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첫 'SNS 중독' 재판서 메타·유튜브 패소…1,500건 후속 소송 '도미노' 예고

미국 배심원단이 소셜미디어 중독 설계를 이유로 메타와 유튜브에 처음으로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600만 달러(약 86억 원) 배상을 평결했다.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상급법원 배심원단은 3월 25일(현지시간) 메타와 유튜브가 미성년자였던 원고 케일리(KGM·현재 20세)에게 과실과 경고 의무 위반으로 피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배상액은 보상적 손해배상 300만 달러(약 43억 원)에 징벌적 손해배상 300만 달러(약 43억 원)을 더해 총 600만 달러(약 86억 원)이다. 메타가 전체 책임의 70%, 유튜브가 30%를 각각 부담한다.

배심원단은 9일간 약 44시간의 심리 끝에 평결에 도달했다. 배심원 12명 중 10명이 원고 측 주장을 지지했고, 과실·경고 의무 위반 여부 등 모든 질문에 책임을 인정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플랫폼에 올라온 '콘텐츠'가 아닌 플랫폼의 '구조' 자체였다.

원고 측 변호인단은 무한스크롤, 상시 알림, 자동재생, 뷰티 필터 등의 기능이 앱을 일종의 '디지털 카지노'로 만들었고, 미성년자가 도저히 내려놓을 수 없도록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이 전략은 법적으로도 영리했다. 미국 통신품위법 230조(Section 230)는 플랫폼이 이용자 게시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도록 보호한다. 원고 측은 콘텐츠가 아닌 설계 결함을 문제 삼음으로써 이 방어막을 정면으로 피해갔다. 배심원단이 이 논리를 받아들인 것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지금껏 230조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해온 관행에 균열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메타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직접 법정에 출석해 증언했다. CNBC 등 보도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이용자가 좋은 경험을 하지 못한다면 왜 계속 사용하겠느냐"며 청소년 안전이 항상 회사의 최우선 과제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심원단을 설득하지 못했다.

메타는 판결 직후 "평결에 동의하지 않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유튜브 측 구글도 "이번 소송은 유튜브를 오해한 것이며, 유튜브는 책임감 있게 구축된 스트리밍 플랫폼"이라며 항소 방침을 밝혔다.

이번 평결은 단독 사건이 아니다. 하루 전날인 3월 24일, 뉴멕시코주 배심원단은 메타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아동 성범죄자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3억 7,500만 달러(약 5,400억 원)의 배상을 명령했다. 메타 입장에서는 이틀 연속 대형 패소다.

이번 LA 소송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을 상대로 제기된 1,500건 이상의 유사 사건 중 처음으로 배심 재판까지 간 사례다. 올여름에는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서 전국 학교·학부모들이 메타·유튜브·틱톡·스냅을 상대로 제기한 유사 소송의 첫 재판도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을 1990년대 담배 회사들이 중독성 설계 책임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합의금을 지불해야 했던 사례와 유사하다고 분석한다. 기업들이 향후 소송에서 계속 패소할 경우 막대한 배상금은 물론 플랫폼 설계 자체를 변경해야 하는 압박에 처할 수 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온라인 안전 감시단체 커먼센스 미디어(Common Sense Media) CEO 제임스 스타이어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아동 안전보다 참여도를 앞세우지 않았다면 재판정에 서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며 "이제 경영진이 책임을 지게 됐다"고 밝혔다.

정재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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