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FSD. Full Self-Driving) 판매 모델을 근본부터 뒤집는다. 다음 달 중순부터 영구 사용권 판매를 중단하고 월정액 구독 방식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차량 소유자가 소프트웨어까지 '평생 소유'하던 관행이 사라지고, 매달 이용료를 내야만 쓸 수 있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를 통해 "오는 2월 14일을 끝으로 FSD 일괄 판매를 종료한다"며 "이날 이후엔 월 단위 가입 형태로만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시장에선 8000달러(약 1180만원) 일시불이나 매달 99달러(약 14만6000원) 정기결제 중 선택할 수 있지만, 앞으론 후자만 남는다.
FSD는 지난 수년간 가격 급등락을 거듭했다. 2019년 5000달러(약 737만원)로 출발해 2022년 9월엔 1만5000달러까지 치솟았다. 당시 머스크는 "소프트웨어 성능이 나아질수록 가격도 오를 것"이라며 조기 구매를 부추겼다. 하지만 작년 4월 1만2000달러(1770만원)에서 8000달러(1180만원)로 33% 인하했고, 월 이용료도 199달러(약 29만원)에서 99달러(약 14만6000원)로 절반 수준으로 내렸다. 현 구독료 기준으론 약 81개월을 이용해야 일시불 구매비용과 맞먹어 장기 소유자에겐 불리한 구조다.
테슬라 내부 데이터는 더 충격적이다. 바이바브 타네자 재무책임자가 작년 10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 차량을 굴리는 사람 중 단 12%만 FSD에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다. 100명 중 12명, 즉 88명은 기본 기능만 쓴다는 뜻이다.
구독 장벽을 낮춰 모수를 키우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월정액제 전환은 진입 문턱을 낮춰 사용자층을 늘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심리적 저항이 적어 휴가철이나 장거리 이동 때 단기 가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번 조치는 머스크의 성과급 체계와도 맞물린다. 작년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CEO 보상안엔 '활성 FSD 구독자 1000만 명 확보'가 핵심 과제로 들어있다. 2035년까지 이 목표를 달성하면 약 1조 달러(약 1480조원) 규모의 주식 보상을 받는다. 영구 구매자를 구독자로 바꾸면 이 지표를 끌어올리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법적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머스크와 테슬라는 지난 10년간 "완전 자율주행이 곧 실현된다"고 홍보하며 FSD를 팔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작년 12월 캘리포니아 법원은 테슬라가 FSD와 오토파일럿 성능을 과장해 소비자를 속였다고 판단했다. 구독제로 바꾸면 고객은 '해당 월의 기능'에만 비용을 내므로, '미래' 자율주행 미실현에 따른 법적 분쟁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한국에서도 FSD 관심이 뜨겁다. 테슬라는 작년 11월 국내에서 감독형 FSD를 정식 배포했으며, 미국·캐나다·중국에 이어 일곱 번째 진출국이 됐다. 4세대 하드웨어(HW4) 탑재 모델S·X 약 900대가 대상이다. 가격은 904만원. 월 구독 서비스는 아직 없다. 얼리어답터들은 감속 제어의 매끄러움을 칭찬했지만, 횡단보도 위 신호등 인식 실패나 실선 침범 등 한계도 보고됐다. 국내 테슬라의 대부분인 중국산 모델3·Y는 지원 대상이 아니라 FSD를 쓸 수 없다. 구형 하드웨어(HW3) 차주들은 집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은 최근 '오토노미+'를 월 50달러(약 7만원) 또는 일시불 2500달러(약 368만원)에 내놓았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는 자체 핸즈프리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도 독자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일부는 무상 제공한다.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구독 전용 전환은 테슬라와 고객 관계의 본질을 바꾼다"며 "차량이 구매 상품에서 임대 플랫폼으로 성격이 변한다"는 지적이다. 한 번 사면 끝이던 자동차가 스마트폰 앱처럼 '쓰는 만큼 내는' 구조로 재편되는 셈이다.
업계는 이 변화가 자동차 소프트웨어 시장의 판을 흔들 것으로 내다본다. 기존 영구 구매자는 권리를 유지하지만, 신차 구입 시 FSD 이전 가능 여부는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