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트럼프 2기 정부 체제하의 스타트업·기술인이 미국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 알아야 할 몇 가지

 “미국에서 성공하면 글로벌 시장이 열린다”

 “사람·현지·문화, 세 축이 맞물려야 한다”

 “신분 안정이 모든 출발점… Equity 개념 이해 필요”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부품 공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는 미국 진출 기업들의 복잡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부품 공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는 미국 진출 기업들의 복잡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부품 공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는 미국의 복잡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당시 470여 명을 연행했고, 이 중 300여 명이 한국 국적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한미 간 외교적 파장으로까지 번졌다. 이후에도 미국 정부는 노동허가·비자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으며, 주(州)별로 고용법·비자 수수료 제도에 차등 규제를 예고한 상태다.

이처럼 미국의 이민·노동 정책이 현지 진출 기업 운영의 주요 변수로 부상하면서, 기술인과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은 ‘법적·제도적 이해’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 접근이 절실해졌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최근 한국벤처기업협회(이하 협회)가 주관한 ‘벤처기업·기술인을 위한 미국 진출 로드맵 세미나’에서는 기술인과 기업인이 미국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준비해야 할 네트워크, 인재경영, 법적 리스크 대응 전략이 논의됐다.

지난 13일 진행된 이번 세미나는 ‘미국 내 기술인 네트워크 및 인재 경영 전략’을 주제로 한 이승화 기술사, ‘기술인·벤처기업인을 위한 미국 진출 로드맵: 취업·창업 전략과 실행 가이드’를 주제로 한 임국희 변호사의 발표로 진행됐다. 두 연사는 “미국 진출은 단순한 해외 확장이 아니라, 체계적 현지화와 법제 이해가 병행돼야 가능한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을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이승화 기술사 “미국 시장, 정보·인재·문화의 3축 전략이 필요하다”

이승화 기술사는 프로페셔널 엔지니어 기술자 자격증을 기반으로 미국에서 유학과 영주권 취득을 희망자를 대상으로 컨설팅 등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29세 당시 석사 취득을 위해 유학을 가면서 미국과의 인연이 시작됐고 이후 15년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거주하는 미국 시민권자다. (사진=테크42)

이승화 기술사는 프로페셔널 엔지니어 기술자 자격증을 기반으로 미국에서 유학과 영주권 취득을 희망자를 대상으로 컨설팅 등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29세 당시 석사 취득을 위해 유학을 가면서 미국과의 인연이 시작됐고 이후 15년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거주하는 미국 시민권자다.

이 기술사는 “최근의 사건들로 트럼프 정부를 약간 악마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미국에서 사업하기 어렵다는 오해가 있는데, 미국에서 성공한 비즈니스는 곧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꿈꿀 수 있다”며 거대 소비시장으로서 미국의 현황을 설명했다.

“미국은 압도적으로 소비 시장이 큰 나라 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을 보면 모두 미국에서 먼저 성공을 한 다음 세계로 뻗어나가죠. 외부에서 성공한 다음 미국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드물어요. 한국 대기업들 역시 앞다퉈 미국으로 진출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거대 소비시장, 규모의 경제, 그리고 미국 브랜드 신뢰도 때문이죠.”

그러면서 ㅊ

“최근 K-pop, K-culture라고 해서 한국의 위상이 엄청나게 올라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국 내에서 한인은 인도·대만계보다 평균 소득이 낮고, 성공한 부자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인구는 중국, 인도계가 압도적이고 한국은 약 200만명으로 미국 내 5위권이지만, 교육 수준이 높음에도 소득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죠. 오히려 필리핀, 파키스탄 등 이민자보다 평균 소득이 낮게 나아고 있어요. 또 한국 유학생의 90%가 정착하지 못하고 귀국하고 있죠. 이는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이 기술사는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라는 문구만으로 기업이 얻는 마케팅 효과를 막대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기술사가 이야기하는 문제는 정작 미국 내 한국인의 위상은 낮은 편이라는 점이다. (사진=테크42)

이 기술사는 미국 진출의 최대 걸림돌로 ‘정보의 부재’와 ‘인재 전략 실패’를 꼽았다. 정보 부재와 관련해 이 기술사는 “많은 기업이 회사를 어떻게 설립해야 하는지, 어떤 형태가 적합한지조차 모르고 진출한다”며 “텍사스처럼 소득세가 없는 주를 이해하지 못한 채 비용 구조를 설계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유튜브를 보면 모든 정보가 있는 듯 하지만 사실상 잘못된 정보가 많아요. 저 역시 미국에 오래 살았고 심지어 MBA까지 했지만, 처음 기업을 설립할 때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어요. 기업을 설립하고 등록하고 서류는 뭘 제출해야 하는지 사소한 문제 조차 물어볼 사람이 마땅하지 않았죠.”

이어 인재 전략과 관련해서 이 기술사는 “미국 기업 경험이 있는 파트너나 직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말을 이어갔다.

“한국 대기업들이 미국에 많이 진출하고 있지만, 크게 성공한 사례는 얼마 되지 않아요. 대부분은 적자 상태죠. 그 원인 중하나가 인재 전략 실패 때문이예요. 미국 기업 경험이 없는 파트너나 직원, 주재원을 파견 보내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유럽 등에서 해외 사업을 성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인데, 그 경험이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아요. 미국에 대한 사업 구조나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는 절대 성공하기 어렵죠.”

그러면서 이 기술사는 영어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가 미국에서 만난 주재원 중 많은 경우가 영어를 제대로 할 줄 몰랐다고. 그저 주재원으로 파견을 와 한국식으로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의 기준에서 이런 인력은 ‘쓸모 없는 인력’에 불과하다.

“미국 인력의 인건비가 비싸고 수시로 이직하는 문화가 있어서 쉽지 않긴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현지화에 실패하면 한계가 있어요. 미국에도 한국 교민을 상대로 성공한 한인 식당이 있어요. 하지만 진짜 성공한 식당들은 정말 현지화에 성공한 식당들입니다. 현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앞서 이야기했듯 미국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 기술사는 이어 “미국 내 성공적인 비즈니스 정착을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수”라며 다음을 제시했다. 먼저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 기술사에 따르면 미국은 철저히 성과 중심이므로,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이 기술사는 “오너가 현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기업 전체가 실패한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사진=테크42)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 영어입니다. 저 역시 미국 오기 전 싱가포르에서 1년 정도 경험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전혀 못 알아들어 위축이 되기도 했죠. 이걸 극복해야 합니다. 또 미국 기업은 학연·지연을 죄악시하지 않습니다. 매니저가 중국계로 임명되면 곧 그 팀은 모두 중국계로 구성됩니다. 면접을 볼 때도 면접관과 같은 학교 졸업반지를 끼고 있으면 그 자리에서 학교 출신을 묻고 발탁하기도 하죠. 대신 미국은 해고가 자유롭습니다. 팀원을 누굴 뽑든 성과만 내면 된다는 식이라 할 수 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내 민족 커뮤니티 중 한인 커뮤니티가 제일 약합니다. 이스라엘, 중국, 네팔 등이 큰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죠.”

이 기술사가 말하는 두 번째 조건은 적합한 인재 확보다. 미국에는 현지 경력을 쌓고 싶어하는 젊은 한인 엔지니어가 많은데, ‘잡 디스크립션 핏(Job Description Fit 공고의 요구 조건 및 역량)’을 정확히 맞추는 게 중요하다. 특히 전공 연결성이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다양한 부서를 경험한 것이 장점이 되지만 미국 기준에서는 아무런 연결성이 없는 커리어를 가지는 것이 된다. 마지막으로 현지화와 조직 구조다. 미국 정부의 스몰비즈니스 지원 프로그램은 지분 50% 이상을 확보한 오너가 반드시 시민 또는 영주권자일 때만 적용된다. 이 점을 모르면 사업 모델이 흔들린다는 것이 이 기술사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이 기술사는 “오너가 현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기업 전체가 실패한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임국희 변호사 “미국 진출의 핵심은 신분 안정과 Equity 개념의 이해”

임 변호사 역시 발표 서두부터 미국과 유럽의 GDP를 비교하며 “미국이 과거의 위상을 잃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테크42)

임국희 변호사는 미국 보스턴에서 로펌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 후 동시통역사로 10년 이상 경력을 쌓다가 로스쿨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공익에 헌신하겠다는 소신을 가지고 헌법재판소에 들어가 8년을 근무했다. 이후 우연찮게 미국 로스쿨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었고, 세법을 접하며 미국에 정착해 미국 변호사로 살아오고 있다. 현재는 세법과 더불어 이민법 전문 변호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런 임 변호사 역시 발표 서두부터 미국과 유럽의 GDP를 비교하며 “미국이 과거의 위상을 잃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GDP 1인당 8만6000달러, EU는 4만4000달러 수준입니다. 3억 3000만명의 인구를 가진 나라의 평균 1인당 GDP가 8만 6000달러라는 것은 엄청난 거죠. 한국 기준으로 평균 소득이 1억이 넘어가는 겁니다. 한국은 3만 달러 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과 비교해 보면 더욱 명확해 집니다.”

그러면서 임 변호사는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미국 사회 역시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성장 동력은 여전히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에 반론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변호사는 판례법 기반의 미국법 특징을 언급했다. 이는 법률 조문보다 개별 사건의 판례를 통해 법이 구축되는 방식으로 대륙법 체계(독일식)를 따르는 한국과 다른 점이 많다. 가령 미국에서는 같은 문서가 증거라도 판사가 사정(Equity)을 고려해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임 변호사는 “조지아 현대차 사태도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임 변호사는 “미국 진출 기업이나 전문 기술인이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것은 신분(Status)”이라며 “오너의 체류 신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비즈니스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사진=테크42)

“Equity는 영미법의 아주 특수한 법률 개념이에요. 아무리 법률 규정상 맞다고 해도 사람들이 느끼는 저변에 부당하다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있을 수 있죠. 법률이 인간사의 모든 것을 규정할 수는 없고 빈틈이 존재하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한국은 그런 법률의 체계에서 벗어나지 않아요. 하지만 미국은 그것을 벗어납니다. Equity라는 이 법률 제도 하에서는 완전히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어요. 미국에서는 아무리 서류상 형식적으로 요건을 갖췄다고 해도 실질 내용이 없으면 언제든 비자나 자격이 취소될 수 있어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될 수 없다는 거죠. 실질적인 공정과 정의의 개념이 훨씬 강한 거예요.”

그러면서 임 변호사는 “미국 진출 기업이나 전문 기술인이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것은 신분(Status)”이라며 “오너의 체류 신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비즈니스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기업 설립은 간단하지만, 오너가 영구적인 체류 신분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세금·조직·네트워크 계획이 모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임 변호사는 “비자 발급 비용도 현실적으로 부담된다. H-1B 전문직 비자 수수료가 최근 10만 달러로 상향됐다. 인도계 노동자를 겨냥한 조치지만 한국 기업에도 여파가 온다”고 덧붙였다.

이어 임 변호사는 미국 진출의 3단계를 ‘진입(Entry) – 확장(Scale) – 정착(Settle)’으로 정리하며 “단계를 건너뛰면 리스크가 커진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법인 설립이 목표가 아니라, 미국 현지에서 사업이 돌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게 진정한 미국 진출”이라고 강조했다.

발표 말미 임 변호사는 “미국 시장은 좋은 비즈니스 모델과 현지화, 법적 규제 준수, 파트너십 네트워크가 맞물려야 성공한다”며 “기업과 기술인은 비자·조직·법제·문화의 네 가지 축을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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