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위스 금형 시뮬레이션 기업 오토폼이 던진 제조업 생존 해법

디지털 전환 3.9% 현실…AI·교육 결합 없인 ‘K-제조’ 미래 없다
숙련 기술의 소멸, 데이터로 잇는다…금형 산업 ‘지능형 상생’ 로드맵
고교부터 현장까지 ‘이음 프로젝트’…인재 생태계로 제조 혁신 잇는다
스위스에서 출발한 금형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기업 오토폼엔지니어링(이하 오토폼)이 한국 제조업의 구조적 전환을 겨냥한 전략을 공개했다. 한국을 방문해 직접 발표에 나선 올리비에 르퇴르트르 오토폼엔지니어링 CEO. (사진=테크42)

스위스에서 출발한 금형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기업 오토폼엔지니어링(이하 오토폼)이 한국 제조업의 구조적 전환을 겨냥한 전략을 공개했다. 7일 오토폼은 서울에서 ‘AI로 다시 뛰는 제조 산업의 심장: 사라지는 금형 산업의 숙련 기술을 디지털 유산으로’를 주제로, 국내 제조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지능형 상생’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날 현장에는 나딘 올리비에리 로자노 주한 스위스 대사까지 참석해 환영사를 전했으며, 이어 올리비에 르퇴르트르 오토폼엔지니어링 CEO가 글로벌 전략과 한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조영빈 오토폼엔지니어링코리아 대표가 금형 산업의 생존 전략과 인재 육성 방향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오토폼은 설계부터 조립까지 제조 전 공정을 하나의 디지털 흐름으로 연결하는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AI 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해 초기 설계 단계에서 공정 전략을 도출하고 소재 활용을 극대화함으로써 폐기물과 탄소 배출을 줄이는 구조다. 이는 단순한 효율 개선을 넘어 제조 전반의 의사결정 방식을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특히 오토폼은 한국 제조업이 직면한 위기를 ‘디지털 성숙도 정체’와 ‘숙련 기술의 단절’을 지목했다. 숙련 인력의 은퇴로 현장의 암묵지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이를 데이터와 AI로 전환하지 못하면 산업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진단이다.

“디지털화는 곧 지속가능성”…한국–스위스 제조 협력의 접점

이날 나딘 올리비에리 로자노 주한 스위스 대사는 이날 환영사에서 “제조업에서 지속가능성과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실질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사진=테크42)

이날 나딘 올리비에리 로자노 주한 스위스 대사는 이날 환영사에서 “제조업에서 지속가능성과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실질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로자노 대사는 “디지털 기술은 생산 공정을 시뮬레이션하고 최적화함으로써 자원 낭비를 줄이고 효율을 높인다”며 “디지털화는 지속가능성을 실제 산업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핵심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자노 대사는 AI 기반 제조는 속도 향상이 아니라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한 것임을 강조하며 데이터 기반 판단과 가치사슬 협력의 중요성을 짚었다. 동시에 새로운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인재 없이는 산업 전환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교육과 인재 육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발표에 나선 올리비에 르퇴르트르 오토폼 CEO는 한국 제조업의 강점을 인정하면서도, AI 기반 전환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사진=테크42)

이어 발표에 나선 올리비에 르퇴르트르 오토폼 CEO는 한국 제조업의 강점을 인정하면서도, AI 기반 전환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올리비에 CEO는 “스마트 엔지니어링과 스마트 매뉴팩처링을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핵심”이라며 제조 혁신의 본질을 ‘연결’에서 찾았다.

또한 제조 혁신의 3대 요소로 프로세스, 기술, 사람을 제시하며 “기존 방식의 단순 개선이 아니라 프로세스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AI는 공정 설계와 의사결정의 자동화를 통해 숙련자의 지식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차체 개발 초기 단계에서 소재 사용과 수율을 예측하는 AI 솔루션은 견적과 입찰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바꾸며, 비전문가도 공정 설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은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요소로 제시됐다.

“버티는 산업은 사라진다”…디지털 전환·교육으로 다시 설계하는 금형 생태계

조영빈 오토폼엔지니어링코리아 대표는 한국 금형 산업의 위기를 보다 직설적으로 짚었다. 조 대표는 “지금 제조업은 버텨서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2~3년이 향후 수십 년을 결정짓는 분기점”이라고 말했다. (사진=테크42)

이어진 발표에서 조영빈 오토폼엔지니어링코리아 대표는 한국 금형 산업의 위기를 보다 직설적으로 짚었다. 조 대표는 “지금 제조업은 버텨서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2~3년이 향후 수십 년을 결정짓는 분기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소 제조기업의 디지털 전환율이 3.9%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 상태로는 생존 확률이 매우 낮다”고 경고했다. OEM(자동차 제조사)의 단가 압박, 노후 설비, 인력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제조업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 대표는 해법으로 ‘기본으로의 회귀’를 제시했다. “좋은 품질을 더 낮은 비용으로 만드는 것이 기업 생존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실패 이후 대응이 아닌 사전 설계 중심의 ‘예방 원가’ 체계로 전환하고, AI를 통해 공정을 최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력 문제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조 대표는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와 인재 간 미스매치가 문제”라며 고등학교 단계부터 산업 현장에 투입 가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이음 프로젝트’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사진=테크42)

인력 문제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조 대표는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와 인재 간 미스매치가 문제”라며 디지털 기반 산업 환경을 구축해야 젊은 인재 유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조 대표가 강조한 핵심 해법이 ‘이음 프로젝트’다.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를 연결하고, 고등학교 단계부터 산업 현장에 투입 가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경북기계공업고등학교와의 협력을 통해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교육과 취업을 연계한 실전형 커리큘럼으로 운영되며, 일부 학생들은 이미 취업이 확정되는 성과를 보였다.

조 대표는 “기술의 확산은 결국 교육에서 시작된다”며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를 얼마나 많은 사람이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2년 내 전국 단위로 프로그램을 확산해 제조업 인재 생태계를 재구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AI는 도구, 결정은 인간”…현장 질문으로 본 제조의 미래

이날 오토폼은 인재 육성, 로봇 도입, AI 활용 등 산업 전환의 구체적 쟁점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조 대표는 ‘이음 프로젝트’와 관련해 “교육 비용은 전액 지원되며, 약 1년 6개월간 교육 후 현장 투입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 도입에 대해서는 조 대표가 위험 공정에서의 로봇 대체 필요성을 강조했고, 올리비에 CEO는 “정형화된 생산 공정은 기존 산업용 로봇이 효율적이며, 휴머노이드는 물류 등 비정형 환경에서 확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리비에 CEO는 자동차 산업 변화에 대해 “연간 약 260개의 신규 모델이 출시되지만 생산량은 줄어드는 구조로, 민첩성이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중소기업에 현실에 대해 조 대표는 “고객사의 80%가 중소기업이지만,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이를 활용할 인력과 인프라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AI 활용 방향에 대해서는 보다 명확한 기준이 제시됐다. 조 대표는 “숙련자의 경험을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해 기업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올리비에 CEO는 “AI는 효율을 높이는 도구이며, 에이전트는 워크플로우를 자동화하지만 최종 판단은 반드시 인간이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토폼이 제시한 한국 시장의 접근 전략을 통해 제조업이 직면한 문제와 변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화제들이 더욱 명확해졌다. 경험에 의존하던 산업은 데이터와 AI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교육과 인재, 그리고 의사결정 구조까지 함께 바뀌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은 단지 기술 도입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산업의 작동 방식을 바꾸는 일이며, 그 속도와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라는 점이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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