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조 투자한 AI 칩, 2년 만에 '고철'?… 빅테크의 감가상각 딜레마

[AI요약] 구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들이 엔비디아의 GPU를 사들이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는 매년 새로운 AI 칩을 출시하고 있다. 빅테크들은 자사 서버의 사용 가능 기간이 최대 6년이라고 밝혔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컴퓨터 장비의 수명이 2~6년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새로운 엔비디아의 AI 칩의 가장 큰 경쟁자가 엔비디아의 이전 AI가 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올해 초 발표한 새로운 AI칩 ‘블랙웰’(Blackwell). (이미지=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향후 5년간 AI 데이터센터에 1500조 원 가까이 투자하기로 하면서, 업계에서는 뜻밖의 골칫거리가 불거지고 있다. 바로 엔비디아의 고가 GPU(그래픽 처리 장치)가 얼마나 빨리 가치를 잃느냐는 '감가상각' 문제다.

회계 용어가 산업 화두로

감가상각은 기업이 구매한 고정 자산의 가치 감소를 시간에 따라 나눠 회계에 반영하는 개념이다. 건물이나 기계처럼 수십 년 쓰는 자산은 수명이 길어 감가상각 기간도 길지만, 기술 발전이 빠른 IT 장비는 얘기가 다르다.

빅테크들이 수십만 대의 엔비디아 GPU를 사들이면서 이 장비들이 실제로 얼마나 오래 쓸 수 있을지가 투자자와 경영진의 핵심 관심사로 떠올랐다. 감가상각 기간을 길게 잡으면 당장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비용 부담이 줄어들지만, 실제로 장비가 예상보다 빨리 쓸모없어지면 손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6년? 2년? 엇갈리는 전망

구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공식적으로 자사 서버 장비의 수명을 최대 6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연례 보고서에서 컴퓨터 장비 수명을 2~6년으로 폭넓게 잡았고, 아마존은 최근 일부 서버 수명을 6년에서 5년으로 줄였다.

문제는 AI GPU가 아직 시장에 나온 지 얼마 안 됐다는 점이다.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용 AI 프로세서를 처음 출시한 것은 2018년이고, 본격적인 AI 붐은 2022년 말 챗GPT 출시 이후 시작됐다. 이 기간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매출은 연간 약 22조 원에서 167조 원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수십 년간 사용해 온 일반 서버와 달리, AI GPU의 실제 수명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고 지적한다.

낙관론: "중고 시장도 여전히 뜨겁다"

일부 업체들은 낙관적이다. 엔비디아 GPU를 사서 고객에게 임대하는 코어위브(CoreWeave)는 6년 감가상각 주기를 적용하고 있다. 마이클 인트레이터 코어위브 CEO는 실적 발표에서 "데이터에 기반해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0년 출시된 A100 칩은 출시 즉시 매진됐고, 2022년 나온 H100 칩은 계약 만료 후 원가의 95%에 재판매됐다. 구형 칩도 여전히 수요가 높다는 증거다.

코어위브 측은 이런 데이터를 근거로 엔비디아 GPU의 가치가 오래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의론: "매년 신제품 나오는데 누가 구형 칩 쓰나"

블랙웰 이전 세대인 엔비디아 AI칩 ‘호퍼’(Hopper). (이미지=엔비디아)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GPU가 6년 전에 가치를 잃을 수 있는 이유는 여럿이다. 물리적으로 고장 날 수도 있고, 새 제품이 나와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특정 작업에는 쓸 수 있어도 경제성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도 크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조차 이 문제를 인정했다. 올해 초 신제품 블랙웰을 발표하면서 "이전 모델 호퍼의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출시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AI 칩을 당초 2년마다 출시했지만, 이제는 매년 새 제품을 내놓는다. 경쟁사 AMD도 연례 출시 체제로 전환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한 세대에 올인 못 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이런 상황을 직접 언급했다. "AI 칩 구매를 분산하고 특정 세대 제품에 과도하게 투자하지 않으려 한다"며 "새 엔비디아 칩의 가장 큰 경쟁자는 바로 이전 세대"라고 말했다.

그는 "엔비디아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제품 교체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라며 "한 세대 칩을 4~5년씩 감가상각해야 하는 상황에 갇히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마존도 2월 보고서에서 "AI와 머신러닝 분야의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일부 서버 수명을 단축했다"고 밝혔다.

회계 전문가 "경영진 판단이 관건"

더스틴 매드슨 감가상각전문가협회 부사장은 "감가상각은 경영진의 재무적 추정치로, 기술처럼 빠르게 변하는 산업에서는 초기 예측이 쉽게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가상각 추정치는 기술적 노후화, 유지보수 비용, 유사 장비의 과거 수명, 내부 엔지니어링 분석 등을 고려한다"며 "AI GPU는 역사가 짧아 더욱 어려운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들도 주목

이 문제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GPU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사다. GPU 교체 주기가 빨라지면 HBM 수요도 늘어나지만, 반대로 빅테크들이 투자를 줄이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클라우드 업체들도 GPU 투자 시기와 규모를 결정할 때 이런 감가상각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AI 칩 투자는 이제 단순히 성능만 보는 게 아니라 투자 회수 기간까지 계산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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