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떼고 주행' 시대 열렸다…테슬라 FSD, 국내 도로 달린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가 한국 시장에 핵심 기술인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 Supervised)'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달 23일부터 일부 차량 소유주들에게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방식으로 배포가 시작됐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 캐나다, 중국,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에 이어 테슬라 FSD를 공식 사용할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 특히 중국 다음으로 아시아에서 두 번째 도입국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국내에서 FSD를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은 제한적이다. 4세대 하드웨어(HW4)를 탑재한 모델 S와 모델 X만 업데이트 대상이며, 이는 약 800여 대로 추정된다. 배포된 버전은 v14.1.4로, 북미 지역에서 사용 중인 최신 소프트웨어와 동일하다.

대다수 테슬라는 '이용 불가'…왜?

국내 테슬라 판매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모델 3과 모델 Y는 당분간 FSD를 쓸 수 없다. 이들 차량은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되며, 유럽연합(EU)의 안전 기준을 따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관련 규정 개정이 완료되는 2027년 이후에나 중국산 모델에도 FSD가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산 모델 S·X는 별도 인증 절차 없이 FSD 도입이 가능했지만, 중국산 차량은 한중 FTA와 별개로 EU 기준 준수 의무가 적용되는 구조다.

"사람보다 부드럽다" vs "아직은 불완전"

초기 사용자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에는 "신호등과 제한속도 표지판 인식이 정확하다", "정지선 앞에서 자연스럽게 멈춘다"는 평가가 올라왔다. 일부는 "주차장 차단기도 스스로 인식해 속도를 줄인다"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FSD는 '완전 자율주행'이 아니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2, 즉 '운전자 보조 시스템'에 해당한다. 운전자는 항상 핸들을 잡고 전방을 주시해야 하며, 시스템이 판단을 잘못하면 즉시 개입해야 한다.

실제로 차량 내부 카메라가 운전자의 시선을 추적하며, 전방 주시 의무를 소홀히 하면 경고 메시지가 뜬다. 5회 이상 경고를 무시하면 일정 기간 FSD 사용이 제한되기도 한다.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은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있다.

유럽 진출도 눈앞…2026년 2월 목표

테슬라는 한국 출시를 발판 삼아 유럽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네덜란드 차량인증기관(RDW)과 협력해 내년 2월 승인을 목표로 준비 중이며, EU 17개국에서 이미 100만 킬로미터 이상의 내부 테스트를 마쳤다.

유럽 각국 규제 당국과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도 FSD 사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유럽은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규제가 까다롭기로 유명해, 테슬라로서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 업계 '긴장'…경쟁 본격화

테슬라 FSD 도입으로 가장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제너럴모터스(GM)다. GM은 그간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에 탑재된 '슈퍼크루즈'를 앞세워 국내 유일의 핸즈프리 주행 시스템으로 마케팅해왔다.

슈퍼크루즈는 고속도로와 주요 간선도로 약 2만3000km 구간에서 손을 떼고 주행할 수 있지만, 시내 도로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반면 테슬라 FSD는 일반 도로, 골목길, 주차장까지 폭넓게 사용 가능하다.

가격 측면에서도 테슬라가 유리하다. FSD가 탑재된 모델 S는 2억 원 미만인 반면, 슈퍼크루즈를 쓸 수 있는 에스컬레이드 IQ는 기본가 2억7757만 원이다.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시내 주행까지 가능한 차세대 시스템 개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확장 전략의 분기점

업계는 이번 한국 출시를 테슬라의 아시아·태평양 시장 공략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시험 주행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국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인도, 동남아시아 등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테슬라는 FSD 기술을 통해 단순 전기차 제조사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향후 다른 자동차 제조사에 FSD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업계 지형 변화가 예상된다.

정재엽 기자

anihil@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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