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코엑스에서 20일 개막한 ‘제47회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ENVEX 2026, 이하 엔벡스 2026)’ 첫날 전시장은 물, 대기, 폐기물, 탄소중립, 산업 안전을 둘러싼 기술 경쟁을 한눈에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전시 부스 곳곳에서는 수처리 분리막, 산업용 폐수 재이용 설비, 대기오염 저감 장치, 연소가스 분석기, 녹조 대응 솔루션 등이 관람객과 바이어를 맞았다. 전통적인 환경 설비 전시를 넘어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발전소 등 첨단 제조 현장의 환경 부담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올해 전시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올해 엔벡스는 26개국 316개 기업이 655개 부스 규모로 참가했다. 1979년 시작된 국내 최장수 녹색산업 전문 전시회라는 상징성에 더해, 올해는 참가 수요가 늘면서 전시장 외부 로비까지 전시 공간이 확장됐다. 유럽연합(EU), 스위스 등 해외 국가관이 마련됐고, 프랑스·폴란드·중국 등 해외 기업들도 참여해 국제 교류 성격이 강화됐다. 행사장에서는 해외 바이어 상담, 개발도상국 공무원 대상 기업-정부 간 거래(B2G) 자문 상담회, 한중 환경기업 기술협력 교류회 등 판로 확대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됐다.
눈에 띄는 변화는 ‘기후테크 및 인공지능(AI) 특별관’ 신설이다.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수질·대기 예측 인공지능 플랫폼,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환경 모니터링 등 디지털 기술과 녹색산업을 결합한 솔루션이 전면에 배치됐다.
이 외에도 국산화한 기술을 무기로 글로벌 경쟁에 나서고 있는 수처리 분야 기업들의 약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테크42가 현장에서 만난 기업들의 기술과 경쟁력을 소개한다.
시노펙스, 국산 멤브레인으로 정수·폐수·초순수까지 겨냥

수처리 멤브레인(분리막) 기술 기업인 시노펙스는 이번 전시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용 나노급 케미컬 필터와 초순수 공정의 핵심인 파이널 한외여과(UF) 필터를 비롯해 폴리비닐리덴플루오라이드(PVDF) 멤브레인 필터, 막생물반응조(MBR) 멤브레인 필터, 기체분리막 등을 선보였다. 전시 제품군은 정수 처리, 하·폐수 처리, 산업용 폐수 재이용,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용 수처리, 탄소중립 관련 기체분리 기술까지 폭넓게 이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윤태광 시노펙스 팀장은 부스 전면에 놓인 중공사막을 직접 설명하며 수처리용 멤브레인의 작동 구조를 풀어냈다. 중공사막은 실처럼 가느다란 섬유 형태의 막 내부가 비어 있는 구조로, 외부의 물이 막 표면을 통과하면서 병원성 미생물이나 부유물질, 탁도 유발 물질 등을 걸러낸다. 처리 대상과 수질 조건에 따라 압력 용기에 넣어 사용하는 가압식 제품과 수조에 직접 담가 쓰는 침지식 제품으로 나뉜다.
윤 팀장은 “중공사막은 가운데가 빨대처럼 비어 있는 멤브레인 구조”라며 “외부에서 안쪽으로 물을 집수해 생산수를 뽑아내는 방식이고, 막 표면에서 병원성 미생물이나 탁도 물질을 걸러낸다. 가압식은 비교적 깨끗한 물의 정수 처리나 재이용에 쓰이고, 침지식은 하·폐수 처리장의 포기조에 직접 넣어 침전조를 대신하는 형태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시노펙스가 현장에서 강조한 차별점은 ‘국산화’와 ‘수처리 멤브레인 라인업 확장’이다. 회사는 기존 기술 개발 역량에 더해 관련 사업 인수와 자체 연구개발을 병행하며 수처리용 멤브레인 제품군을 넓혀왔다. PVDF 기반 막, 보강막 형태의 침지식 제품, 초순수 공정에 쓰이는 파이널 UF 멤브레인 등을 갖추며 공장 폐수 처리부터 공공 하수 처리, 반도체 공정용 수처리까지 대응 범위를 확장했다.
윤 팀장은 “공장이나 화학 공장의 오·폐수 처리, 정수 처리, 반도체 공정에 들어가는 초순수 처리까지 관련 기술을 폭넓게 가져가고 있다”며 “국내 사업장을 기반으로 특허와 연구개발 역량을 확보하고 있고, 필요한 부분은 계속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팀장에 따르면 국산화의 의미는 단순히 외산 제품을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환경 설비는 설치 이후 운영 조건, 수질 변화, 막 오염, 유지보수 대응이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 해외 제품을 도입할 경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 분석과 대응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반면 국내에서 막 자체와 엔지니어링 역량을 함께 갖춘 기업은 납기, 가격, 현장 대응, 사후 분석 측면에서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윤 팀장은 이 점을 시노펙스의 핵심 경쟁력으로 짚었다.
“제품 성능이 동등한 수준에 올라오면 차별점은 국산화에서 나옵니다. 납기와 단가 측면의 경쟁력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연구개발과 엔지니어링 기능을 함께 갖고 있다는 점이죠. 특히 멤브레인은 납품만으로 끝나는 제품이 아니라 설계와 운영 지원이 뒤따라야 합니다. 시노펙스는 공정, 기계, 전기, 제어 엔지니어가 함께 운영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원스톱 솔루션 제공이 가능하다는 것이 경쟁력입니다.”
글로벌 시장에 대해서는 신흥 시장과 교체 시장을 함께 보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이미 선도 기업들이 자리 잡은 성숙 시장이지만, 기존 설비의 교체 수요가 존재한다. 동남아시아 등 성장 시장은 신규 수처리 인프라와 산업단지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윤 팀장은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기존 외산 멤브레인을 대체할 수 있는 교체형 제품 역시 사업 확장의 중요한 경로”라고 설명했다.
씨제이케이, 산업용수·폐수·자원회수를 통합 설계하다

씨제이케이(CJK)는 산업용수와 폐수 처리, 자원회수까지 아우르는 맞춤형 수처리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씨제이케이는 반도체, 이차전지, 석유화학, 발전소 등 물 사용량이 많고 수질 기준이 까다로운 산업 현장을 대상으로 순수·초순수 설비, 폐수 처리 설비, 무방류(ZLD) 설비, 자원회수 공정을 설계·제작·시운전하는 기업이다.
부스에서 만난 윤택근 씨제이케이 연구소장은 회사를 ‘고객 맞춤 수처리 솔루션 전문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윤 소장에 따르면 같은 산업군이라도 사업장마다 사용하는 원수의 종류와 수질이 다르고, 배출되는 폐수의 성상도 다르기 때문에 표준 설비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이에 씨제이케이는 원수 조건과 목표 수질, 배출 기준, 회수 대상 물질 등을 종합해 막분리, 화학처리, 증발농축, 결정화, 자원회수 공정을 조합한다.
“저희는 전자, 배터리, 화학 소재, 발전 분야에 들어가는 순수와 초순수 설비를 설계하고 제작하며 시운전까지 수행하고 있습니다. 고객사별로 사용하는 원수가 공업용수, 수돗물, 댐 용수 등으로 다르기 때문에 인입 수질에 맞춰 공정을 설계해야 하죠. 또 산업체에서 사용한 뒤 나오는 폐수도 방류 기준과 성상이 각각 다릅니다. 필요할 경우 폐수 재이용 설비나 무방류 설비까지 같은 방식으로 설계·제안·납품하고 있습니다.”

올해 전시에서 씨제이케이가 강조한 분야는 이차전지 산업이다. 이차전지 제조 공정에서는 고품질의 공정수가 필요하고, 생산 과정과 폐배터리 처리 과정에서는 금속 성분이 포함된 폐수가 발생한다. 이 폐수는 단순히 처리해야 할 오염원이 아니라 리튬, 니켈, 망간, 코발트 등 회수 가치가 있는 자원을 포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처리 기술은 환경 규제 대응을 넘어 자원순환과 원가 절감의 수단으로 연결된다.
윤 소장은 “국내에서는 이차전지 업체를 중심으로 순수 설비 실적이 많고, 제약 분야의 주사용수 설비 경험도 있다”며 “폐수 분야에서도 이차전지 폐수 자원화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차전지는 생산을 위한 순수도 필요하지만, 생산 과정과 폐배터리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폐수도 중요한 이슈다. 그 안에 리튬, 니켈, 망간, 코발트 같은 금속 성분이 있기 때문에 폐수 처리뿐 아니라 농축, 분리, 정제, 회수까지 이어지는 플랜트 수요가 높다는 것이 윤 소장의 설명이다.

한편 씨제이케이는 해외 이차전지 공급망 재편 흐름에도 대응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이후 국내 배터리 기업과 완성차 기업들이 북미 생산 거점을 확대하면서, 제조 용수와 초순수 설비 수요도 함께 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소장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 납품된 순수 설비 사례를 언급하며, 국내에서 축적한 배터리용 수처리 경험이 해외 공장 구축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설명했다.
“유럽과 미국 쪽에 순수 설비가 많이 나가 있습니다. 특히 캐나다와 미국에 공급된 설비는 대부분 배터리 회사의 제조 용수로 사용되는 초순수 플랜트죠. 국내 배터리 업체의 순수 설비 실적이 많다 보니, 해당 기업들이 해외 공장을 건설할 때 국내에서 설계·제작하고 현장에서 시운전까지 수행한 사례들도 있고요.”
씨제이케이의 접근법은 수처리를 단일 장치가 아니라 공정 설계 문제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산업 현장은 단순히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 사용 가능한 수준으로 재이용하고, 폐수 배출량을 줄이며, 회수 가능한 자원을 다시 공정 가치로 돌리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시장에서도 씨제이케이는 산업용수 재이용, 고농도 염폐수 무방류, 해수담수화 농축수 자원회수 등 고난도 수처리 영역을 핵심 상담 주제로 내세웠다.
월드워터, 전력 공급 필요 없는 녹조 저감 솔루션 ‘그린볼’ 소개

월드워터는 녹조 저감 솔루션 ‘그린볼’을 중심으로 수질정화 기술을 소개했다. 그린볼은 천연광물질을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지지체에 함침한 제품으로, 수면에 투입하면 물과의 접촉을 통해 녹조 성장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별도의 전력 공급이나 복잡한 설비가 필요하지 않아 공공 수역 관리 기관이나 농업용 저수지, 하천, 인공호수 등에서 적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월드워터가 강조한 지점은 운영 부담이다. 녹조 대응은 계절성, 기후 조건, 수질 변화에 따라 반복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일회성 처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린볼은 유지관리 비용과 장비 운용 부담을 낮추면서 장기간 수질 개선 반응을 유도하는 솔루션이다.

특히 녹조 문제는 수질 오염을 넘어 식수 안전, 농업용수 관리, 생태계 보전과도 연결된다. 엔벡스 현장에서 월드워터의 전시는 고도 산업용 수처리와는 다른 축에서 생활환경과 공공 수역 관리의 해법을 제시하는 사례로 눈길을 끌었다.
테스토코리아, 배출가스 측정과 설비 진단을 결합

측정기기 전문 기업 테스토의 한국지사 테스토코리아는 산업용 연소가스 분석기와 열화상 카메라를 결합한 현장 진단 솔루션을 선보였다. 주력 제품은 산업용 연소가스 분석기 ‘testo 350K’다. 발전소, 산업용 보일러, 소각시설 등 고농도 배출가스 환경에서 연소 상태와 배출가스를 정밀 측정하는 장비다.
테스토코리아는 현장 조건에 맞춘 프로브 라인업과 휴대형 연소가스 분석기 ‘testo 340’도 함께 소개했다. 산업 현장에서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일은 단순 규제 대응을 넘어 에너지 효율 개선과 설비 안전 확보로 이어진다. 연소 상태가 불안정하거나 설비 이상 징후가 나타날 경우 연료비 증가, 배출량 증가, 안전사고 위험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테스토코리아는 전시 기간 연소가스 분석기와 열화상 카메라를 묶은 패키지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배출가스 분석과 설비 표면 온도 진단을 함께 수행하면 과열, 단열 불량, 열 손실 등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환경 측정과 설비 진단을 하나의 현장 운영 프로세스로 연결하려는 접근이다.

엔벡스 2026 첫날 현장에서 확인된 흐름은 녹색기술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공정의 물 사용, 첨단 제조업의 유해가스, 공공 수역의 녹조, 산업 설비의 배출가스, 탄소중립 대응까지 환경 문제는 제조 경쟁력과 직결되는 운영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환경산업은 이제 설비를 설치하는 산업에서 데이터를 읽고, 공정을 최적화하며, 자원을 회수하고, 규제와 비용을 동시에 관리하는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개막 첫날 코엑스 전시장에 모인 기업들의 기술은 그 변화가 이미 현장 단위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