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칩 생산 강제 이전, 반도체 거인들의 선택은

[AI요약] 세계 반도체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에서 제조된 칩에 대해 수입가의 두 배에 달하는 관세를 예고하면서, 글로벌 칩메이커들은 미국 땅에 공장을 짓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섰다. 가디언과 CNBC 등은 7일 현지 보도를 통해 이번 조치가 스마트폰부터 자동차,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경제 전반의 가격 구조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칩메이커들이 트럼프 관세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미지=엔비디아)

가장 큰 불확실성은 구체적인 적용 범위다. 백악관이 밝힌 관세 정책이 완제품 속 칩까지 포함하는지, 아니면 웨이퍼나 패키지 형태의 반도체만 겨냥하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얼마나 많은 생산량을 미국 내에서 소화해야 '면제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기준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러한 모호함 속에서도 주요 반도체 관련 종목들은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는데, 투자자들은 미국 내 제조 거점을 확보한 기업들이 이번 정책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만 의회 브리핑에서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이 관세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언급이 나왔고,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의 여한구 본부장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면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미국 본토에 제조 시설을 보유한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 역시 타격을 피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주요 칩 제조사들은 어떤 포석을 두고 있을까. 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 선두주자는 애리조나 피닉스 지역의 첨단 팹에 약 90조 원을 쏟아붓고 있으며, 올해 3월에는 추가로 138조 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두 투자를 합치면 총 228조 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대만 증시에서 해당 기업의 주가는 5% 가까이 뛰었고, 시장은 관세 충격을 상당 부분 피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는 이미 텍사스에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으며, 미래 투자 확대 의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상태다. 특히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는 애플의 아이폰에 들어가는 이미지센서를 직접 찍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국 증시에서 삼성전자 주식도 오름세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에 기반을 둔 파운드리 업체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장 시작 전 거래에서만 10% 가까운 급등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최신 공정 경쟁보다는 다양한 산업군에서 널리 쓰이는 범용 칩 생산에 집중하고 있으며, 뉴욕주 몰타에 있는 공장에 대한 투자 속도를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본사를 둔 토종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관세 정책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더불어 최근 애플과 기술 협력을 심화하고 미국 제조업 기반을 더욱 강화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약 5조5500억원 규모의 칩 패키징 시설 건설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를 생산하는 SK하이닉스는 작년에 미국 내 패키징 공장 건설에 약 5조5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 회사의 HBM 칩은 엔비디아 제품에 탑재되며, 이날 한국 주식시장에서 1%대 상승으로 마감했다.

AI 칩 설계 분야의 선두주자 엔비디아는 올해 4월 향후 4년 동안 미국 영토 내에서 제조 파트너들과 협력해 693조 원 규모의 AI 인프라를 생산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차세대 AI 칩인 블랙웰 시리즈는 이미 대만 파운드리의 애리조나 공장에서 양산에 들어간 상태다. 엔비디아 주가는 장외 거래에서 1% 상승했다.

반도체 제조사는 아니지만 자체 칩 설계 능력을 갖춘 애플도 이번 정책의 핵심 플레이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애플이 미국 내 기업 및 협력사에 138조 원을 추가 투입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애플 측은 올해 미국 기반 공급망을 통해 자사 제품용 칩 190억 개 이상을 생산할 계획이며, 여기에는 대만 파운드리의 애리조나 생산량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 소식에 애플 주가는 전날 5% 급등한 데 이어 다음 날 장 시작 전 거래에서도 3% 이상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을 통해 "기업들이 명백하게 미국 내에 생산 기지를 짓고 있거나 건설 약속을 이행했다면 추가 관세는 없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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