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법정서 '인스타 매각 시나리오' 꺼냈다… 12년 전 이메일이 독이 될까

[AI요약]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메타의 반독점 소송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인스타그램 분사를 직접 언급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소송에 패할 경우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모두를 매각해야하는 메타로서는 인스타그램을 내주더라도 왓츠앱은 지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저커버그가 반독점 소송에서 인스타그램 매각을 직접 제안했다. (이미지=인스타그램 릴스 갈무리)

페이스북 제국의 미래가 미국 법정의 판결에 달렸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직접 출석해 3시간 넘게 증언하며 "인스타그램은 팔 수 있지만, 왓츠앱은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드러냈다.

■ 12년 묵은 이메일이 부메랑으로

이날 재판의 핵심 쟁점은 메타가 2012년 인스타그램(1조 4,150억원)과 2014년 왓츠앱(26조 8,830억원)을 인수한 것이 독점 행위인지 여부다.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0년 소송을 제기했고, 이번이 그 결정적 순간이다.

FTC 측 다니엘 매디슨 변호사는 저커버그가 2012년 2월 작성한 내부 이메일을 꺼내 들었다. "인스타그램은 우리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 중이다. 경쟁자를 무력화시켜야 한다." 이 문장 하나가 메타의 발목을 잡았다.

"100년이 넘도록 미국의 기업 원칙은 '경쟁을 통한 성공'이었습니다. 그런데 메타는 '경쟁하느니 사버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FTC는 메타의 전략을 'Buy or Bury(사거나 묻어버리거나)'로 규정했다. 경쟁사를 먼저 인수하고, 그게 안 되면 고사시킨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2013년 메타는 스냅챗을 60억 달러(약 8조 5천억원)에 인수하려 했으나 거절당했다. 이후 인스타그램에 유사 기능인 '스토리'를 추가하며 스냅챗의 성장을 견제했다. FTC는 "이것이 전형적인 독점 기업의 행태"라고 주장했다.

■ 저커버그의 반격: "우린 유튜브·틱톡과 싸우고 있다"

저커버그는 증언대에서 FTC의 논리를 정면 반박했다. "우리는 독점 기업이 아닙니다. 틱톡, 유튜브, 링크드인과 매일 경쟁합니다."

그는 SNS 시장의 정의 자체를 다시 그렸다. "소셜미디어는 더 이상 친구·가족과 소통하는 플랫폼이 아닙니다. 엔터테인먼트, 정보 학습, 세상을 아는 일반적 개념까지 포함됩니다." 시장을 넓게 정의하면, 메타는 경쟁자들 사이의 '한 명'일 뿐이라는 논리다.

메타 측 마크 한센 변호사는 "FTC가 10년 전 승인한 인수를 지금 와서 취소하려는 건 위험한 선례"라며 "사실과도, 법과도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맞섰다.

■ "인스타는 팔아도, 왓츠앱은 지켜야"

관심을 끄는 대목은 저커버그가 2018년 내부 이메일에서 "앞으로 5~10년 안에 앱 분사 가능성이 높다"며 "그럴 경우 인스타그램을 먼저 내놓고, 왓츠앱은 유지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적었다는 점이다.

업계는 이를 메타의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해석한다. 인스타그램은 이미 독자 생태계를 구축했지만, 왓츠앱은 메타의 글로벌 메시징 전략에서 핵심 축이다. 특히 인도·브라질·유럽에서 왓츠앱은 국민 메신저 수준이다.

메타 내부 자료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약 20억 명, 왓츠앱은 약 28억 명이다. 단순 사용자 수로만 보면 왓츠앱이 더 크다. 하지만 광고 매출은 인스타그램이 압도적이다. 2024년 기준 인스타그램 광고 매출은 약 650억 달러, 왓츠앱은 거의 없다.

■ 페이스북은 정말 쇠퇴하고 있나

FTC는 "페이스북 본체는 성장이 멈췄다. 메타는 인스타·왓츠앱에 기생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미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10대의 90%가 유튜브를 사용하지만, 페이스북 사용률은 지난 10년간 급격히 하락했다. 저커버그 스스로 "페이스북 사용자 중 신규 친구 추가 비율이 계속 줄고 있다"고 인정했다.

대신 사용자들은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로 몰린다. 동영상 소비 시대로 전환된 것이다. 저커버그는 "유튜브가 크리에이터들에게 가장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 재판 결과는 예측 불가… 전문가들도 엇갈린 전망

이번 재판은 약 8주간 진행된다. 저커버그 외에도 셰릴 샌드버그 전 최고운영책임자(COO),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창업자 등이 증인으로 나선다.

만약 메타가 패소하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강제 매각해야 한다. 블룸버그는 "분사 시 메타 시가총액이 수천억 달러 이상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FTC의 승소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오바마 행정부 법무부 반독점국 수석고문을 지낸 진 키멜먼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반독점법으로 다루기 가장 어려운 영역이 '잠재적 경쟁자 인수'"라며 "메타가 인수한 수많은 기업 중 실패한 곳도 많은데, 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만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변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다. 트럼프는 저커버그와 밀월 관계를 형성 중이다. 저커버그는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했고, 메타는 트럼프 측근을 이사로 영입했다. 하지만 이번 재판을 맡은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의 강제 추방 정책을 기각한 인물이다. 정치적 압력에 흔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인스타그램이 모바일 사진 분야에서 페이스북의 거대하고 강력한 경쟁자가 되면서 페이스북은 2012년 4월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미지=인스타그램)

■ 빅테크 반독점 도미노… 구글·애플·아마존도 타깃

메타 재판은 빅테크 반독점 소송의 일부일 뿐이다. 미 법무부는 구글을 상대로 검색 시장 독점 소송에서 승소했고, 크롬 브라우저 매각을 요구 중이다. 애플과 아마존도 FTC 및 법무부의 반독점 조사 대상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반독점 기조는 트럼프 2기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가 특정 기업(메타)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만큼, 소송 결과는 기업마다 엇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셜미디어 지형은 재판 결과에 따라 완전히 재편될 수 있다. 만약 메타가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매각하면, 두 플랫폼은 독립 기업이 되거나 다른 빅테크(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인수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최악의 경우 메타는 '페이스북 하나만 남은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류정민 기자

znry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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