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애플이 2025년 한 해 동안 약 2억4300만 대의 아이폰을 시장에 공급하며, 삼성전자의 2억3500만 대를 근소하게 앞서게 된다. 비율로 환산하면 애플이 19.4%를 차지해 18.7%의 삼성을 제쳤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다. 2011년 이후 지속되어온 삼성의 출하량 1위 체제가 마침내 무너진 것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번 역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이번 판도 변화의 결정적 계기는 지난 11월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마련되었다. 9월 말 출시된 아이폰17 시리즈는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몰이를 기록했다. 출시 한 달여 동안 미국 본토에서 전작 대비 12% 많이 팔렸고, 중국 시장에서는 무려 18%나 판매가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현상은 제품 공급 부족 사태였다. 블랙프라이데이 직후 애플 매장에서는 아이폰17 에어 모델의 배송 대기 기간이 이틀, 프로 맥스는 하루씩 늘어났다. 이는 수요가 공급을 압도했다는 명백한 증거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품귀 현상이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이어지며 4분기 실적을 한층 더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삼성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11월 중순 내놓은 갤럭시S25 시리즈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다,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제조사들의 공세에 밀리는 양상이다. 특히 인도 시장에서 비보와 오포의 합산 점유율이 21%까지 올라가는 동안 삼성은 15%로 5위권까지 밀려났다.
14년 전 삼성이 처음 정상에 올랐을 때의 시장 환경을 떠올려보자. 당시는 기존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대전환이 진행되던 격동기였다. 삼성은 갤럭시S부터 갤럭시노트까지 다채로운 제품군으로 '물량 공세' 전략을 펼쳐 아이폰4 하나로 버티던 애플을 눌렀다. 그때는 얼마나 많이 파느냐가 승부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2025년의 전장은 완전히 다르다.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고가 제품 중심의 수익 구조가 산업의 새로운 표준이 되었다. 애플 제품 중 프리미엄 라인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달하지만, 삼성은 42%에 머물고 있다.
더 중요한 차이는 '생태계 잠금 효과'의 위력이다. 한번 아이폰을 선택한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애플워치, 에어팟, 맥북으로 연결되며 다른 브랜드로 전환하기 어려워진다. 삼성이 여전히 '하드웨어 판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안, 애플은 '생태계 기반 구독 모델'로 수익원을 다각화했다.
한 증권사 분석가는 "2011년은 삼성이 '양'으로 이긴 시대였지만, 2025년은 애플이 '질과 생태계'로 승기를 잡은 구조"라며 "삼성이 중저가 영역에서 중국 업체들에게 계속 밀리는 상황에서는 출하량 1위 재탈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카운터포인트가 2029년까지 애플의 시장 지배력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는 데는 숨겨진 이유가 있다. 바로 중고 아이폰 시장이다.
2023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약 2년 반 동안 거래된 중고 아이폰은 무려 3억5800만 대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신제품 아이폰 판매량의 90% 수준이다. 중고폰을 구매한 사용자들은 통상 3~4년 후 새 모델로 업그레이드하는 경향이 있어, 2027년부터 2029년 사이에 대규모 교체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5년 상반기 글로벌 중고폰 시장에서 애플의 리퍼비시 제품 판매는 전년 대비 7% 늘었지만, 삼성은 4% 성장에 그쳤다. 선진국 시장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져 애플이 12% 급증한 반면 삼성은 4%에 머물렀다.
가격 면에서도 차이는 명확하다. 2025년 상반기 아이폰 중고 제품은 평균 520달러(약 74만 원)에 거래되었지만, 갤럭시는 310달러(약 44만 원)였다. 중고 시장에서도 '애플 프리미엄'이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애플은 내년 상반기 599달러(약 85만 원) 가격대의 '아이폰17e'를 출시해 중저가 시장까지 공략할 계획이다. 기존 아이폰16e보다 사양은 높이면서도 가격은 동결하는 전략으로 가성비 경쟁력을 강화한다.
더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2026년 하반기 예정된 애플 최초의 폴더블 아이폰 출시다. 삼성이 갤럭시Z폴드·플립 시리즈로 선점한 폴더블 영역을 본격적으로 위협하게 된다.
카운터포인트는 "애플이 다양한 가격대 제품군 확대와 프로·베이스 모델 출시 시기 조정으로 신흥시장 수요까지 포착하고 있다"며 "2027년 예정된 대대적인 디자인 개편과 시리 개선까지 고려하면 2020년대 말까지 선두 유지가 확실하다"고 내다봤다.
가장 충격적인 변화는 삼성전자 본사가 위치한 한국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2025년 기준 국내 20대 여성의 아이폰 사용률은 78%에 달하며, 30대 여성도 60%를 넘어섰다. 40~50대는 여전히 갤럭시가 압도적(50대 89%)이지만, 미래의 핵심 소비층에서는 애플이 우위를 점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본사 소재지인 한국에서조차 젊은 세대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브랜드 파워 격차가 구조적 문제로 고착되었다는 의미"라며 "갤럭시 플래그십 모델의 가격 조정 압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의 1위 굳히기는 국내 협력사들에게도 엇갈린 영향을 미친다.
아이폰17 시리즈에 OLED 패널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는 수혜주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아이폰 패널 공급량을 전년 대비 20% 확대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아이폰용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 증가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반면 갤럭시 주력 공급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는 출하량 감소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한 증권사는 "삼성전자 모바일 부문 영업이익이 정체되면서 협력사 수주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BOX] 2025년 vs 2011년 스마트폰 시장 비교
| 항목 | 2011년 | 2025년 |
|---|---|---|
| 시장 환경 | 피처폰→스마트폰 전환기 | 시장 성숙기 |
| 승부 포인트 | 출하량 경쟁 | 프리미엄·생태계 |
| 삼성 전략 | 다양한 라인업 물량 공세 | 중저가+프리미엄 투트랙 |
| 애플 전략 | 단일 모델(아이폰4) | 생태계 락인+서비스 |
| 중국 업체 | 미약 | 중저가 시장 장악 |
| 중고폰 시장 | 미미 | 애플 독주(신제품 90% 수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