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카오벤처스 'KV 인사이트풀데이 2025'... K-뷰티·AI 서비스·디지털헬스케어·딥테크 스타트업 생존전략 모색

중국·미국 중심에서 벗어나 유럽·홍콩·중동으로 K-뷰티 수출 지도 재편, 신흥시장 급성장세
"미국 시장 경쟁 강도, 올리브영 수준"...틱톡·오프라인 전략 병행 필수
AI가 기업 운영 베스트 프랙티스 다시 쓴다...SaaS 패러다임 전환기 돌입
김기준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환영사에서 "카카오벤처스가 보고 느낀 변화와 배움을 창업자와 스타트업계, 투자자 모두와 나누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며 "지금처럼 기술과 산업의 경계가 빠르게 재편되는 시기에 함께 미래를 바라보고 손을 맞잡는 순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카카오벤처스)

극초기 전문 벤처캐피탈 카카오벤처스가 최근 서울 스타트업브랜치에서 'KV 인사이트풀데이 2025'를 개최했다.

'미래를 향한 하이파이브(Hi-Five the Future)'를 주제로 22일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카카오벤처스 투자 심사역과 스타트업, 산업 전문가 등 생태계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비스·디지털헬스케어·딥테크 분야의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김기준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환영사에서 "카카오벤처스가 보고 느낀 변화와 배움을 창업자와 스타트업계, 투자자 모두와 나누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며 "지금처럼 기술과 산업의 경계가 빠르게 재편되는 시기에 함께 미래를 바라보고 손을 맞잡는 순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카카오벤처스는 하이파이브를 통해 도전하는 스타트업을 응원하고 다음 도약에 에너지를 보태고자 한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특히 "카카오벤처스는 벤처캐피탈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희 또한 스타트업"이라며 "항상 새로운 도전을 갈구하고 그런 것들을 직접 해내면서 보람을 느끼고 성취를 느끼는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행사는 인사이트풀 세션과 네트워킹으로 구성됐다. 인사이트 세션에서는 카카오벤처스의 주요 투자 분야인 서비스·디지털헬스케어·딥테크 영역에서 각각 심사역들이 산업 인사이트를 발표하고,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패널 토크를 진행했다.

중국·미국 중심서 벗어나...유럽·홍콩·중동으로 K-뷰티 수출 지도 재편

첫 세션 발표를 맡은 안혜원 선임 심사역은 "K-뷰티가 지속 가능한 성장성을 가지고 있다는 건 모두들 아실 것”이라며 'K-뷰티의 글로벌 수출 다각화 전략'을 주제로 한 발표를 시작했다. (사진=테크42)

이날 첫 번째 세션에서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K-뷰티 산업의 해외 진출 전략을 집중 조명했다. 카카오벤처스는 지난해부터 브랜드 투자를 본격화했다. 첫 세션 발표를 맡은 안혜원 선임 심사역은 "K-뷰티가 지속 가능한 성장성을 가지고 있다는 건 모두들 아실 것”이라며 'K-뷰티의 글로벌 수출 다각화 전략'을 주제로 한 발표를 시작했다.

먼저 안 심사역은 K-뷰티 수출 시장의 판도 변화를 데이터로 제시했다. 안 심사역이 분석한 K-뷰티 수출액의 국가별 비중 추이에 따르면, 중국·미국·일본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반면, 유럽과 기타 지역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안 심사역은 "중국과 미국과 일본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기타 비중이 전체의 25%를 차지하고 있는데, 수많은 몇 백여 개의 국가들이 다 모여서 전체의 25%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출이 롱테일로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K-뷰티가 특정 국가가 아니라 범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안 심사역은 UAE와 영국의 화장품 수출액을 비교하며 UAE는 영국이랑 1인당 GDP가 비슷한 나라인데 인구가 7분의 1이라는 점, 그럼에도 UAE 수출액이 영국보다 높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사진=테크42)

특히 주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시장으로 유럽, 홍콩, 중동을 꼽았다. 안 심사역은 "유럽이 매월 평균적으로 전년 대비 60% 성장했다"며 "25년도를 보시면 유일하게 유럽이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국가"라고 밝혔다.

유럽 중에서도 폴란드가 가장 많이 수출하는데, 이는 온라인 유통 플랫폼의 물류 센터가 폴란드에 있기 때문이다. 안 심사역은 "폴란드가 놀라운 게 거의 전년 동월 대비가 월별로 120%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홍콩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안 심사역은 "유럽 5개국을 합한 게 거의 홍콩과 맞먹는 수준"이라며 "재미있는 건 중국은 감소하고 있는데도 홍콩은 올라가고 있다. 독립적인 특성"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를 "중국의 리오프닝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동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도 언급됐다. 안 심사역은 UAE와 영국의 화장품 수출액을 비교하며 UAE는 영국이랑 1인당 GDP가 비슷한 나라인데 인구가 7분의 1이라는 점, 그럼에도 UAE 수출액이 영국보다 높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의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다. 안 심사역은 "유럽이 빠르게 올라오는 와중에 미국과 일본의 성장세를 보면 정체가 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며 "이 성장세가 점점 내려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오늘 하고 싶었던 얘기는 미국도 좋다, 일본도 좋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더 신흥 시장 위주로 얘기를 해보는 것도 좋지 않겠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시장, 올리브영 수준 경쟁 강도...틱톡·오프라인 전략 필수"

이어진 패널 토크에서는 홍진석 라운드랩 이사가 참여해 실제 해외 진출 경험을 공유했다. 홍 이사는 LG생활건강 브랜드매니저(BM)로 시작해 중국 로컬 기업 이직,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창업을 거쳐 2022년 메디힐에서 마스크팩 사업을 담당했고, 지난해부터 라운드랩 CMO로 합류해 미국 진출을 주도했다. (사진=카카오벤처스)

이어진 패널 토크에서는 홍진석 라운드랩 이사가 참여해 실제 해외 진출 경험을 공유했다. 홍 이사는 LG생활건강 브랜드매니저(BM)로 시작해 중국 로컬 기업 이직,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창업을 거쳐 2022년 메디힐에서 마스크팩 사업을 담당했고, 지난해부터 라운드랩 CMO로 합류해 미국 진출을 주도했다.

라운드랩은 B2B 위주로 사업하던 회사였으나 홍 이사가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B2C와 해외 진출을 시작했고, 아마존 진출 다음 해 아마존 핵심 계정으로 선정됐다.

홍 이사는 "아마존을 잘하는 이유를 한 가지 뽑기는 어려운데, 제일 중요한 이유는 라운드랩이 올리브영에서 1등 뜬 브랜드였다는 게 아무래도 제일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홍 이사는 격변하는 미국 시장의 경쟁 환경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물리적으로는 시간이 2년 조금 더 지났는데, 23년이 그리울 정도예요. 당시에는 틱톡 인플루언서 한 명만 해도 몇 백만 조회수가 나오고 그날로 아마존의 재고가 품절되는 사례들이 한 달에 한두 건씩 나왔죠. 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 트래픽을 내려면 억 단위의 인플루언서와 협업을 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한마디로 마케팅만으로 끌고 가기 힘든, 달라진 환경이 된 거죠.”

홍 이사에 따르면 미국 비즈니스 경쟁 강도는 이제 올리브영에 준하는 수준이다. 뷰티 브랜드 중에서 가장 치열한 플랫폼은 올리브영이라 할 수 있는데, 미국 시장 역시 그 정도의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사진=테크42)

홍 이사에 따르면 미국 비즈니스 경쟁 강도는 이제 올리브영에 준하는 수준이다. 뷰티 브랜드 중에서 가장 치열한 플랫폼은 올리브영이라 할 수 있는데, 미국 시장 역시 그 정도의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전략 변화도 주목할 부분이다. 홍 이사는 "아마존이 원래 앱 내에서 광고만 해도 충분했지만, 이젠 달라졌다”며 말을 이어갔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꼭 오프아마존 마케팅을 하셔야 된다'고 강조하는 식으로 바뀌었어요.틱톡숍을 잘해야 되는 상황이고, 채널은 커져가는데 두 채널 모두 영업이익을 내기 쉽지 않게 됐죠. 특히 선스크림 카테고리의 경쟁이 심해졌어요. 저희가 시작할 때 K-뷰티 중 선스크림 중 ‘OTC(Over The Counter)'인증을 받은 브랜드가 딱 3개였는데, 지금은 30개가 넘죠. 이젠 OTC 인증이 없는 카테고리는 그나마 진입 장벽도 없어진 상황 입니다.”

그러면서 홍 이사는 "단순히 틱톡이나 아마존에서 ROI를 얼마나 잡느냐가 아니라, 우리 브랜드와 핏이 맞는 유통 파트너를 만나서 오프라인에서 키우겠다는 유통 채널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저효율 환경 속에서도 성과를 내는 브랜드들의 특징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졌다. 이제는 정말 저효율 환경이 된 틱톡이나 아마존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고 올라오는 브랜드들은 여전히 나오고 있다. 과연 이러한 브랜드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홍 이사는 올리브영 사례를 들어 설명을 이어갔다.

"올리브영의 경우 랭킹 1등 브랜드가 장기 집권한 경우를 보면 한 3년 주기로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1등부터 10등 사이가 바뀌죠. 아무리 치열하다고 하더라도 그런 부분을 뚫고 성과를 내는 브랜드들이 항상 있었어요. 미국 시장도 지금 효율이 안 좋아졌다고 하지만, 그걸 고민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는 브랜드들이 분명히 나오고 지금 어딘가에서 그런 브랜드들이 준비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홍 이사는 "K-뷰티가 대박이라고 하지만 초기 브랜드가 지금 시작해서 들어가면 너무 쉽지 않은 시장"이라면서도 "자기만의 강점, 우리 팀이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이고 잘할 수 있는 게 명확한 브랜드라면, 그 강점을 가지고 플레이한다면, 아무리 경쟁이 치열해도 뚫고 올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을 말을 덧붙였다.

"AI가 기업 운영 베스트 프랙티스 다시 쓴다"...SaaS 패러다임 전환기

두 번째 세션은 'AI로 다시 쓰는 기업 운영 공식'을 주제로 한 조현익 카카오벤처스 수석 심사역의 발표로 시작됐다. (사진=테크42)

이어진 두 번째 세션은 'AI로 다시 쓰는 기업 운영 공식'을 주제로 한 조현익 카카오벤처스 수석 심사역의 발표로 시작됐다. 핵심 키워드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그 중에서도 B2B 영역에서 진행된 SaaS가 AI 시대를 맞은 상황이 다뤄졌다. 조 심사역은 “지난 몇 년 간 사스(SaaS)를 어떤 식으로 도입할 거냐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다양한 영역에서 이루어졌다"고 돌이키며 B2B SaaS의 발전 과정을 짚었다.

"B2B SaaS를 정의한다면 각 영역에서 기업 운영의 베스트 프랙티스의 집합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파운데이션 레벨에서 문서, 지식 관리, 소통, 파일 관리부터 시작해서, 일의 흐름을 어떤 식으로 정의해서 베스트 프랙티스를 도입할 거냐로 넘어갔죠. 하지만 이것이 지금은 다 무의미해 졌습니다. 정말 많이 빠르게 버티컬 영역에서 AI가 도입되면서 많은 것들이 재정의되고 새롭게 다시 쌓아가는 느낌이 들고 있죠.”

글로벌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위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수석 심사역은 "글로벌 파운데이션 모델들이 저희 골목 상권을 침범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저희는 인프라적인 역할로 이분들이 잘 설정하실 거라 했는데 생각보다 위협을 많이 느끼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심사역은 "최근 오픈AI가 SaaS들이 하고 있던 기능들을 제공하겠다는 보도 기사가 나가 나오면서 바로 대형 B2B SaaS 기업들의 주가가 쫙 빠지는 걸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SaaS 시장의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수석 심사역은 "투자자분들, 현업 종사자분들과 말씀 나누면 참 현실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인 것 같다"며 "시장이 작다는 것은 기업 고객들의 지불 의사가 그렇게 크지 않고, SaaS 도입에 대한 인식이 해외와는 다르게 우려해야 되는 부분도 있고,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되는 부분들 때문에 도입이 어려운 사례들이 되게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현업에 계신 분들은 생존을 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계속 시도하시는 것 같고, 기존에 제공하고 있던 가치들에서 AI를 탑재시켜서 어떻게 하면 기존에 없던 가치들을 새롭게 만들 수 있냐는 고민들을 많이 하고 계신 것 같다"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BM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모두를 위한 SaaS, 모두를 위한 AI라는 건 사실 아직까지는 시기상조인 것 같아요. 대신 특정 전문가 혹은 특정 영역에서 되게 뾰족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들이 반응을 얻고 있죠."

"투자 겨울·커스터마이징 유혹...생존과 확장성 사이 줄타기"

(왼쪽부터) 김우진 비즈니스캔버스 대표, 안찬본 탤런트리 대표, 윤정호 하이로컬 대표, 조현익 수석심사역. (사진=카카오벤처스)

이어진 패널 토크에서는 윤정호 하이로컬 대표, 안찬봉 탤런트리 대표, 김우진 비즈니스캔버스 대표가 참여해 현장의 생생한 고민을 나눴다.

하이로컬은 건설·제조·조선업 등 산업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언어 소통 문제를 AI로 해결하는 '하이워커' 솔루션을 제공한다. 탤런트리는 '클리브(Cleave)'라는 서비스로 엔터프라이즈 기업들의 AI 전환(AX)을 지원하고, 비즈니스캔버스는 B2B 기업의 마케팅과 세일즈를 혁신하는 CRM 솔루션 '리캐치'(Re:catch)를 운영한다.

먼저 운을 뗀 김우진 비즈니스캔버스 대표는 SaaS 스타트업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급격한 투자 시장의 변화’를 꼽았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SaaS 붐이 일면서 투자가 잘 됐죠. 하지만 SaaS 스타트업은 사실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 중 B2B 엔터프라이즈향은 더더욱 그런 편이고요. 시간과 장기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너무 과열됐다가 거품이 빠르게 가라앉으면서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는 경우도 있었죠.”

그는 특히 커스터마이제이션(맞춤 제작)의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SaaS를 영위하면서 생존을 위한 매출을 벌어야 되는 기업 입장에서는 커스터마이제이션이 피할 수 없는 유혹이자 필수로 여겨지기도 한 관행이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확장성과 생존 사이에서 계속 균형을 잡는 게 제일 어려운 지점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안찬봉 탤런트리 대표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

"엔터프라이즈 기업의 AX(AI 전환)는 범주가 너무 넓습니다. 기본적으로 AI가 조직에 제대로 체화되려면 고객 기업들이 원래 하고 있던 워크플로우나 데이터에 굉장히 찐득하게 붙어 있는 상태로 제품화가 돼야 되는데, 그러다 보니 커스터마이제이션 레벨이 매우 높게 진행되고 있죠. 특히 대기업의 경우 AI 웨이브가 한 번 지나갔고 두 번째 파도가 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과거에는 문서 자동화나 리포트 자동 생성 같은 걸 보여드리면 '와 이거 한번 해보자'고 좋아하셨는데, 요즘은 '그거 이미 해봤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예요. 특히 오픈AI나 클로드 같은 모델을 잘 사용하시는 회사들은 굳이 왜 범용 모델 아닌 너희 회사 제품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질문을 합니다. 결국 고객사가 모델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경험과 환상이 저희의 세일즈 난이도를 굉장히 높게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정호 하이로컬 대표는 스타트업의 내부 사정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윤 대표에 따르면 하이로컬은 SaaS 제품으로 중소기업 대상 MRR(월간반복매출)을 만들어가는 과정인데, 충분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아 결국 대기업들로부터 '온프레미스 기술 개발을 해보자’는 말에 솔깃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향으로 명확하게 커스터마이징을 해보자. 5억~10억원 정도 딱 걸어줄게' 하시면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어요. SI는 안 하기로 했는데 또 해야 될 수밖에 없는 모순이 명확하게 닥치는 경우가 너무 많죠.”

AI 도입이 느린 고객사들에 대한 신뢰 구축 방법도 논의됐다. 이와 관련된 책까지 집필 중이라는 윤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가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도움이 되어야 되는가, 언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가 가르쳐드리는 형태로 (하이로컬 서비스의 필요성을 강조하며)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필요한 것을 자연스럽게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AI 시대 SaaS 생존 전략...데이터·브랜드·고객 자산이 핵심

마지막 세션에서는 AI 시대 SaaS 기업의 생존 전략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패널들은 이러한 격변의 시대에 진정으로 중요한 자산은 데이터, 브랜드, 고객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한국 SaaS 시장의 구조적 문제로 정부 바우처 중심의 가격 정책과 의사결정권자 설득의 어려움이 지적됐다.

패널들은 스타트업만의 고유한 강점으로 사고 리더십과 빠른 변화 수용 능력을 꼽았다. 안 대표는 "결국 AI 시대에는 특정 도메인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행력이 차별점"이라며 "대기업이 따라하기 어려운 속도와 전문성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B2B 세일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설득하는 것"이라며 "사업개발팀의 역량이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작은 성공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객사 내부에서 AI 활용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행사를 마무리하며 조 수석 심사역은 "AI 시대의 SaaS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기업의 업무 방식 자체를 재정의하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며 "카카오벤처스는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스타트업들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조 수석 심사역은 "AI 시대의 SaaS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기업의 업무 방식 자체를 재정의하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며 "카카오벤처스는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스타트업들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사진=카카오벤처스)

한편 이날 행사는 디지털헬스케어 세션과 딥테크 세션으로 이어졌다. 디지털헬스케어 세션에서 정주연 선임 심사역은 ‘의료 AI는 어떻게 병원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을까’를 주제로 의료 AI의 도입 현황과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정 심사역은 "의료 AI의 성공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라며 병원 현장에서 의료 AI가 안착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진료 흐름 적합성 ▲경제적 가치 ▲의료진 수용성을 꼽았다.

정 선임 심사역은 “특히 대형 병원과 개원가의 서로 다른 수요를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며, 의료진을 파트너로 바라보는 기업만이 지속 가능한 신뢰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토크에서는 삼성서울병원 차원철 교수, 한양내과의원 이승원 원장, 에이슬립 허성진 팀장이 대학병원, 개원의, 솔루션 공급자 입장에서 의료 AI 상용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공유했다.

디지털헬스케어 세션의 패널 토크에서는 (왼쪽부터) 삼성서울병원 차원철 교수, 한양내과의원 이승원 원장, 에이슬립 허성진 팀장, 정주연 선임심사역 등이 대학병원, 개원의, 솔루션 공급자 입장에서 의료 AI 상용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공유했다. (사진=카카오벤처스)

마지막 딥테크 세션에서는 카카오벤처스 김영무 심사역이 ‘이미 현실로 다가온 양자컴퓨터의 미래’를 주제로 화두를 던졌다. 김 심사역은 "양자컴퓨터는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라 현실"이라며 "양자 기술은 금융·소재·의약·에너지 등 산업 전반을 혁신할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김 심사역은 글로벌 기술 경쟁 속에서 중성원자 기반 양자컴퓨터의 가능성을 소개하며 “한국이 양자컴퓨터 산업에서 존재감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기술력뿐 아니라 인력·연구 생태계 확충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김동규 오큐티 대표와 중성원자를 기반으로 한 양자컴퓨터 연구 현황과 산업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카카오벤처스 투자 심사역과 참석자 간 네트워킹이 이어졌다. 지난해 온라인에서 ‘혁신 너머의 미래’를 이야기했다면, 올해는 카카오벤처스 구성원이 총출동해 예비 창업자·스타트업·투자사 등 생태계 관계자와 직접 마주보며 다양한 관점을 공유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경험한 변화를 나눴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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