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숙박 플랫폼의 진화, 인공지능으로 여행 경험을 재설계하다

호텔스닷컴, 한국 여행시장 변화와 2026년 여행 트렌드 담은 '언팩 '26' 공개
'역사를 품은 스테이'·'호텔 호핑' … 2026년 핵심 여행 트렌드로 부상
한국 여행자 55% 호텔 호핑, 67% 팬덤 여행… 드라마·영화 속 여행지 인기
가격 변동 추적(Price Alerts)과 AI 필터 등 AI 기반의 여행 계획 도구 적용… 한국도 곧 도입
익스피디아 그룹 산하 브랜드 호텔스닷컴은 28일 서울 풀만 앰배서더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브랜드의 최신 비즈니스 업데이트와 향후 방향성을 공유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특급호텔 컨퍼런스룸에서 글로벌 숙박 예약 플랫폼의 최고경영진이 한국 언론과 만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익스피디아 계열사인 호텔스닷컴의 경영 책임자 하리 나이르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는 라비니아 라자람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단순한 사업 현황 공유를 넘어, 급변하는 여행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자리였다.

호텔스닷컴 수석 부사장 겸 총괄 하리 나이르(Hari Nair)

23년간 익스피디아 조직 내에서 다양한 직무를 경험해 온 나이르는 이번 방한이 각별히 반갑다는 인사와 함께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가 강조한 핵심은 명확했다. 플랫폼 사업의 성패는 결국 이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 니즈를 기술로 구현해내는 능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호텔스닷컴이 집중하고 있는 고객층은 연간 8회 이상 여행을 떠나는 이른바 '여행 고빈도층'이며, 이들 중 상당수는 출장과 휴가를 병행하는 비즈니스 여행객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30% 정도가 출발 72시간 이내에 급하게 예약을 진행한다는 사실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여행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이들은 단순히 가격만 비교하지 않는다. 나이르는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세 가지를 명확히 짚었다. 첫째, 충성도에 대한 실질적 보상이 있어야 하고, 둘째, 복잡한 절차 없이 신속하게 예약할 수 있어야 하며, 셋째, 합리적인 가격을 찾고 문제 발생 시 즉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리 나이르 수석 부사장은 호텔스닷컴이 변화하는 여행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5년에는 브랜드 마스코트 '벨보이(Bellboy)'를 새롭게 선보였으며, 가격 변동 추적과 AI 필터 등 AI 기반의 여행 계획 도구를 도입해 여행자 경험을 한층 강화했다고 밝혔다. (사진=테크42)

이러한 고객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호텔스닷컴이 최근 도입한 기술적 혁신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인공지능을 활용한 검색 필터 시스템이다.

기존의 숙박 검색이 사용자가 일일이 조건을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면, 새롭게 선보인 AI 필터는 해당 지역의 인기 검색어와 이용 패턴을 분석해 자동으로 최적의 선택지를 제시한다. 나이르는 이 기능이 현재 전 세계 이용자의 8% 이상에게 활용되고 있으며, 가장 많이 검색되는 조건이 숙박비에 식음료가 모두 포함된 패키지형 숙소, 아침 식사 제공 여부, 무료 주차 가능 여부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과 영국에서 우선 서비스되고 있는 이 기능은 조만간 한국 시장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나이르 부사장은 AI 필터가 인기 여행지 검색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택 조건을 자동으로 채워주는 기능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전 세계 8% 이상의 고객이 사용 중이며, 올 인클루시브 호텔, 조식 포함 호텔, 무료 주차가 가장 많이 입력되는 조건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과 영국에서만 제공되고 있으나 한국 고객에게도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사진=테크42)

두 번째 혁신은 가격 투명성을 높이는 알림 체계다. '프라퍼티 프라이스 인사이트'라는 이름의 이 서비스는 사용자가 선택한 날짜와 숙소의 요금이 평균 대비 적정한 수준인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만약 예산을 초과한다면, 가격 변동 알림을 설정해두면 된다. 원하는 금액대 이하로 요금이 내려갔을 때 자동으로 알림을 받을 수 있는 이 기능의 효과는 놀라웠다. 일반적인 앱 푸시 알림의 열람률에 비해 무려 13배나 높은 참여율을 기록한 것이다. 나이르는 이를 두고 "확신을 주는 정보가 전환율을 높인다"며 신뢰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올해로 한국 진출 21년째를 맞이한 호텔스닷컴이 현지화 전략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진행한 협업 사례만 봐도 그 방향성이 분명하다.

9월에는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와 손잡고 이탈리아풍 신메뉴 출시에 맞춰 이탈리아 여행지를 소개하는 캠페인을 펼쳤고, 헬스앤뷰티 전문점 올리브영에서 일정 금액 이상 선크림을 구매한 고객에게 숙박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괌 관광청과는 특정 카드사 회원을 대상으로 한 혜택을 마련했으며, 네이버 간편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주요 카드사들과도 공동 마케팅을 전개했다. 나이르는 "북미 기반 서비스가 다른 지역에서 성공하려면 현지 문화와 소비 패턴에 맞춰야 한다"며 한국 지사와 로컬 파트너들이 콘텐츠부터 검색 페이지 설계까지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비니아 라자람 PR 디렉터는 언팩 26 보고서가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브리보 등 자체 브랜드 데이터뿐 아니라 외부 소셜 미디어 분석, 글로벌 소비자 조사 결과를 포함한 업계에서 가장 포괄적인 여행 전망이라고 소개했다. (사진=테크42)

이날 행사에서 공개된 또 다른 핵심 내용은 내년도 글로벌 여행 트렌드를 담은 '언팩 26' 보고서였다.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브리보 등 자체 브랜드의 방대한 데이터에 외부 소셜미디어 분석과 소비자 조사를 결합한 이 보고서는 업계에서 가장 포괄적인 전망 자료로 평가받는다. 라자람은 2026년 여행의 키워드를 "느리고 스마트하게"로 제시하며 다섯 가지 주요 흐름을 소개했다.

첫 번째 트렌드는 '역사를 품은 스테이'다. 과거의 건축물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숙소들이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12세기 수도원이었던 프랑스의 한 건물, 교토의 폐교를 리모델링한 호텔, 나폴리의 옛 기차역을 개조한 숙박시설 등이 대표적이다. 라자람은 이날 행사가 열린 풀만 앰배서더 호텔 역시 1955년 개관한 한국 최초의 미국식 호텔로서 70년 역사를 간직한 공간이라며, 단순한 휴식을 넘어 건축물 자체가 주는 이야기를 경험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학교, 기차역, 은행 등 역사적 건물을 재생한 숙소에 대한 검색량이 급증하고 있다.

라자람 디렉터는 2026년 올해의 호텔 리스트가 역사적 건축물을 독특한 숙소로 재탄생시키는 트렌드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사진=테크42)

두 번째는 '호텔 호핑'이다. 같은 도시나 지역 내에서 여러 숙소를 옮겨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여행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여행자의 절반 이상이 이런 방식을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그 배경에는 더 많은 동네를 탐험하고 싶다는 욕구와 각 숙소의 특별한 혜택을 누리고 싶다는 실리적 판단이 공존한다. 한국 여행객의 경우 55%가 한 번의 여행에서 두 곳 이상의 숙소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그중 70%는 두 곳, 24%는 세 곳 이상을 계획한다. 주요 이유로는 관광지 간 이동 시간을 줄이고 싶다는 점과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는 점이 동등하게 51%씩 꼽혔다. 특히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이 트렌드가 강하게 나타나며, 비즈니스와 여가를 결합한 '블레저' 여행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세 번째 트렌드는 '팬덤 스포츠 여행'이다. 2026년에는 스포츠가 단순한 관람 대상이 아니라 문화적 연결고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응답자의 57%가 여행 중 현지 스포츠 이벤트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고, MZ세대는 68%까지 올라간다. 한국 여행객의 약 40%가 여행 중 현지 경기 관람을 고려한다고 밝혔으며, 그중 MZ세대는 48%가 경기장 최전방에서 그 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느끼고 싶다고 답했다. 가장 큰 동기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종목의 독특함으로 56%를 기록했고, 국내 여행객의 67%는 특정 스포츠 이벤트를 위해 국내 여행을 계획 중이며 21%는 해외까지 고려하고 있다. 인기 종목으로는 한국 프로야구가 43%로 1위를 차지했고, 태국 무에타이가 26%, 영국의 치즈 롤링이 22%로 뒤를 이었다.

네 번째는 '올해의 여행지' 선정이다. 익스피디아는 월평균 10억 건에 달하는 검색 데이터를 분석해 2026년 급부상할 지역 10곳을 발표했다. 이 중 6곳은 새롭게 도입한 'Smart Travel Health Check'라는 지속가능성 평가 기준을 통과했다. 세계여행관광협회의 목적지 관리 보고서에서 영감을 받은 이 프레임워크는 단순히 과잉 관광을 피하는 차원을 넘어, 여행지의 수용 능력과 회복력, 지역사회 웰빙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익스피디아 CEO 아리안 고린은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지역 문화에 깊이 몰입하고 현지 경제를 지원하며 덜 알려진 곳을 탐험할 때 만들어진다"며 "월 10억 건의 여행 검색을 처리하는 플랫폼으로서 보다 스마트하고 지속가능하며 방문지를 존중하는 여행 문화를 만들어갈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스크린 투어리즘 전망'이다. 2022년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이 트렌드는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를 실제로 방문하는 여행 방식으로, 미국 시장만 해도 8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전 세계 여행자의 53%가 지난 1년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답했고,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81%는 스크린에서 본 콘텐츠를 토대로 여행을 계획한다. 한국인 응답자의 48%는 TV나 영화 속 장소를 검색해본 적이 있으며, 44%는 실제 방문을 고려했다. 여행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는 지상파 TV 프로그램이 59%로 1위를 차지했고, 소셜미디어 45%, 스트리밍 영화 43%가 뒤를 이었다. 프랑스에서 촬영 예정인 HBO 드라마 '화이트 로투스'의 차기 시즌은 공개 전부터 이미 해당 지역 검색량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영국 요크셔의 구릉지부터 크로아티아 해안까지 영화 속 배경지들이 차세대 여행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스포츠 여행의 주요 동기는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종목의 독특함(56%)이 1위였으며, 국내 여행객의 67%는 특별한 스포츠 이벤트를 위해 국내 여행을 계획 중이고 21%는 해외 원정도 고려하고 있다. 가장 관심 높은 스포츠는 한국 야구(43%), 태국 무에타이(26%), 영국 치즈 롤링(22%) 순이었다. (사진=테크42)

나이르는 이러한 트렌드 분석과 기술 혁신이 모두 여행자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반영한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한국 여행자들이 앞으로의 여행 문화를 주도하고 전 세계 여행의 미래를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2025년 새롭게 단장한 브랜드 마스코트 '벨보이'를 언급하며, 가격 추적 기능과 AI 필터 같은 인공지능 기반 도구들이 변화하는 여행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끊임없는 진화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라자람은 이번 보고서가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브리보 등 자체 브랜드의 데이터뿐 아니라 외부 소셜미디어 분석과 글로벌 소비자 조사까지 포함한 업계 최고 수준의 포괄적 전망이라고 소개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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