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류 스타트업이 게임 메커니즘을 인사평가에 접목한 파격적인 시도를 시작했다. 네이버 풀필먼트 서비스를 담당하는 품고의 운영사가 지난달 말, RPG 게임처럼 경험치를 쌓아 성장하는 인사 플랫폼을 전격 가동했다.
박찬재 대표가 이끄는 이 회사는 전통적인 연공서열 방식을 폐기하고, 직원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마다 포인트를 획득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회사 측은 이를 '두하이(DOHIGH)'라고 명명했다.
경쟁 대신 협업, 승진 대신 성장
이 시스템의 핵심은 단순하다. 직원들은 개인, 팀, 전사 프로젝트에 기여하면 경험치를 받는다. 충분한 포인트가 쌓이면 자동으로 레벨이 상승하고, 이는 급여와 권한에 직접 반영된다. 마치 게임에서 몬스터를 잡고 퀘스트를 완수하며 캐릭터를 키우듯, 실무 성과가 곧 커리어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회사는 '원팀', '끈기', '창의적 문제해결'을 조직의 3대 원칙으로 내세우며, 부서 간 경쟁보다 지식 공유를 장려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작년부터 시범 운영한 결과 긍정적 반응을 얻어 올해 정식 도입을 결정했다.
MZ세대 중심 조직, 디지털 평가 체계로 전환
현재 이 회사 직원 중 절반 이상이 20~30대다. 5년 이상 장기 근속자도 전체의 16% 수준이다. 젊은 인력 비중이 높다 보니 전통적 위계보다 실시간 피드백과 투명한 평가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개인과 팀의 목표 달성 현황을 실시간 대시보드로 확인할 수 있다. 누가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며,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데이터로 가시화된다. 획일적인 연차 기준 대신, 개인의 실제 기여도와 성장 속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겠다는 의도다.
복지도 성장 지향형으로 설계
회사는 인사 제도뿐 아니라 복지도 직원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세종사이버대학교와 협약을 맺어 학사·석사 과정 학비를 일부 지원하고, 현장 작업에 필요한 지게차 면허 취득 비용은 전액 부담한다. '잡초이스'라는 내부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부서 업무를 경험할 기회도 제공한다.
박 대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며 "재미 요소를 넘어 물류 혁신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풀필먼트 서비스 경쟁력이 결국 인재 역량에서 나온다는 판단이다.
풀필먼트 업계, 인력 관리가 경쟁력
품고는 네이버 NFA(풀필먼트 연합 프로그램)의 첫 파트너사로, 당일배송과 도착보장 서비스를 운영한다. 현재 경기와 충남 지역에 12개 물류센터를 보유 중이며, 페덱스와 제휴해 220개국 해외배송도 담당한다. 작년에는 일본 5일 배송 보장 상품을 출시하는 등 글로벌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물류업은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 인력의 숙련도와 동기부여가 서비스 품질을 좌우한다. 이번 인사 시스템 혁신이 업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