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기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시장성을 검증하는 투자 IR 무대가 서울창업허브 공덕에서 열렸다. 지난 21일 서울창업허브 공덕에서 ‘2026 BoomUP Grand Challenge in HUB’라는 제목으로 개최된 데모데이는 AI 디지털 케어, 보행 데이터, AI 영상, 전자부품 설계, 디지털 헬스케어, 반도체 특수소재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이 투자자와 창업 생태계 관계자 앞에 경쟁력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발표장에는 기술 설명을 넘어 실제 고객 사례, 실증 현황, 수익모델, 해외 진출 가능성까지 검증하려는 질문과 시선이 오갔다. 각 기업 발표자들은 제한된 시간 안에 자신들이 풀고 있는 산업 문제와 시장 진입 전략을 압축적으로 제시했다.
이에 테크42는 이중 제론엑스, 엘비에스테크, AIPARK, 제피로스 일렉트로닉, 원소프트다임, 도데솔루션의 발표 내용을 소개한다.
제론엑스, 초고령사회 돌봄 공백에 ‘AI 디지털 케어’로 답하다

첫 발표에 나선 김운봉 제론엑스 대표는 초고령사회가 만든 돌봄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짚었다. 제론엑스는 시니어 AI 디지털 케어 플랫폼 ‘늘케어’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자체 개발한 웨어러블 기기와 사물인터넷(IoT) 허브를 통해 고령자의 생체신호, 위치, 생활환경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이상 징후를 감지한다.
“제론엑스는 초고령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돌봄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요양시설의 디지털 전환을 자체 개발한 웨어러블과 IoT 허브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요양 현장은 인력 부족과 반복 업무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장에는 AI와 로봇 같은 기술이 더 적극적으로 도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 대표가 강조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현장에서 쓸 수 있는 방식’이었다. 늘케어는 시설 내 인터넷 환경을 확인한 뒤 웨어러블 기기를 배포하고 주요 공간에 허브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도입 장벽을 낮췄다. 평면도 기반의 디지털 트윈 화면을 통해 어르신의 위치와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돌봄 인력은 반복 확인 업무를 줄이고 위험 상황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저희 늘케어 플랫폼은 웨어러블과 IoT 허브를 이용해 고령자의 바이탈 생체신호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합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개인별 베이스라인을 학습하고, 그 기준을 벗어나는 이상 패턴이 나타나면 알람을 주는 방식입니다. 한두 번 정도 방문하면 서비스 오픈이 가능하고, 별도의 복잡한 설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프라이버시 이슈 없이 돌봄 대상 어르신이 어떤 건강 상태로 어느 위치에 계신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제론엑스는 낙상 감지와 응급 대응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 고도화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기술나눔을 통해 확보한 생체신호 기반 위험 단계 구분 기술을 늘케어 고도화에 활용하고, 갤럭시 워치 등 상용 디바이스와의 연동도 추진하고 있다. 시설 중심의 기업간거래(B2B) 모델을 넘어 통신사·제조사와 연계한 기업·소비자간거래(B2C) 홈케어 서비스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엘비에스테크, 보행로 데이터를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인프라’로 확장하다

두 번째 발표에 나선 이시완 엘비에스테크 대표는 회사의 출발점을 ‘시각장애인용 내비게이션’으로 소개했다. 교통약자의 이동을 돕는 기술에서 시작했지만, 발표의 초점은 복지 서비스에 머물지 않았다. 이 대표는 보행 데이터를 자율주행, 배송로봇, 스마트글래스, 스마트시티로 확장 가능한 산업 인프라로 제시했다.
“저희는 시작을 시각장애인용 내비게이션이라는 타이틀로 했습니다. 처음 보면 돈이 되기 어려운 좋은 일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문제를 어떻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오늘 발표는 시각장애 내비게이션에서 시작한 기술이 자율주행과 라스트마일 모빌리티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설명하는 자리입니다.”
엘비에스테크가 주목한 지점은 차량 중심 자율주행 기술이 놓치기 쉬운 ‘차에서 내린 이후’의 이동이다. 완전자율주행이 고도화되더라도, 휠체어 이용자나 시각장애인이 어느 출입구에서 내려야 안전한지, 실제 이동 가능한 경로가 어디인지는 별도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회사는 보행로 폭, 경사, 계단, 장애물, 출입구 접근성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사용자 유형과 이동수단에 맞는 승하차 지점과 보행 경로를 제안한다.

“자율주행이 완전한 자율형에 가까워지면 다음 고민은 장애인을 어디에 내려줘야 하느냐가 됩니다. 자동차는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이나 지체장애인에게 적합한 하차 지점은 따로 판단해야 합니다. 저희는 건물을 찍으면 장애 유형과 자동차 형태에 따라 내려야 할 장소를 안내하는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결국 이동은 차량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행까지 연결돼야 완성됩니다.”
이 대표는 보행로를 단순한 지도 정보가 아닌 산업 데이터로 구조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로 환경은 자율주행 학습 데이터가 빠르게 쌓이고 있지만, 보행로는 파손, 장애물, 경사, 계단처럼 변수가 많아 데이터화가 어렵다. 엘비에스테크는 크라우드소싱과 이미지 기반 수집 방식을 활용해 보행 공간을 레이어별로 분석하고, 보행자가 실제로 마주치는 ‘상황’까지 학습하는 방향으로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향후에는 데이터 판매와 프로젝트 수행을 넘어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모델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AIPARK, 텍스트 입력만으로 영상 만드는 AI 아바타 SaaS 제시

세 번째 발표에 나선 박윤진 AIPARK CTO는 영상 제작의 병목을 인공지능으로 해소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AIPARK는 음성·영상 합성 기술을 기반으로 AI 영상 제작 솔루션을 개발해 온 기업이다. 대표 솔루션은 텍스트 입력만으로 완성형 영상을 만들 수 있는 ‘브이젠’과 AI 아바타 영상 제작 솔루션 ‘아이바타’다.
“저희는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솔루션을 지난 6년 동안 개발하고 운영해 왔습니다. 현재는 100개 이상의 고객사가 사용하고 있고, 월평균 1000건 이상의 영상을 생성하고 있습니다. 1분짜리 홍보 영상을 만드는 데도 대략 100만원과 이틀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많은 기관과 기업에 영상 채널이 필수 홍보 수단이 된 만큼, 수공업 방식의 제작에는 병목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박 CTO가 강조한 문제는 ‘영상 수요의 폭증’과 ‘제작 리소스의 한계’ 사이의 간극이었다. 기업과 공공기관은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홈페이지, 교육 콘텐츠 등 다양한 채널에서 영상을 요구받고 있지만, 전문 인력과 제작비가 없으면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기 어렵다. AIPARK는 사용자가 텍스트와 몇 가지 설정만 입력하면 다국어 영상, 자막, 아바타 편집까지 포함된 완성형 영상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다.

“사용자는 텍스트를 입력하고 몇 번의 클릭만 하면 완성된 영상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다국어 영상, 자막, 아바타 편집까지 포함됩니다. 원하는 아바타를 고르고 자막이나 배경 같은 요소를 선택하면 영상이 만들어집니다. 말하지 않고 있는 영상을 업로드해도 언어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AI 아바타 영상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AIPARK가 내세운 차별점은 자연스러운 아바타 품질과 일관된 영상 결과물이다. 박 CTO는 고객들이 가장 많이 주는 피드백으로 ‘자연스럽다’는 반응을 꼽았다. 또 고품질 데이터와 방송 제작 경험을 가진 내부 역량이 영상 품질을 높이는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SaaS 구독,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판매, 맞춤 아바타 제작, 엔터프라이즈 계약을 결합한 사업 모델도 제시했다.
제피로스 일렉트로닉, AI·로보틱스 확산의 숨은 병목 ‘전자기 간섭’ 겨냥

이어진 최윤영 제피로스 일렉트로닉 이사의 발표는 AI와 로보틱스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하드웨어 안정성의 중요성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앞선 발표들이 AI 서비스와 데이터 활용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제피로스 일렉트로닉은 AI가 실제 산업 현장과 로봇 시스템으로 확장될 때 발생하는 전자기 간섭, 발열, 전력 손실, 신호 오류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AI는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넘어서 로보틱스와 실제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따라 새로운 문제들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AI와 로보틱스 산업이 확장되면서 센서와 통신 기능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능이 늘어날수록 내부 배선 구조는 더 복잡해지고 전자기 간섭 문제는 더 커지게 됩니다.”
최 이사는 전자기 간섭을 단순한 부품 이슈가 아니라 시스템 안정성과 직결되는 문제로 설명했다. 로봇은 센서, 배터리, 통신 모듈, 전원부, 제어 회로가 밀집된 구조로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작은 신호 오류나 발열 증가는 동작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제피로스 일렉트로닉은 복잡한 필터를 하나의 구조 안에 집적하는 방식으로 부품 구조를 단순화하고, 전력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자기 간섭은 전력 손실, 발열 증가, 신호 오류와 같은 여러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로봇 산업에서는 작은 오차도 시스템 안정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제피로스는 전자기 간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독보적인 해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필터를 하나의 구조 안에 집적해 부품 구조를 단순화하고 전력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피로스 일렉트로닉은 전자기 적합성(EMC) 필터 모듈 기술을 생활가전에서 전기차, 모바일 센서·통신 모듈, 로보틱스 응용 분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촉각 센서, 전자기 간섭(EMI) 패키지, 임베디드 인쇄회로기판(PCB) 기술을 기반으로 로봇용 전원 배선 모듈, 로봇 스킨, 센서·통신 복합 모듈 개발을 진행 중이다. 또 제품 콘셉트부터 개념검증(PoC)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설계 자동화 역량과 양산 경험을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원소프트다임, 측정부터 코칭까지 잇는 ‘구독형 AI 헬스케어’ 제시

온인선 원소프트다임 부사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핵심 과제를 ‘개인을 정확히 아는 AI’로 정의했다. 원소프트다임은 휴대형 체성분 측정기와 웨어러블 기기, 생체신호 분석 소프트웨어, 질병 예측 AI, 개인화 코칭 솔루션을 결합해 엔드투엔드(E2E) AI 헬스케어 플랫폼 ‘피트러스 AI’를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은 매우 큰 시장이지만, AI 헬스케어 구독 서비스 중 사용자를 정확히 아는 솔루션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AI 솔루션이라도 개인화된 답을 주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측정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저희는 측정하기 위한 디바이스,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이를 해석하는 AI 솔루션을 준비해 왔습니다. 더 나아가 개인에게 맞는 가이드를 제공하는 AI 코칭 솔루션까지 확보했습니다.”
원소프트다임의 제품군은 피트러스 라이트, 피트러스 플러스, 피트러스 워치, 질병 예측 AI 솔루션으로 구성된다. 피트러스 플러스는 체성분 분석과 생체신호 측정 기능을 결합한 고도화 제품으로 소개됐고, 피트러스 워치는 24시간 생체정보 모니터링을 위한 웨어러블 기기로 설명됐다. 회사는 생체전기저항분석(BIA) 기술과 광혈류측정(PPG) 센서를 결합해 체성분, 심박, 스트레스, 산소포화도 등 다양한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AI 분석으로 연결한다.

“가장 왼편에 있는 제품은 CES 혁신상을 받은 피트러스 라이트 버전입니다. 두 번째 제품은 고도화한 피트러스 플러스로, 약국에서 상담 장비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세 번째는 24시간 생체정보 모니터링을 위해 개발한 피트러스 워치입니다. 여기에 개인 건강 기록을 활용해 질병을 예측할 수 있는 AI 솔루션과 개인화 가이드를 제공하는 AI 코칭까지 더했습니다.”
원소프트다임이 강조한 부분은 비즈니스 모델 전환이다. 기존에는 디바이스 판매가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디바이스를 사용자 확보의 접점으로 활용하고 구독 서비스와 데이터 기반 모델로 수익 구조를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반복 측정을 유도해 데이터 품질을 높이고, 이를 개인화 코칭과 질병 예측 정확도 개선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온 부사장은 연속 혈압 추정, 개인 맞춤형 건강 가이드, 당뇨 예측 솔루션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제공 등 수익원 다변화 전략도 함께 제시했다.
도데솔루션, PFPE 오일 국산화·리사이클로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 낮춘다

이날 1부 마지막 발표에 나선 김도형 도데솔루션 대표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쓰이는 고부가 특수소재 ‘과불화폴리에테르(PFPE) 오일’을 전면에 내세웠다. 도데솔루션은 반도체 공장 진공펌프용 오일, 열전달액, 냉각 칠러, 액침냉각유 등에 적용 가능한 친환경 불소 소재 제조·리사이클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발표의 핵심은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불안과 환경 부담을 동시에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환경오염과 수급 불안 문제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저희는 친환경 국산 반도체 공정용 PFPE 오일과 열전달액 제조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PFPE 오일은 소비자 가격 기준으로 리터당 약 300만 원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오일입니다. 반도체 전공정에서 진공 상태를 만들어 줄 때 필요한 필수 소재이자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소비재입니다.”
김 대표는 PFPE 오일을 자동차 엔진오일에 비유하며 소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자동차 엔진오일을 제때 교체하지 않으면 차량 성능과 안전에 문제가 생기듯, 반도체 공정에서도 진공펌프용 오일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교체돼야 생산 차질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해당 소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고, 사용 후 폐기물 부담도 크다는 점이다. 도데솔루션은 이 지점에서 국산화와 리사이클을 결합한 사업 기회를 제시했다.

“대한민국 하면 반도체를 떠올리지만, 반도체 제조에 들어가는 많은 소재는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습니다. 저희가 다루는 PFPE 오일 역시 해외 의존 문제가 큰 소재입니다. 높은 해외 의존도는 수급 안보 측면에서 언제든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반도체 제조에서 사용된 오일은 폐기물로 이어지기 때문에 환경 부담도 함께 발생합니다.”
기존 방식은 폐오일을 필터링한 뒤 해외에서 수입한 새 오일과 단순 혼합하는 구조였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도데솔루션은 폐오일에서 PFPE 오일을 추출하고 불순물을 분리한 뒤, 자체 합성 기술로 부족한 물성을 보완하는 방식의 솔루션을 개발했다. 김 대표는 진공펌프용 오일 공급을 시작으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으며, 열전달액 분야에서는 반도체 공정 소재 기업과 협력해 검증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향후 냉각 칠러, 전자제품용 그리스와 소재, 해외 수출까지 파이프라인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