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0만 명 털린 '쿠팡', 그 사이 '네이버'는 따라 붙었다

  • 2025년 11월 해킹 한 방에 8% 성장으로 추락… 영업손실 3,545억, 4년 만에 최악
  • "이제 검색 안 해요" AI가 골라주면 그냥 사는 시대, 쿠팡 빼고 다 웃는다

2026년 1분기, 쿠팡의 매출 성장률이 8%를 기록했다. 12조 4,597억 원.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다. 그런데 전년 같은 기간 쿠팡은 20% 넘게 성장했다. 시장 전체가 멈춰 있을 때도 혼자 두 자릿수를 찍던 회사였다. 그 쿠팡이 8%다. 심지어 2026년 1분기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성장률 9.2%보다 낮다. 영업손실은 3,545억 원. 분기 기준으로는 4년 3개월 만에 최악이다.

2025년 11월, 쿠팡에서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전직 개발자가 내부 데이터를 빼돌렸다. 5개월이 지나서야 공식 발표가 나왔고, 쿠팡은 역대 최대 규모인 6,246억 원의 과징금을 맞았다. 그 뒤로 고객들이 떠났다. 앱을 지운 사람도 있고, 그냥 주문 횟수를 줄인 사람도 있다. 쿠팡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만 따지면 성장률은 5%에 그쳤다.

2026년 1분기, 쿠팡의 매출 성장률이 8%를 기록했다. 12조 4,597억 원.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다. 그런데 전년 같은 기간 쿠팡은 20% 넘게 성장했다. 시장 전체가 멈춰 있을 때도 혼자 두 자릿수를 찍던 회사였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커머스 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사진=연합뉴스)

반대편에선 네이버가 웃었다. 2026년 2분기 네이버는 매출 3조 3,888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전년 동기 대비 16.2% 성장이다. 커머스 부문 성장률은 30%를 넘긴 지 오래다. 마켓컬리와 오아시스 같은 새벽배송 업체들도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쿠팡 한 번 넘어지니까, 271조 원 규모의 온라인 쇼핑 시장이 다시 들썩인다.

■ 280조를 향해 가는데, 속도는 느려졌다

2025년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71조 원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6년 성장률을 3.2%로 전망했다. 280조 원을 넘어선다는 얘기다. 오프라인 소매가 침체된 가운데서도 온라인은 계속 커지고 있다.

하지만 속도는 확실히 둔화됐다. 2026년 3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5조 5,770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3% 늘었는데, 8월이 되니 24조 2,118억 원에 7.3% 증가로 떨어졌다. 계절적 요인도 있지만, 전체적인 성장 곡선은 완만해지는 추세다.

시장은 양강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쿠팡 23%, 네이버쇼핑 20.7%. 두 플랫폼이 전체 시장의 43% 이상을 차지한다. 쿠팡은 3,240만 명의 월 활성 이용자와 연 49조 원 매출을 앞세워 아직은 1위다. 로켓배송이라는 물류 인프라가 버팀목이다. 하지만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와 AI 추천을 앞세워 바짝 쫓아오고 있다.

11번가는 후퇴 중이다. 2026년 1분기 매출이 93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2% 줄었다. 리테일 사업을 축소하고 기프티콘 사업을 매각한 결과다. 영업손실은 78억 5,000만 원. 여전히 적자지만, 적자 폭은 전년 대비 19% 줄였다. 이제는 외형 확장이 아니라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온과 SSG닷컴도 비슷하다. 살아남기 위해 몸집을 줄이는 단계다.

■ 테무가 판을 흔들었다

2026년 3월 기준, 국내 모바일 쇼핑 앱 시장의 월 활성 이용자 수는 4,278만 명이다. 전년 동기 대비 6.8% 늘었다. 상위 플랫폼 독주 구조는 여전하다. 1위와 2위의 격차가 4.3배다.

그런데 테무(Temu)가 치고 들어왔다. 2026년 3월 테무의 국내 월 활성 이용자 수는 712만 명. 2025년 11월엔 777만 명까지 찍었다가 살짝 줄었지만, 여전히 무시 못 할 규모다. 글로벌 시장에서 테무는 더 무섭다. 2026년 1분기 기준, 모바일과 웹사이트 이용자 규모에서 전 세계 2위를 차지했다. 모바일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4% 늘었다. 주요 이커머스 앱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쉬인(SHEIN)도 있다. 2026년 1분기 웹사이트 순방문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70% 급증했다. 중국발 플랫폼 두 곳이 한국과 글로벌 시장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초저가 전략과 빠른 상품 회전율이다. 그리고 AI 기반 추천 알고리즘으로 고객을 붙잡는다.

■ 패션, 뷰티, 그리고 생필품이 판을 키운다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은 2025년 4분기에 웹사이트 트래픽이 폭발했다. 방문 수는 전년 동기 대비 9%, 순방문자 수는 21% 늘었다. 모바일은 2024~2025년 정점을 찍은 뒤 안정 구간에 들어갔다.

패션이 앞장섰다. 2026년 1분기 패션 이커머스 웹사이트 방문 수와 순방문자 수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4%, 64% 뛰었다. 파키스탄은 109.3%, 인도는 98.3% 성장하며 거의 두 배로 늘었다. 인도는 월평균 14억 회의 웹사이트 방문 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뷰티도 만만치 않다. 인도의 뷰티 이커머스 플랫폼 닉카(Nykaa)는 2026 회계연도 매출이 1조 루피를 넘었다. 순이익은 전년 대비 183% 증가한 204억 루피. 2025년 11월 쇼핑 시즌에는 웹사이트 순방문자 4,000만 명, 모바일 월간 활성 사용자 2,100만 명을 기록하며 자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한국에서는 FMCG(빠른 소비재)가 성장을 이끌고 있다. 생필품, 식품, 뷰티. 반복 구매 주기가 짧고 가격 비교가 쉬워서 온라인으로 넘어오기 쉬운 카테고리다. 쿠팡의 로켓프레시, 네이버의 장보기가 대표적이다. 건강기능식품과 생활용품도 빠르게 온라인으로 이동 중이다.

■ AI가 검색을 죽이고, 발견이 쇼핑을 지배한다

검색창이 사라지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이 검색창을 쓰지 않는다. 대신 AI에게 말을 건다. "요즘 피곤한데 뭐 먹으면 좋아?"라고 물으면, AI가 비타민B와 마그네슘을 추천한다. 고객은 상세 페이지를 꼼꼼히 읽지 않는다. AI가 제시한 선택지 몇 개를 보고, 댓글 반응 확인하고, 바로 결제한다.

검색 시장의 지분이 급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게 '발견형 쇼핑'이다. 2026년 커머스의 가장 큰 변화다. 예전처럼 검색어 입력하고, 가격 비교하고, 리뷰 읽고, 고민하고 사는 방식이 아니다. 콘텐츠를 보다가 끌려서 바로 산다. AI를 통해 유입된 방문자의 구매 전환율은 일반 채널보다 1.5배 높다. 챗GPT 같은 AI 서비스를 거쳐 온 이용자의 70% 이상은 상품 상세 페이지로 바로 들어간다.

네이버는 2026년 6월 기준, 쇼핑 AI 에이전트를 통한 거래액이 직전 분기 대비 50% 늘었다. 카카오는 '챗지피티 포 카카오'에 올리브영, 무신사, 현대백화점 등 7곳을 연결했다. 챗GPT는 대화형으로 상품을 비교하고, 브랜드가 'Product Feed'로 최신 정보를 직접 넣을 수 있게 했다. 구글은 'AI Mode'에서 대화형 탐색을 지원하고, 'Universal Cart'로 상품을 한곳에서 관리한다. 유튜브와 지메일도 곧 연결된다. 쇼피파이(Shopify)는 'Shopify Catalog'로 AI 채널에 상품 정보를 뿌렸는데, 이걸 통한 유입의 구매 전환율이 기존보다 2배 높다.

소셜커머스와 라이브커머스도 이 흐름에 올라탔다. 소셜커머스 시장은 2026년 2조 1,100억 달러 규모에서 2031년까지 연평균 29.12% 성장해 7조 5,5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라이브 방송 보다가 바로 사는 구조. 참여형 콘텐츠가 발견형 쇼핑을 만든다.

■ 살아남으려면 지금 뭘 해야 하나

시장이 이렇게 빠르게 바뀔 때, 브랜드와 셀러는 뭘 준비해야 할까.

상품 정보를 제대로 정리해야 한다. AI는 데이터를 읽고 추천한다. 성분, 용량, 원산지, 후기. 이런 정보가 구조화돼 있지 않으면 AI 추천 후보에조차 못 오른다. 네이버와 쇼피파이가 Product Feed와 Catalog를 강화하는 이유다.

자사몰에서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오픈마켓과 플랫폼에만 의존하면 고객 데이터는 남지 않는다. AI 시대에는 직접 수집한 데이터가 경쟁력이다. 구매 패턴, 재방문율, 상품 선호도를 파악하고, AI 추천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FMCG 카테고리는 가격 경쟁력과 채널 통제가 핵심이다. 생필품과 식품은 반복 구매가 많고 가격 비교가 쉽다. 무단 판매자나 병행수입 제품이 가격을 무너뜨리면 브랜드 가치도 무너진다. 채널별 가격 정책을 명확히 하고, 무단 판매자를 빠르게 차단해야 한다.

콘텐츠 중심으로 마케팅을 바꿔야 한다. 상세 페이지는 이제 안 읽힌다. 숏폼 영상, 라이브 방송, 인플루언서 리뷰가 구매를 결정한다. 제품 기능보다는 사용 경험과 감성을 전달하는 콘텐츠가 먹힌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국내 시장 성장률이 둔화되는 지금, 글로벌은 기회다. 패션과 뷰티는 이미 웹 트래픽이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 쇼피파이 같은 플랫폼을 쓰면 중소 브랜드도 해외 고객과 직접 연결된다.

쿠팡이 한 번 넘어졌다. AI가 쇼핑의 룰을 바꾸고 있다. 변화는 빠르지만, 기회의 문은 아직 열려 있다. 준비한 쪽이 이긴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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