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세금으로 민간기업 ‘인텔’ 지분을 인수하려는 이유

[AI요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백악관이 파격적인 반도체 산업 지원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경영 위기에 빠진 반도체 제조사 인텔을 대상으로 기존의 보조금 지급 방식을 벗어나 정부가 직접 주주로 참여하는 방안이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이번 움직임은 미국 연방정부가 납세자의 세금으로 민간 IT 기업의 경영에 관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다.

미국 정부가 최근 고전하고 있는 인텔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지=백악관, 인텔)

백악관의 경제팀을 이끄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이 이번 구상의 핵심 실무 책임자로 나섰다. 두 장관은 각각 외신 인터뷰를 통해 인텔에 대한 정부 투자 계획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정책 방향성을 예고했다.

베센트 장관은 이번 거래의 목적이 단순히 기업의 수익성 회복을 돕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내 기술 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반도체 제조 역량을 재건하는 것이 본질적 목표라고 설명했다. 특히 인텔의 재무 안정성을 확보해 미국 내 칩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루트닉 장관은 더욱 직설적이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통과된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이 단순히 기업들에게 공짜 돈을 나눠주는 방식이었다고 비판했다.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는 거대 기업 TSMC에게까지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두 장관 모두 기존에 약속된 보조금 지급 방식을 전환해 정부가 해당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로 변경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온 '납세자 이익 환원' 원칙을 반도체 지원 정책에 적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 중인 구체적인 방안을 보도했다. 현재 인텔에 배정된 반도체법 기반 지원금을 현금 대신 지분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경우 미국 정부는 인텔 지분의 약 10%를 보유하게 되며, 이는 인텔의 최대 주주 지위에 해당한다.

루트닉 장관은 이번 조치가 기업 경영에 간섭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전 정부가 계획했던 무상 보조금을 현 정부가 투자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정부가 이미 투입한 공적 자금에 대해 미국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쳐왔다.

베센트 장관은 정부의 인텔 지분 확보가 기업들에게 특정 반도체 제조사를 강제하려는 시도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다만 현재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상당 부분을 대만이 담당하고 있는 구조가 국가 안보 측면에서 심각한 리스크를 초래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단일 지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공급망 붕괴의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이러한 취약점을 제거하는 것이 국가 안보를 위한 필수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는 엔비디아와 AMD가 최근 중국 시장 내 반도체 판매 수익의 15%를 미국 정부에 지불하기로 합의한 직후 나온 발언이어서 더욱 주목받았다.

인텔은 모바일 및 AI 분야로의 전환에서 퀄컴과 엔비디아 같은 경쟁업체에 밀린 후 칩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이미지=인텔)

인텔은 최근 몇 년간 모바일 칩 시장과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사들에게 뒤처지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퀄컴과 엔비디아가 각각 모바일과 AI 칩 시장을 장악하는 동안, 인텔은 전략적 전환에 실패하며 시장 지위가 약화됐다. 회사는 지난달 전체 인력의 15%에 달하는 대규모 감원을 대부분 마무리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 제조업 부흥과 기술 산업 리더십 확보를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해왔다. 애플, TSMC,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정치적 성과로 내세우며 자국 산업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는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해당 거래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확정된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는 추측 단계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인텔 측 대변인 역시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회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미국 기술 및 제조업 리더십 강화 정책을 지지하며, 행정부와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구체적인 거래 내용이나 소문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전환은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두 회사 역시 반도체법에 따라 각각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약속받은 상태다.

만약 인텔 사례가 선례가 되어 보조금-지분 전환 방식이 확대된다면, 한국 기업들도 유사한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부가 외국 기업의 지분까지 확보하려 할 경우, 기업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독립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 깊은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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