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시장은 여전히 한국 스타트업이 가장 강하게 겨냥하는 해외 무대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은 단순히 ‘큰 시장’이라는 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곳이 됐다. 자본과 기술, 고객과 인재가 몰려 있다는 점은 여전하지만, 동시에 지정학적 긴장과 경기 불확실성, 투자 환경의 변화까지 함께 견뎌야 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이런 환경에서 미국 진출은 더 이상 해외 법인을 하나 더 세우는 문제가 아니다. 어디서 고객을 확보하고, 어디서 투자를 받고, 어디서 인수합병(M&A) 기회를 만들 것인가를 포함한 사업 구조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법은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최근 디캠프 마포에서 개최한 ‘트렌드클럽: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뉴노멀’에서도 논의됐다. 지난 9일 진행된 행사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계 스타트업의 현황과 과제를 짚고, 창업가와 투자자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생태계의 방향성이 다뤄졌다.

이번 논의의 바탕에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동향 리포트 ‘2026 미국 소재 한국계 스타트업 맵: 미국 진출 양상과 성장 흐름’이 있었다. 이 리포트는 미국에 본사를 둔 한국인 및 해외 한인 창업가의 스타트업 가운데 프리시드(Pre-seed) 이상 투자를 유치한 기업을 기준으로 삼아, 기존 165개사에서 193개사로 분석 대상을 넓혔다. 단순한 미국 지사 설립이나 서비스 출시가 아니라, 처음부터 미국에서 창업했거나 한국 법인에서 미국 법인으로 전환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미국행의 실제 양상과 성장 흐름을 추적한 자료다. 다만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리포트에 대해 전수조사 결과가 아니며, 공개된 정보와 제보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파악한 기업들을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의의 핵심은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은 더 이상 일부 상징적 성공 사례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하나의 생태계 흐름으로 자리 잡았고, 관심의 초점 역시 ‘미국에 나갔느냐’에서 ‘그 다음 단계로 얼마나 성장하고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행사와 리포트가 함께 던진 문제의식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 이제 미국행은 어떤 스타트업에게는 예외적 선택이 아니라 가장 현실적인 성장 전략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임정욱 대표가 짚은 ‘미국 진출 뉴노멀’…현지 창업과 플립이 함께 가는 구조

이날 오프닝 발표에 나선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동대표(이하 임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이 이제는 일부 기업의 예외적 선택이 아니라, 분명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이런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미국에 본사를 둔 한국계 스타트업 조사를 이어왔고, 단순히 미국에 지사를 세우거나 서비스를 출시한 사례가 아니라 처음부터 미국에서 법인을 설립했거나 한국 법인에서 미국 법인으로 본사를 전환한 기업, 그리고 투자 유치 이력이 확인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분석 대상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는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행이 이미 하나의 생태계 흐름으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임 대표는 “처음 조사 당시 130개 안팎에서 출발했던 기업군이 공개 제보와 투자자 네트워크 등을 거치며 165개로 늘었고,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총 193개 스타트업까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즉 이번 조사는 완결된 명단이라기보다, 이미 눈에 띄는 규모로 형성된 흐름의 현재 윤곽을 보여주는 자료라 할 수 있다.
지역별 분포를 보면 미국 진출의 성격도 한층 구체화돼 있다. 절반 가까운 기업이 실리콘밸리에 몰려 있고, 그 뒤를 남부 캘리포니아, 뉴욕, 보스턴이 잇는다. 실리콘밸리는 정보기술(IT), 뉴욕과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은 K컬처 관련 사업, 보스턴·캠브리지는 바이오 중심이라는 식의 지역별 특성도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것이 임 대표의 설명이다. 미국 진출이 더 이상 ‘일단 미국으로 간다’는 선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산업 특성과 고객군, 투자 환경에 맞춰 거점을 선택하는 전략적 행위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진출 방식 역시 한 방향으로 수렴하지 않았다. 리포트에 따르면 전체 193개 기업 가운데 161개사, 즉 83.4%는 미국 현지 창업 기업이었고 32개사, 16.6%는 플립(Flip) 기업이었다. 이는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행이 처음부터 미국 시장을 전제로 회사를 세우는 방식과 한국에서 출발한 뒤 미국 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라는 뜻이다. 임 대표도 “현장에서 플립이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지만, 실제로 적지 않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진출은 이제 일부 기업의 상징적 결단이 아니라, 성장 단계와 산업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경로가 선택되는 현실적 전략이 됐다는 얘기다.

연도별 흐름을 봐도 변화는 선명하다. 리포트는 미국 현지 창업 기업 수가 2019년 11개에서 2020년 22개로 늘었고, 이후 다시 증가세가 이어지며 2024년에는 30개 기업이 미국에서 직접 창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정리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이를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환경 확산과 미국 내 투자 확대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했다. 결국 최근의 미국행은 단순한 유행이나 상징 자산이 아니라, 창업 초기부터 미국 시장을 전제로 사업을 설계하는 흐름이 실제로 강화된 결과다.
그러면서 임 대표는 왜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을 향하는지에 대해서도 이유를 제시했다. 단지 더 큰 시장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글로벌 벤처캐피털(VC)로부터 더 큰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구조, 그리고 현지에서 형성된 한인 창업 네트워크 역시 미국행을 가속화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타트업들에게) 많이 물어봤는데 너무나 당연하게 더 큰 시장을 겨냥하기 위한 게 있고요. 두 번째로 많이 얘기하는 것은 글로벌 VC에게 더 큰 투자를 받기 위해서 미국 법인 구조가 유리하다는 거였어요. 또 규제 환경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죠. 마지막으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미국 내 한인 창업 커뮤니티예요. 미국에서 창업할 때 한인끼리 도와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트렌드가 가속화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는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이 단순한 해외 확장 차원을 넘어, 사업의 성장 경로를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이 미국에 있고, 더 큰 자본 역시 미국에 있으며, 그 안에서 버틸 수 있게 하는 네트워크도 현지에서 두터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이번 행사의 제목에 ‘뉴노멀’이라는 표현을 붙인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미국행은 더 이상 몇몇 상징적 성공 사례의 전유물이 아니라,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게도 현실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는 판단이다.
물론 현재 미국 본사형 한국계 스타트업 생태계는 아직 성장의 초입에 더 가깝다. 리포트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66.2%가 프리시드와 시드 단계에 몰려 있고, 2020년 이후 설립된 기업 비중도 높다. 미국에 진출한 기업 수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아직 많은 기업이 본격적인 스케일업 이전 단계에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임 대표의 발표는 단순히 ‘많이 나가고 있다’는 현상 진단에 머물지 않았다. 이제 더 중요한 것은 미국에 진출한 한국계 스타트업들이 다음 투자 단계와 성장 단계로 얼마나 넘어가고 있는지, 다시 말해 ‘진출 이후’를 어떻게 통과하느냐는 문제라는 점을 함께 짚는 데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임 공동대표가 제시한 비교 대상은 이스라엘이었다. 임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행을 단순한 본사 이전이나 국내 생태계의 이탈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봤다. 오히려 미국 시장과 자본에 먼저 연결된 뒤, 그 성과가 다시 자국의 연구개발과 고용, 후속 창업과 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이 문제의식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미국에 진출해서 성장을 하는 모습은 마치 이스라엘 플레이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스라엘 모델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 회사들은 일찍부터 실리콘밸리, 뉴욕을 거점으로 미국 시장에 직접 진출을 했죠. 이후 미국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대규모 투자와 나스닥 상장을 합니다. 그런데 대개는 본사 기능만 미국에 두고 연구개발과 고용의 대부분은 이스라엘에 두는 경우가 많고요. 이런 방식으로 이스라엘 경제에 직접 공헌을 하는 구조를 만들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비교가 시사하는 바는 법인 주소가 어디에 있느냐만이 아니라, 그 기업이 어느 생태계의 자산으로 기능하느냐는 점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한국계 스타트업이 한국의 기술 인력, 제조 역량, 후속 투자, 창업 문화와 다시 연결된다면, 미국행을 곧바로 국내 생태계의 손실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결국 임 대표의 발표는 미국 진출을 장려할 것이냐, 만류할 것이냐의 이분법보다는 이미 시작된 이 흐름을 한국 생태계의 성장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됐다. 뉴노멀은 이미 시작됐고, 이제 필요한 것은 그 흐름을 읽는 언어를 넘어 이를 뒷받침할 성장 전략이다.
“시장도, 투자도, M&A도 미국에 있다”…창업가와 투자자가 말한 현실

이어진 패널토론은 데이터를 훨씬 구체적인 경험의 언어로 바꿔 놓았다. 패널로 참여한 아모지 우성훈 대표, 클리카 김나율 대표, 스톰벤처스 김민주 파트너는 서로 다른 산업과 위치에 있었지만, 세 사람 모두 미국행을 막연한 선망이 아니라 사업 구조가 요구한 결과로 설명했다.
먼저 우성훈 대표의 사례는 ‘미국에서 기술을 키우고 한국과 제조를 잇는 모델’에 가까웠다. 우 대표는 포항공대 학부, 미국 대학원, 한국 연구소, 다시 미국 IBM 연구소를 거쳐 창업에 이르렀다고 소개했다. 처음부터 한국과 미국 가운데 어디를 전략적으로 고른 사례라기보다, 미국에 있는 동안 창업을 결심해 자연스럽게 미국에서 회사를 세우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돌아보면 하드웨어와 제조가 결합된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미국에서 창업한 것이 투자 유치와 인재 확보 측면에서 도움이 됐다고 자평했다. 실제 아모지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출발해 현재 뉴욕과 텍사스에서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한국에도 오피스를 냈다. 지금까지 약 3억2000만 달러를 유치했고 시리즈 C 단계에 있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한국과의 연결 방식이었다. 우 대표는 제조업의 강점은 여전히 아시아에 있다고 봤다. 기술 개발과 실증은 미국에서 진행하되, 실제 제조는 한국의 파트너와 협업하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고 확장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 대표는 삼성중공업, GS 등과의 협업을 언급하며, 미국에서 기술을 키운 한국계 스타트업이 한국 제조업과 연결돼 새로운 산업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라도 한국 산업과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온라인 화상 연결로 참여한 김나율 대표의 이야기는 보다 선명하게 시장과 자본의 구조를 드러냈다. 클리카는 한국에서 창업한 뒤 실리콘밸리로 본사를 옮긴 사례다. 김 대표는 플립을 결심한 배경으로 세 가지를 들었다. 한국 시장에서는 소프트웨어가 단독으로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봤고, 경쟁사들의 인수 사례를 보며 잠재적 인수자 역시 대부분 미국에 있다고 판단했으며, 미국에서는 투자와 M&A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그 네트워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미국 법인 구조가 사실상 전제가 된다는 것이었다. 김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결국 ‘시장이 회사를 이끈 것’이라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동시에 미국행을 둘러싼 환상도 지적했다. 미국 현지 투자자들을 만나며 긍정적인 반응을 적지 않게 들었지만, 그것이 실제 투자 의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체감했다고. 또 시드 단계의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은 미국 투자자 입장에서 법률적·행정적 부담이 크고, 굳이 익숙하지 않은 해외 법인에 투자할 유인이 높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그래서 클리카 역시 플립은 선택이 아니라 사실상 필수였다”고 털어놨다. 물론 플립 전후의 타이밍 조정이 쉽지 않았고, 비용도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원 안팎까지 드는 등 어려움도 있었다고.
플립 이후의 딜레마도 있었다. 김 대표는 “미국 투자자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해외 기업으로, 반면 한국 투자자에게는 이미 해외 법인으로 보이는 애매한 구간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VC 상당수가 정책자금 구조와 연결돼 있어 해외 법인에 대한 리드 투자가 쉽지 않다는 점도 현실적 어려움으로 짚었다. 미국으로 가는 순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투자 구조와 지원 체계 사이에서 새로운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어 김민주 스톰벤처스 파트너는 이 같은 현실을 투자자 시선에서 확인해줬다. 김 파트너는 “최근 초기 스타트업을 보면 예전처럼 ‘한국에서 준비한 뒤 미국을 노려보겠다’는 팀보다 ‘데이원(D-1)부터 미국에서 시작하겠다’는 팀이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김 파트너는 AI 기술이 이 흐름을 더 가속화했다고 봤다. 기술, 고객, 파트너, 투자자, 인재가 빠르게 상호작용하는 실리콘밸리 생태계 안에서 제품을 만들고 검증하는 것과, 한국에서 이를 간접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김 파트너는 “플립을 너무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실제 투자를 받고 옮길 것인지가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시점에 더 진지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고, 플립 자체의 비용보다 이후 미국에서 대표가 체류하고 팀을 꾸리고 운영하는 비용이 훨씬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국은 초기 창업 지원은 잘 갖춰져 있지만, 해외로 확장하는 성장 단계에서는 지원이 제한적인 측면이 있다”고 짚은 것도 같은 문제의식이다.
193개 기업이 보여준 변화…이제 과제는 ‘진출’이 아니라 ‘성장’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표한 리포트는 이 같은 현장 발언을 데이터로 뒷받침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산업 분포다. 미국 내 한국계 스타트업은 특정 분야에 집중돼 있지 않았다. 헬스케어가 19.2%로 가장 높았고, 업무 및 생산성 분야가 15.0%, 콘텐츠 및 소셜 분야가 10.9%로 뒤를 이었다. 그 밖에도 패션·뷰티, 제조, 그린·환경, 크로스 인더스트리 솔루션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분산돼 있었다. 미국 진출이 일부 유행 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뜻이며, 동시에 미국 시장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수용하는 환경이라는 점도 보여준다.
투자 단계 분포는 이 생태계의 현재 위치를 더 또렷하게 드러낸다. 전체 기업의 66.2%가 프리시드와 시드 단계에 몰려 있다. 얼핏 보면 아직 성과가 충분히 나오지 않은 초기 기업이 많다는 뜻처럼 보이지만, 리포트는 이를 보다 구조적으로 해석한다. 2020년 이후 설립된 기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에 본사를 둔 한국계 스타트업 풀이 빠르게 확대됐고 그 결과 아직 성장 초입의 기업이 많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시리즈 B 이상 단계 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중요한 것은 이 대목에서 섣불리 비관론으로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포트는 일부 기업이 미국 시장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넥스트 유니콘 후보로 떠오르는 사례도 확인된다고 적고 있다. 동시에 모든 기업이 동일한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며, 성장 속도와 결과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도 지적한다. 즉 미국 진출은 더 이상 특별한 사건이 아니지만, 그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진출 이후 무엇을 검증했고, 어떤 고객을 만들었으며, 다음 투자 단계로 어떻게 넘어가느냐가 훨씬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그래서 리포트는 지금 필요한 것은 미국행 자체를 늘리거나 막는 프레임이 아니라, 초기 단계 기업들이 다음 단계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기반이라고 지적한다. 더 나아가 미국 진출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 네트워크, 사업 운영 경험이 다시 국내 생태계로 연결되고 확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점도 덧붙였다. 미국 진출이 개별 기업의 성과에 그치지 않고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바로 그 환류 구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리포트와 이날 행사를 통해 확인한 것은 이제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둘러싼 논의는 ‘갈 것인가, 말 것인가’의 단계를 지났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그리고 ‘그 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한국 생태계와 연결할 것인가’의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