 자체가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을 온라인으로 옮긴다”였고, 실제로 작년 ‘컬리뷰티페스타 2024’의 주제도 ‘럭셔리’였죠. 컬리가 새롭게 정의한 럭셔리를 경험시키겠다며 ‘프레스티지관’을 아예 별도로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올해는 결이 달랐습니다. 슬로건은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순간’. 진짜 아름다움은 각자의 취향과 자신감을 발견하는 순간 드러난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행사 차별점으로 ‘브랜드 엄선과 큐레이션’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럭셔리에서 큐레이션으로 완전히 무게를 옮긴 셈입니다.

기능과 프리미엄은 한계가 있기에

컬리는 원래 큐레이션으로 유명하지만, 처음부터 큐레이션 ‘만’ 강조한 건 아니었습니다. 좋은 상품 소개와 함께 새벽배송·풀콜드체인 같은 기능적 강점, 그리고 ‘강남 엄마들의 장보기 앱’으로 상징되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함께 무기로 삼아 왔죠.

이 조합은 식품에선 완벽히 맞아떨어졌습니다. 엄선된 품질 + 신선도를 보장하는 배송 + 프리미엄 이미지를 한데 묶어 지금의 위치까지 올랐으니까요. 하지만 카테고리를 넓히자 같은 공식이 모두 통하진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뷰티 확장 초기엔 ‘냉장 화장품을 신선하게 배송한다’는 차별점을 내세웠지만 곧 메시지에서 빠졌습니다. 식품과 달리 화장품에선 ‘배송 신선도’가 핵심 경쟁 요소가 아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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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이나 럭셔리 혹은 새벽 배송과 같은 기능에서 이제는 완전히 큐레이션을 전면에 내세워 강조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전략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럭셔리 뷰티는 기회가 크지만 소수 브랜드 의존도가 높아 거래액을 크게 키우기 어렵습니다. 컬리만의 강점을 드러내기도 쉽지 않았고요. 패션은 더 까다로웠습니다. 럭셔리 패션은 입점 설득 자체가 어려워 ‘백화점 패션층을 온라인으로’라는 전략을 전개하기 어려웠죠.

결국 컬리는 본질적 강점, 즉 큐레이션으로 돌아온 듯합니다. 이번 컬리뷰티페스타는 그 선언처럼 보였습니다. '럭셔리' 대신 '취향에 맞는 큐레이션'을 전면에 세운 플랫폼으로의 전환 말이죠. 실제로 패션컬리 역시 인터뷰에서 경쟁자와의 차별점을 자신 있게 ‘큐레이션’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격과 배송도 결국 따라옵니다

컬리의 전략을 보면 자연스레 29CM가 떠오릅니다. 두 곳 모두 큐레이션을 앞세운 ‘취향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고, 29CM가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까지 넓히듯 컬리는 장보기를 넘어 뷰티·패션으로 진격하고 있죠. 까다로운 경쟁 환경 속에서도 두 플랫폼 모두 성장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취향을 겨냥한 큐레이션 전략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제 국내 리테일에서 ‘기능’만으로는 버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쿠팡처럼 압도적 가격·배송을 갖추거나, 다이소처럼 말도 안 되는 가성비를 자체 기획·생산으로 구현하지 않는 이상, 기능 경쟁만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힘듭니다.

반대로 기능을 극단까지 끌어올린 플레이어일수록 ‘감성’을 채우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 틈에서 ‘감도 높은’ 컬리와 29CM에 기회가 생깁니다. 취향의 결을 읽어 주고, 고객이 “여긴 나를 잘 알아준다”는 신뢰를 쌓을수록 플랫폼의 고유성과 차별성은 더 커지니까요.

핵심은 분화된 취향 시장을 촘촘히 장악해 큐레이션의 주도권을 쥐는 것입니다. 특정 영역에서 절대적 신뢰를 확보하면, 설사 쿠팡이라도 쉽게 침범하기 어려운 지배력이 생깁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가격·배송 같은 기능적 요소를 보완할 여력도 따라옵니다.

컬리가 이 전략으로 뷰티에 이어 패션에서도 유의미한 거래액을 만들어 낸다면, 플랫폼 전체의 반등 포인트 또한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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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M세계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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