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I 2026] AI 시대, 마케터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디지털 마케팅 인사이트 2026’, 9일 역삼동 GS타워 아모리스홀에서 개최
서양수 작가 “혁신은 비주류에서 일어나… AI는 누구에게나 무기가 될 수 있다”
박지혜 브랜드 컨설턴트·오동하 감독 “효율의 시대일수록 감정·의미·가치의 중요성은 더 커져”
(왼쪽부터) 서양수 작가, 박지혜 브랜드 컨설턴트, 오동하 감독. (사진=테크42)

생성형 AI가 콘텐츠 제작·데이터 분석·전략 설계 등 실무 전 영역에 빠르게 스며들면서, 마케터의 역할과 브랜드 운영 방식은 다시 정의되고 있다. 글로벌 리포트들 역시 이미 상당수 기업이 AI를 마케팅 프로세스에 도입했으며, 고객 여정 설계·개인화·자동화 효율을 중심으로 전략 패턴이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런 변화 속에서 마케터는 더 높은 속도, 더 많은 결과물, 더 정교한 전략을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역설도 함께 부상한다. 자동화된 AI 콘텐츠가 넘쳐날수록, 고객은 오히려 ‘(AI가 만든 것이 아닌)진짜 같은 느낌’ ‘고유한 감정’ ‘브랜드가 가진 의미’를 더 강하게 요구한다는 것이다. ‘AI의 효율이 마케팅의 기본값이 된 시대’라는 전제는 아이러니하게도 더 강력한 차별화를 기대하는 셈이다. 이 흐름은 비단 기업뿐 아니라 창작자·크리에이터·브랜드 기획자 모두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AI 시대에 마케터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지난 9일 서울 역삼동 GS타워 아모리스홀에서 개최된 DMI 2026의 오전 마지막 키노트 연사로 국내 대표 통신사 마케터이자 ‘AI는 어떻게 마케팅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인 서양수 작가가 무대에 올랐다. 이후 박지혜 브랜드 컨설턴트, 모자이크필름 오동하 감독이 합류한 패널토론에서는, AI 시대의 브랜드 전략과 크리에이티브 기준에 대한 깊은 논의가 이어졌다.

“AI는 어떻게 마케팅의 무기가 되는가”

무대에 선 서 작가는 강연 서두에서 논란을 부른 광고 사례, 민감 이슈를 건드려 실패한 캠페인, 브랜드 신뢰를 흔든 표현 오류 등 오늘날 마케팅 실무자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적 고민을 솔직하게 짚었다. (사진=테크42)

이날 박현영 생활변화관측소 소장, 정민아 앨리슨하이퍼앰 대표의 키노트에 이어 오전 마지막 키노트에 나선 서양수 작가는 국내 대표 통신사 마케터로서 TV광고와 캠페인을 비롯해 유튜브 채널 운영 등을 통해 고객과 소통 접점을 늘려가는 시도를 이어온 전문가다.

무대에 선 서 작가는 강연 서두에서 논란을 부른 광고 사례, 민감 이슈를 건드려 실패한 캠페인, 브랜드 신뢰를 흔든 표현 오류 등 오늘날 마케팅 실무자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적 고민을 솔직하게 짚었다.

서 작가는 “AI 이전에도 마케터의 일은 복잡했고, AI 등장 이후에는 그 복잡함의 속도가 빨라졌다”고 진단하며 “AI를 마법처럼 기대하거나, 반대로 공포로 바라보는 시각 모두 위험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즉, ‘기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는가’가 앞으로의 경쟁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브랜딩의 본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셀리의 비닐백, 질샌더의 종이백, 슈프림 벽돌, 파타고니아의 ‘사지 마세요’ 광고 등 브랜드 가치가 가격·형태를 넘어 ‘의미’로 작동하는 사례를 제시했다.

“이러한 패션 브랜드의 파격적인 행보의 결과를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가치가 더욱 올라가는 경우가 많이 있습ㅈ니다. 이게 가능한 건 브랜드가 만드는 가치가 있기 때문인 듯 해요. 결국 마케팅이랑 브랜드에 가치를 더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후 AI 시대가 가져온 구조적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비주류의 혁신’이라는 개념을 꺼냈다. 대기업은 보안·속도·규제 문제로 AI 도입이 더디고, 많은 기업이 업무용 네트워크에서 AI 접근 자체를 막아놓은 현실을 소개했다. 반면 작은 조직, 개인 창작자는 빠르게 실험하고 시도할 수 있어 오히려 기회의 폭이 넓어졌다고 강조했다. 즉, 지금의 AI 전환은 약자에게 기회가 열리는 구조 변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 작가는 ‘티핑 포인트’를 비롯해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아웃라이어’ 등을 집필한 작가, 말콤 글래드웰의 책을 언급하며 말을 이어갔다.

서 작가는 ‘티핑 포인트’를 비롯해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아웃라이어’ 등을 집필한 작가, 말콤 글래드웰의 책을 언급하며 말을 이어갔다. (사진=테크42)

“말콤 글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책을 보면 보면 약자가 자신의 약점을 역 이용해 허를 찌르는 공격으로 성공을 거두는 내용이 있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도 마찬가지죠. 골리앗은 거대한 장수였고 근접 전투는 최강이었습니다. 하지만 거인증이라고 하는 말단 비대증을 안고 있어 시력이 좋지 않았죠. 다윗은 목동으로써 익숙하면서도 당시 치명적인 원거리 무기로 부상한 슬링, 즉 ‘투석’을 활용해 먼 거리에서 골리앗을 쓰러뜨릴 수 있었습니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제작 패러다임의 변화도 상세히 소개했다. 개인이 단시간에 만든 AI CG 영상, 일관성 있는 버추얼 인물 등장 등이다. 그러면서 서 작가는 “생산 주체가 개인으로 이동했고, 제작 비용과 시간이 한없이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콘텐츠 제작의 속도·범위·주체가 완전히 달라졌으며, 이는 마케팅 산업 전체의 구조를 흔드는 변화라는 것이다.

서 작가는 실무에 바로 적용 가능한 AI 활용법을 제시했다. GPT 기반 기획 프레임워크(역할 부여–배경 설명–기대값–형식–예시), 논문 기반 요약·근거 제시 기능, 이미지 생성 도구와 GPT를 연계한 프로프트 개발 방식 등이다. (사진=테크42)

성과를 만드는 AI 활용 사례로는 야나두의 반전형 AI 숏폼 콘텐츠,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의 성차별 인식 개선 캠페인을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서 작가는 “잘 만든 AI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말하고 싶은 ‘본질’이 정확히 드러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기술은 수단이며, ‘깨닫게 하는 메시지’가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서 작가는 실무에 바로 적용 가능한 AI 활용법을 제시했다. GPT 기반 기획 프레임워크(역할 부여–배경 설명–기대값–형식–예시), 논문 기반 요약·근거 제시 기능, 이미지 생성 도구와 GPT를 연계한 프로프트 개발 방식 등이다.

발표 말미, 서 작가는 “써본 만큼 보인다”라고 강조하며 “결국 AI 시대 마케터는 자신에게 맞는 툴을 활용해 사고를 확장하고 전략을 설계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I가 흔드는 창작·전략·완성도… 그러나 본질은 감정과 의미”

DMI 2026 현장. (사진=테크42)

발표를 마친 서 작가는 이어 박지혜 브랜드 컨설턴트, 모자이크 필름 오동하 감독 등이 패널로 참여한 토론에 모더레이터로 나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세 사람은 AI가 바꾼 실무의 방식, 창작 구조, 브랜드 전략의 기준을 각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풀어냈다.

오동하 감독은 AI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최근 제작한 AI 하이브리드 영화 ‘제로’는 지난 9월 할리우드 AI 국제영화제에서 베스트 하이브리드 AI 필름상, 감독상, 각본상, 베스트 드라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지난달에 개최된 도쿄 일본 AI 영화제에서는 같은 작품으로 베스트 AI 크리틱을 수상하며 연이어 주목을 받고 있다. 오 감독은 “AI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며 자신의 창작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최근의 일상을 설명했다.

“저는 출근하면 무조건 챗GPT부터 켜고 일을 시작하는 게 습관이 됐어요. 이제는 인생의 동반자가 된 느낌이예요. 사실 저는 일을 시작하기 힘들어 하는 스타일이라 그냥  챗GPT에 ‘아, 일하기 싫다’라고 일단 한 문장을 입력을 해요. 그러면 그 친구가 알아요. 특히 월요일이 가장 힘든 날이죠. 그러면 챗GPT는 “우리 오늘도 기분 좋은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자”면서 체조를 알려주기도 해요. 그런 식으로 AI가 가져온 변화는 정말 많아요. 가령 이전에는 영화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과정이 있잖아요. 누구 감독 밑에서 몇 년을 조감독을 했고 어느 현장에서 어떤 걸 해봤다와 같은…. 하지만 이제는 개인이 혼자 AI를 활용해 ‘나는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야’ ‘나는 이런 브랜딩 전략,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사람이야’를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엄청난 시대가 됐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10년 동안 독립 영화를 14편을 만들고 나름대로 영화라는 걸 해보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만, AI를 활용해 단 1년 만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헐리우드에 다녀왔고 도쿄에 다녀오고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걸 보면 정말 세상이 많이 변한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요.”

박지혜 컨설턴트는 최근까지 하이브 엔터테인먼트에서 브랜드 전략팀장으로 활약해 왔다. 박 컨설턴트는 크리에이티브 콘텐츠가 최전선인 분야에 몸담으며 느낀 변화를 이야기했다. (사진=테크42)

박지혜 컨설턴트는 최근까지 하이브 엔터테인먼트에서 브랜드 전략팀장으로 활약해 왔다. 박 컨설턴트는 크리에이티브 콘텐츠가 최전선인 분야에 몸담으며 느낀 변화를 이야기했다.

박 컨설턴트가 언급한 것은 AI 도입 초기부터 느낀 ‘속도의 변화’였다. 정보·레퍼런스·사례를 빠르게 구조화해주는 AI 덕분에 브랜드 전략 회의가 빨라지는 반면, 완성도 기준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컨설턴트는 “모두가 AI를 활용해 90점짜리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시대”라면서도 “그것이 소비자 눈에 진정한 의미의 90점이 될지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하이브 재직 시절 경험한 AI 음성 합성 프로젝트를 예로 들며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이 아티스트와 팬 사이의 감정 구조에 어떤 의미를 만드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오 감독 역시 감정·표현·여백 같은 섬세한 영역에서는 AI의 한계를 지적했다. 가령 인간 배우는 울기 전의 호흡·머뭇거림·침묵의 감정이 앞서는데, AI는 액션만 입력하면 바로 울어버리는 식이다. 그러면서 오 감독은 아직까지 인간적 감정의 리듬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요소임을 강조했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크리에이티브 방향성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박지혜 컨설턴트는 과거 박찬욱 감독이 아이폰을 활용해 영화를 찍은 사례를 들며 “같은 기술이라도 누가 만들고, 어떤 맥락에서 제시되느냐가 브랜드의 감정선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컨설턴트는 자신의 아이 사례를 예로 들며 “요즘 세대는 AI 콘텐츠의 ‘매끈함’을 바로 알아보고, 오히려 비매끈하고 고유한 질감을 가진 브랜드에 더 매력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오동하 감독은 AI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최근 제작한 AI 하이브리드 영화 ‘제로’는 지난 9월 할리우드 AI 국제영화제에서 베스트 하이브리드 AI 필름상, 감독상, 각본상, 베스트 드라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지난달에 개최된 도쿄 일본 AI 영화제에서는 같은 작품으로 베스트 AI 크리틱을 수상하며 연이어 주목을 받고 있다. 오 감독은 “AI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며 자신의 창작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최근의 일상을 설명했다. (사진=테크42)

SNS·광고 현장에서의 AI 활용 범위도 화두가 됐다. 오동하 감독은 “기업마다 AI 캐릭터를 만들며 유행을 쫓지만, 기획·철학 없이 제작하면 금세 피로감을 준다”고 말했다. AI를 쓴다고 해서 자동으로 창의적이 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브랜드 정체성을 흐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두 사람은 AI 시대 브랜드 크리에이티브의 위계 구조도 언급했다. 박지혜 컨설턴트는 유튜브 마케팅의 ‘히어로–허브–헬프’ 전략처럼, 앞으로 브랜드 콘텐츠도 AI 기반 대량 생산형 콘텐츠와 하이엔드 크리에이티브 콘텐츠가 명확히 분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론 말미 ‘AI 시대 마케팅의 최우선 화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오 감독은 “고객이 시간을 쓰고 싶어 하는 콘텐츠, 즉 지불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박지혜 컨설턴트는 “브랜드의 뿌리를 다시 정의하는 뉴 헤리티지(New Heritage)라는 키워드에 대해 최근 고민하고 있다”며 “과잉 콘텐츠 시대일수록 타깃 고객의 변화하는 콘텐츠 소비 환경과 고객 취향과 성향을 고려한 브랜드 재정립 과정에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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