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장 진출은 ‘국가 단위’가 아닌 ‘도시 단위’ 접근 필요 47개 도도부현의 특성을 파악하고 비즈니스 모델에 맞는 지역 찾아야
일본어 필수, 디자인도 일본 스타일에 맞춰 현지 디자이너 고용 필요... '한국'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아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은 ‘현지화’와 ‘신뢰 구축’, 공과사는 엄격히 구분해야... 시간을 두고 진행되는 관계 구축 필수

최근 일본은 많은 한국 스타트업이 가장 진출하고 싶어 하는 시장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와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한국 스타트업들이 해외 진출을 고려할 때 1순위는 미국이지만, 그 다음으로 꼽히는 곳이 일본이다.
물론 그럴만한 이유도 있다. 우선 시장 규모다. 인구는 한국의 두 배 이상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비용 부담이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게다가 최근 일본 정부는 스타트업 육성을 국가적 과제로 삼고 다양한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스타트업 5개년 계획’을 통해 창업 환경을 개선하고, 각 도도부현별 특화 산업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특히 도쿄, 오사카 등 주요 도시뿐 아니라 지역별로 특화 산업을 중심으로 스타트업과 협력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한국 스타트업에게는 이 같은 흐름이 일본 진출의 기회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동시에 일본은 까다로운 시장이기도 하다. 보수적인 비즈니스 문화, 복잡한 법규와 규범, 철저한 현지화 요구 등 진입 장벽이 결코 낮지 않다.
특히 일본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일본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들에게 그저 일본이라는 하나의 ‘국가’ 단위로 접근하는 전략은 실패 확률이 높으며, 도시마다 다른 산업 특성과 문화적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지적은 최근 서울핀테크랩에서 개최한 ‘일본 현지 진출전략 지원사업 세미나’에서도 나왔다.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액셀러레이터 01부스터의 한국지역대표 전문탁 대표가 ‘2025 한국 스타트업을 위한 일본 진출 전략’을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서다.
이에 테크42는 일본 시장에 대한 깊은 경험과 현지 네트워크를 갖춘 전 대표가 조언하는 ‘일본 진출 스타트업이 준비해야 할 전략적 요소’들을 짚어봤다.
‘도시 단위’로 특성을 파악하고 전략을 설계하라
전문탁 대표는 글로벌 아웃바운드 사업을 수차례 운영하고 외국인 창업 지원을 경험한 전문액셀러레이터다. 전 대표는 일본에서 12년의 업력을 가진 액셀러레이터 01부스터에 대해 소개하며 일본을 최근 상황을 언급했다.
“일본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여러 키워드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디지털전환은 아직도 많이 개선돼야 할 부분이 있고, 해소되지 않는 과제로 지목되고 있어요.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한국 스타트업들은) 이 부분에 대한 진출을 고민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서 전 대표는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의미없이 남발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기도 했다. 창업을 지원하는 입장에서 ‘글로벌’이라는 단어는 쓸 수 있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글로벌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국가’로 뭉뚱그려 접근하는 관성을 먼저 끊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국가로 진출이 아니라 모두 도시로 진출하는 것이라 할 수 있어요. 일본 뿐 아니라 싱가포르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도시로 간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 개념을 먼저 설명 드린 이유를 일본의 사례로 다시 말씀드리면, 일본은 47개 도도부현(都道府県, 도쿄도, 훗카이도, 오사카부, 교토부 외 43개 현)으로 나눠져 있어요. 그리고 각각의 도시와 산업이 매우 다릅니다. 서울이 한국이고 한국이 서울인 우리나라와는 다릅니다. 한국의 경우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서울을 방문한다는 점에서 거의 싱가포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일본은 그렇지 않아요.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것은 내 아이템이 정말 내가 가려고 하는 지역과 맞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도쿄로 가고 해당 없는 아이템인 경우가 많죠.”
그러면서 전 대표는 일본 진출과 관련해 광의의 개념과 협의의 개념으로 나눠 설명했다. 단순히 온라인 서비스에 일본어를 비롯해 다국어 지원을 한다고 해서 글로벌화라고 얘기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전 대표가 이야기하는 일본 진출의 방식은 협의의 개념에 해당한다. 사업 아이템과 맞는 특정 도시를 선정하고 이를 거점으로 고객 접점, 운영, 규제 준수 체계를 실제로 맞춰나가야 한다. 이른바 ‘현지화’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방식을 정한 이후에는 방법을 마련했냐의 유무도 평가의 기준이 된다. 전 대표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지원 사업을 염두하고 일본 진출을 준비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전 대표는 “외부 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좋다 나쁘다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지원을 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도 “모든 비용을 정부 지원 사업비로 해결하려는 스타트업보다는 해외로 나가기 위한 별도의 예산을 마련한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서에 더 끌리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일본 진출 성공의 열쇠는 ‘현지화’
전 대표가 일본 시장 진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재차 강조하는 것은 ‘현지화’다. 이를 위해서 선행돼야 하는 것은 언어의 준비다. 전 대표는 “일본은 영어가 통하지 않는 시장이며, 반드시 일본어로 서비스와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구체적으로 △모든 온·오프라인 자료의 일본어 제작 △일본 소비자에게 친숙한 디자인과 기능 구현 △특정 국가가 드러나지 않도록 중립적 접근 △법률과 규범 철저 준수 △일본인 직원 또는 일본어 가능한 인력 채용 등을 현지화 전략으로 제시했다. 특히 핀테크 분야는 법률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사전 대비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자꾸 일본 진출을 영어로 하려는 스타트업이 있어요. 일본은 스타트업 문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비즈니스 문화 중심입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방식을 적용한 케이스라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바로 느낌이 오지만, 일본은 아직 그런 문화가 아니에요. 언어는 물론 디자인도 일본인들의 스타일을 반영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일본 디자이너를 고용해야 하죠.”

또 전 대표는 “삼성 스마트폰이 일본에서 ‘갤럭시’라는 브랜드로 판매되는 사례처럼, 불필요하게 한국적 이미지를 내세우는 전략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준비가 된 스타트업이 경우 전시행사에 참여할 때 일본회사인지 한국회사인지 모르게 부스를 꾸미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다만 전 대표는 “화장품 분야만 예외적으로 ‘K-브랜드’ 효과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화는 단순한 언어 번역을 넘어 고객의 생활 방식과 문화에 맞춘 서비스 설계까지 요구한다. 일본은 ‘극단적 개인주의 사회’로 불릴 만큼 개인화·초개인화 트렌드가 뚜렷하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와 익명성 보장 △대행 서비스 개발 △초고령 사회에 맞춘 단순·간결한 서비스 △1대1 대응을 통한 사후관리 등이 필수적이다.
또 전 대표는 “MZ세대는 일본에서 구매력이 크지 않은 층”이라며 “막연히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하기보다 소득과 직업 기반이 있는 세대를 정확히 세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계와 신뢰가 장기적 성장을 만든다
전문탁 대표는 일본 시장에서 관계 구축과 신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철저히 공사(公私)를 구분하는 문화가 있어, 비즈니스 관계에서 개인적 친분을 쌓으려는 접근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그는 “라인 친구 맺기나 개인적 연락은 금물”이라며, 반드시 공식 채널과 문서로만 소통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대표와 실무자가 함께 방문해야 한다는 점도 일본 비즈니스의 특징으로 꼽았다. 전 대표는 “대표가 직접 나오지 않으면 비즈니스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며,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는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시회 참여 역시 관계 구축의 핵심 통로다. 일본은 전시 문화를 통해 명함 교환과 공식적 접촉을 중시하며, 이를 통해서만 합법적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전시장에서 △앉아 있거나 △휴대폰을 보는 행위 △자리 비우기 △아르바이트 인력만 배치하는 등의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반복해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일본에서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약속 이행 △일관된 태도 유지 △즉각적 의사소통 △상호 이익 고려 △전문성 입증이 필요하다. 전 대표는 “한국식 유연함은 일본에서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으며, 일관성 없는 태도는 신뢰를 잃는 지름길”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계약·매출·특허·기사 등 객관적 자료를 통해 전문성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 관점도 필수다. 일본은 신뢰가 쌓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며, 빠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꾸준한 관계 유지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전 대표는 “일본은 미국 다음으로 스타트업에게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준비 없는 진출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현지화, 관계, 신뢰를 기반으로 철저히 준비한 기업만이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