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서울 강남 포스코타워 역삼에서 오프라인으로 개최된 ‘디지털 마케팅 임팩트(DMI)×AI’는 디지털 마케팅의 AI 접목 트렌드와 더불어 실제 마케터가 AI와 협업해 업무를 진행하는 사례, AI 도입을 통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기업 사례 등이 소개되며 업계 관심을 끌어 모았다.
특히 ‘AI는 어떻게 마케팅의 무기가 되는가’를 집필한 서양수 작가는 책과 동일한 주제로 발표에 나서 관심을 고조시켰다. 서 작가는 마케팅 전문 서적을 집필하는 작가이자 현업인으로서 국내 대표 통신사 브랜드 마케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TV광고와 IMC 캠페인 등은 물론 유튜브 채널 운영까지 모두 그의 일이다. 그런 서 작가는 기업의 대표와 실무자 사이에 존재하는 AI 기술 활용에 대한 괴리감을 먼저 제시하며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혁신은 비주류에서 시작된다: AI가 연 개인의 시대

“저도 마케팅이라는 업을 17년째 하고 있지만, 요즘도 선정성 논란을 일으키는 광고를 비롯해 깜짝 놀라게 하는 광고들을 보며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 굉장히 가벼울 수도 있지만, 또 쉽게만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마케터로써 당시 이슈가 되는 영화 등을 패러디 하는 경우가 있는데 때론 의외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인해 기업이 공식 사과를 해야 하는 일이 있기도 하죠.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건 마케터로써 좀 아찔한 순간이라 할 수 있어요.”
발표를 시작하며 서양수 작가는 미스 커뮤니케이션으로 낭패를 봤던 여러 마케팅 사례들을 제시했다. 서 작가는 “마케팅은 본질이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브랜딩이란 나 다운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 작가는 ‘AI를 마케팅의 무기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언급했다. 그 첫 마디가 ‘혁신은 비주류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티핑 포인트’를 비롯해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아웃라이어’ 등을 집필한 작가, 말콤 글래드웰의 또 다른 책 ‘다윗과 골리앗’을 보면 약자라는 꼬리표가 붙은 사람들이 자신의 약점을 역 이용해 허를 찌르는 공격으로 성공을 거두는 내용이 있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도 마찬가지죠. 작가는 다윗의 승리가 기적이 아니라고 얘기해요. 골리앗은 시력이 좋지 않아 근접전에 강했는데, 다윗은 목동으로써 익숙하면서도 당시 치명적인 원거리 무기로 부상한 슬링, 즉 ‘투석’을 활용해 먼 거리에서 골리앗을 쓰러뜨릴 수 있었죠.”

서 작가에 따르면 이와 같은 사례는 오늘날 마케팅 환경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AI 기술이 등장하며 작은 브랜드, 개인들이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렸다는 것이다. 서 작가는 "작은 브랜드와 개인은 대기업보다 더 빠르게 혁신을 도입하고 실험할 수 있다”며 “이 점에서 AI는 비주류에게 생산력이라는 무기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 작가는 최근 현상들을 열거하며 AI 기술이 기존 기업 중심의 생산력 구조를 허물고, 개인과 소규모 조직이 고품질 콘텐츠를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GPT 기반의 생성형 AI는 기존의 영상 제작, 카피라이팅, 기획 등 전통적 마케팅 업무를 재정의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GPT는 출시 5일 만에 100만 사용자, 두 달 만에 1억 사용자를 돌파했습니다. 한국은 유료 사용자 기준으로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고요. 이는 곧 개인들이 AI를 실전에서 활발하게 쓰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를 통해 유튜브가 부상했고, 신생 브랜드가 대기업 브랜드와 경쟁에 나서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서 작가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환경의 변화와 도구의 발전이 비주류에게 강력한 성장 기반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이러한 환경 변화는 기존 기업들 역시도 변화를 시도하게 만들고 있다.
이어 서 작가는 "AI가 만들어내는 환경은 개인화, 급효율화, 무제한화로 요약할 수 있다"며 "누구나 브랜드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제작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수억 원의 제작비와 수십 명의 인력이 필요했던 광고 한 편도 텍스트만으로 영상을 생성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하며 이제는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됐고, 이를 통해 콘텐츠 제작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 작가는 2024년 생성형 AI로 제작된 고퀄리티 자동차 광고 영상과 디올 패션 캠페인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서 작가는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고해상도, 립싱크 정확도, 자연스러운 인물 연출이 이제 개인 수준에서 가능해졌다”며 “마케팅 산업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성과를 만드는 브랜드는 무엇이 다른가

AI를 활용한 글로벌 브랜드의 사례도 다뤘다. 서 작가는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Orange)는 AI 기술을 활용해 여자축구 경기를 남자축구 영상처럼 보여주는 필터 캠페인 사례를 소개했다. 이는 성별 편견을 깨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큰 이슈가 됐다고 한다. 이와 관련 서 작가는 "좋은 광고는 설득하지만, 위대한 광고는 깨닫게 한다”며 “이 캠페인의 힘은 기술보다 메시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인즈 케첩의 ‘AI로 만든 하인즈 아닌 케첩’ 캠페인을 예로 들며 브랜드 자산의 축적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되는지를 강조했다. 서 작가는 "AI가 생성한 이미지 속에서도 사람들은 하인즈를 떠올린다”며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된 인지 자산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브랜드 마케팅의 핵심은 일관성과 시간의 퇴적이라는 것이다.
이어진 사례로는 나이키의 50주년 기념 캠페인이 소개됐다. 당시 나이키는 AI 기술로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인 세레나 윌리엄스의 대상으로 광고를 제작했다. 17세와 35세의 세레나 윌리엄스가 가상 대결하는 영상을 선보인 것이다. 이를 통해 나이키는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자사가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도전'과 '진화'의 브랜드 메시지를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이와 관련해 서 작가는 “브랜드가 AI 시대에도 여전히 중심에 둬야 할 가치는 '철학'과 '감정적 연결'”이라며 "기술은 도구일 뿐, 진정한 브랜드 가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철학 없는 기술은 소음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실무에서 AI는 어떻게 쓰여야 하는가
강연의 후반부에서 서 작가는 AI 도구들의 실제 업무 활용법을 제시하며 실용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AI는 써본 만큼 보인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서 작가는 “사고를 확산하고, 주장을 뒷받침하고,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돕는 게 AI의 진짜 쓰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 작가는 사고 확산 도구로 GPT, 퍼플렉시티(Perplexity) 등을 소개하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AI와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사고의 지평이 확장된다"며 “특히 브레인스토밍, 시장 조사, 전략 구성 등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설득력 강화 도구로는 ‘NotebookLM’을 추천했다. 서 작가는 “최근 가장 애정하는 AI”라며 “긴 논문이나 보고서를 요약하고, 원하는 쟁점에 집중한 정보를 뽑아내며, 심지어는 그것을 한국어 팟캐스트로 변환해주는 기능도 있다”고 장점을 열거했다.

그는 또한 프롬프트 설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GPT에게는 역할을 부여하고, 배경을 설명하고, 기대값을 구체화하고, 원하는 형식을 지정하고, 예시를 제공하는 5단계를 적용하면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 작가는 직접 5단계를 적용한 프롬프트와 AI 도구 사용을 통해 가상의 고양이 인테리어 브랜드 런칭을 시연하기도 했다. 마케팅 전략 수립 과정을 AI로 어떻게 구성할 수 있는지를 실제 보여준 셈이다.
"캔바에서는 제품 이미지 목업을, 리크래프트에서는 브랜드용 아이콘을 몇 분 만에 만들 수 있어요. 이처럼 도구는 많고 쉬워졌습니다. 중요한 건 써보는 것이죠. 다시 정리해보자면 혁신은 비주류에서 일어납니다. 지금은 패러다임 시프트가 엄청나게 일어나는 시기입니다. 또 성과를 만드는 브랜드의 다른 점은 브랜드 철학을 확고히 세운다는 겁니다. 그 전략 아래 AI를 무기로 써야겠죠. 마지막은 작은 것이라도 직접 써봐야 한다는 겁니다. 꼭 사용해 본 만큼 보입니다."
강연의 말미, 서 작가는 하나의 이미지를 제시하며 마무리했다. 네모난 바퀴를 끌고 가며 바쁘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누군가가 동그란 바퀴를 건네지만 그것을 외면하는 사람의 이미지다.
“많이 바쁘시죠? 저도 엄청 바쁩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바쁜지 한 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네모난 바퀴를 끌고 지나가는 우리에게 AI는 굉장히 많은 것을 해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 과제에 매몰 돼 바쁘게 살고 있는 건 아닌가요? 이 이미지는 제 스스로에게도 던지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