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테슬라코리아가 3월 31일,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 기능을 무단으로 활성화하는 행위가 명백한 불법이라는 경고를 내놨다.
발단은 폴란드 개발자 미하우 가핀스키가 주도하는 '테슬라 안드로이드' 프로젝트가 개발한 OBD(On-Board Diagnostics·차량 자기진단) 포트 연결 방식의 물리적 진단 장치다. 차량 회로 분해나 교체 없이 OBD 포트에 꽂는 것만으로 약 5분 만에 설치가 완료된다. 가격은 500유로(약 87만 원)다.
이 장치의 핵심 기능은 국가별 FSD 지역 잠금(지오펜스) 우회다. 테슬라는 국가 규제에 따라 FSD 기능을 지역별로 차등 제공하는데, 이 장치는 해당 소프트웨어 제약을 제거해 미지원 국가에서도 FSD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유럽 안전기준인 UNECE R171 기반 기능 제한 해제, 스마트 소환 거리 확장, 차선 변경 및 자동 조향 성능 개선 등도 포함된다. HW3 또는 HW4가 탑재된 모델 S·X·3·Y 대부분을 지원하지만, 인텔 프로세서가 탑재된 2021년 이전 구형 모델 S·X는 제외된다.
해당 장치는 개발자 가핀스키가 엑스(X, 구 트위터)에 공개한 직후 빠르게 퍼지면서 국내 테슬라 동호회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도 화제가 됐다. 관련 영상과 구매 문의가 잇따르며 확산세를 타고 있다.
테슬라코리아는 이날 차주들에게 공식 이메일을 발송해 세 가지를 명시했다.
첫째, 비공식 방식의 소프트웨어 변경은 자동차관리법 등 관련 법령 위반에 해당하며 법적 책임을 수반할 수 있다. 둘째, 비인가 디바이스 사용 또는 임의 변경이 적용된 차량에는 결함 발생 여부나 귀책 사유를 불문하고 보증 서비스를 거절할 수 있다. 셋째,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의 책임은 사용자에게 귀속되며, 민·형사상 및 보험 책임이 수반될 수 있다. 테슬라코리아는 "관련 당국과 협력해 사안에 대응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국토교통부(국토부)도 같은 날 참고 보도자료를 배포해 법적 근거를 명시했다.
자동차관리법 제35조는 차량 안전 운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조사 인증 없이 임의로 변경·설치·추가 또는 삭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국토부는 이 조항을 근거로 무단 FSD 활성화가 명백한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공식화했다. 국토부 보도자료에는 "제삼자가 소프트웨어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임의 변경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며, 테슬라가 안전이나 책임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전문가 견해도 함께 담겼다.
잠금해제 장치 수요의 근본 배경에는 국내 FSD 허용 범위의 구조적 비대칭이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감독형 FSD를 정식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은 미국산 모델 S·X와 사이버트럭에 한정된다. 3월 31일을 끝으로 모델 S·X의 국내 신규 주문이 마감돼, 이후 FSD를 신규 구매할 수 있는 모델은 사이버트럭이 유일하게 됐다.
국내 판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산 모델 3·Y는 유럽 안전규정을 따르는 구조상 국내 자동차 안전기준(DCAS) 개정 절차를 별도로 거쳐야 하며, 적용 시기는 2027년 이후로 전망된다.
한미 FTA를 통해 미국 안전기준인증 차량이 국내 별도 인증 없이 FSD를 탑재한 채 도로를 주행할 수 있게 된 반면, 국내 판매 테슬라 대다수 차주들은 같은 기능을 수년째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역차별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이 같은 불만은 법정으로도 이어졌다. 테슬라 차주 98명은 2024년 12월 서울중앙지법에 테슬라코리아를 상대로 FSD 옵션 구매 대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은 구매 시기에 따라 400만~1000만 원을 지불하고 FSD 옵션을 샀으나 자신의 차량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며 채무불이행을 주장하고 있으며, 현재 변론이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국토부·테슬라코리아의 동시 경고가 잠금해제 장치 확산 속도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으로 풀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