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주도 기후산업 육성 모델 주목...전북, '실증 테스트베드' 전략으로 스타트업 유치

2025 기후테크 창업기업 성장지원사업 ‘SWITCH’ 신규트랙(Ground Stage) 데모데이

전북특별자치도가 추진하는 기후기술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SWITCH' 2차 데모데이가 지난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막을 내렸다.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 컴업(COMEUP) 2025 부대 행사로 진행된 이번 경연에는 수소·탄소포집·환경모니터링 분야 스타트업 7개 사가 참가했으며, 약 100명의 투자사·협력기관 관계자가 참관했다.

"지방을 거대한 실증 무대로"...전북의 차별화 전략

행사의 백미는 전북특별자치도 창업지원과 신현영 과장이 발표한 '2026년 창업 생태계 활성화 방안'이었다.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실증(PoC) 중심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체적 로드맵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신 과장은 "전북은 농생명·재생에너지·친환경 제조 인프라가 집적된 지역"이라며 "이를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실험 무대로 제공하고, 검증된 기술은 투자 유치와 스케일업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산업단지 내 에너지 효율화 기술 실증 ▲농업 메탄 저감 솔루션 농가 적용 ▲수소 생산·저장 기술 지역 공공시설 테스트 등이 거론됐다. 규제 샌드박스 특례와 지역 공공기관의 '얼리어답터' 역할도 함께 추진된다.

이는 수도권 중심 창업 지원과는 차별화된 접근이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기술을 검증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초기 스타트업이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투자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전략이다.

7개 팀 경연, 수소 기술 2곳이 상위권 석권

이날 발표에 나선 7개 팀은 ▲에이이에스텍(무수암모니아 전기분해 수소 생산) ▲하이드로엑스펜드(음이온교환막 수전해 시스템) ▲사이클엑스(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엔클라이언(AI 기반 CCUS 모니터링) ▲제로시스(산업 공정 메탄 포집) ▲아이팝(공기질 센싱) ▲이노테코(친환경 코팅 소재) 등이다.

심사단은 디캠프, GS건설,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 슈미트, 에이티넘, 트라이앵글파트너스, 대교인베스트먼트 등 주요 VC 심사역 7인으로 구성됐다. 평가 기준은 ▲기술 혁신성 ▲시장성 ▲팀 역량 ▲전북 생태계 기여도 등이었다.

최종 결과 대상(1000만원)은 하이드로엑스펜드, 최우수상(500만원)은 에이이에스텍, 우수상(각 250만원)은 엔클라이언과 사이클엑스가 수상했다. 수소 생산 기술을 보유한 2개 사가 1·2위를 차지하면서, 전북이 그린수소 생산 거점으로 포지셔닝하려는 의도와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수상 기업에게는 상금 외에도 ▲전북 내 실증 프로젝트 우선 참여 ▲후속 투자 연계 ▲전북테크노파크 장비·인프라 이용 지원이 제공된다.

에너지 전환 시대, 지방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인사이트 세션에서는 에너지 전문 저술가 문경희씨가 '글로벌 에너지 산업 재편' 트렌드를 소개했다. 문씨는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 가속화로 전력시장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통합관리, 수소·암모니아 연료 전환, CCUS(탄소포집·저장) 상용화가 2026년 핵심 화두"라고 전망했다.

이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에게 거대한 시장 기회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실증 데이터와 산업 파트너십이 없으면 진입장벽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북이 '실증 테스트베드' 전략을 내세운 배경이다.

지방정부 주도 클러스터 모델, 지속 가능성은?

SWITCH 프로그램은 전북도·전북테크노파크·소풍커넥트(액셀러레이터)가 공동 운영하는 구조다. 2025년에는 '성장 트랙(기존 기업 대상)'과 '신규 트랙(초기 기업 대상)' 2개로 나뉘어 진행됐다.

소풍커넥트 최경희 대표는 "지방정부가 단순 보조금 지급을 넘어 산업 인프라·규제 특례·공공 수요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모델은 주목할 만하다"며 "다만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민간 투자 유입과 후속 매출 창출이 실제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북 지역 벤처투자 규모는 2024년 기준 전국의 약 0.8% 수준에 불과하다. 실증 성과가 서울·경기 VC의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으면, 프로그램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북테크노파크 관계자는 "이번 데모데이 참가 기업 중 3곳이 전북 내 실증 프로젝트 MOU를 체결했다"며 "2026년 상반기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시리즈A 투자 연계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재엽 기자

anihil@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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