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지옥이 싫었다"…비전공 공무원 혼자서 쓴 공직사회 AI 혁신

류승인 주무관의 일상은 서류와의 전쟁이었다. 매호 광진구 소식지 '아차산메아리'를 만들 때마다 각 팀에서 HWP 파일로 넘어오는 원고만 200건이 넘었다. 법령 검색도 매번 수동이었다. 지난해 10월 생성형 AI를 본격 활용하기 시작한 그가 선택한 방향은 단순 사용이 아니라 직접 개발이었다. (이미지=젠스파크로 생성)

최근 서울 지자체 주무관이 현장 업무 불편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만든 AI 연동 도구 두 종이 공직사회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 광진구청에서 소식지를 편집하는 류승인 주무관이 그 주인공이다.

류 주무관이 만든 AI 연동 도구는 한글(HWP) 문서를 AI가 읽을 수 있도록 변환하는 'kordoc'과 법령·판례를 AI 어시스턴트로 즉시 검색할 수 있는 'korean-law-mcp'다. 두 도구 모두 오픈소스로 무료 공개됐다.

소셜 미디어 서비스 등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류승인 주무관의 일상은 서류와의 전쟁이었다. 매호 광진구 소식지 '아차산메아리'를 만들 때마다 각 팀에서 HWP 파일로 넘어오는 원고만 200건이 넘었다. 법령 검색도 매번 수동이었다. 지난해 10월 생성형 AI를 본격 활용하기 시작한 그가 선택한 방향은 단순 사용이 아니라 직접 개발이었다.

첫 번째 결과물 kordoc은 공공기관 표준 문서 형식인 HWP·HWPX·PDF를 AI가 처리할 수 있는 마크다운(텍스트 기반 문서 서식) 구조로 자동 변환하는 도구다. 한컴오피스 없이도 작동하며 윈도·맥·리눅스를 모두 지원한다.

한글 문서 자동화는 그간 윈도 운영체제에서만 작동하는 방식에 묶여 있었고, 공개된 파일 규격 문서도 사실상 없었다. kordoc은 HWP 바이너리 구조를 직접 분석해 이 한계를 극복했다. 학교 교육과정안, 시설 점검 보고서, 구청 소식지 등 5개 실제 정부 프로젝트에서 검증을 마쳤다.

깃허브 페이지 캡쳐 (출처=Kordoc 깃허브. github.com/chrisryugj/kordoc)

놀라운 사실은 류 주무관이 경영학과 출신 비전공자로, 생성형 AI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불과 지난해 10월부터라는 점이다. 그런 류 주무관이 깃허브에 밝힌 개발 배경은 이렇다.

"대한민국 정부는 HWP로 돌아간다. 243개 지방자치단체와 수천 개 공공기관이 매일 수북이 쌓이는 HWP 파일을 생산한다. 여기서 텍스트를 꺼내는 것은 항상 악몽이었다. kordoc은 그 문서 지옥에서 태어났다."

두 번째 결과물 korean-law-mcp는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공개 API를 기반으로 현행 법률 1,600개 이상, 행정규칙 1만 개 이상, 대법원·헌법재판소·조세심판원·관세청 판례를 AI 어시스턴트에서 직접 호출할 수 있게 해주는 MCP(AI 모델과 외부 도구를 연결하는 표준 프로토콜) 서버다.

류 주무관은 "법제처를 백 번째 수동 검색하다 지쳐서 만들었다"고 개발 배경을 덧붙였다. 약칭 자동 인식('화관법' → '화학물질관리법'), 구법·현행법 자동 비교, 법령 검색부터 판례 조회·해석례 확인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복합 리서치 기능 등 64종의 도구를 제공한다. 별도 설치 없이 인터넷 접속만으로 이용 가능하다.

류 주무관 사례가 주목받는 핵심은 출발점이다. 기관 주도의 예산 투입 없이, 현장 직원이 퇴근 후 직접 문제를 정의하고 도구를 만든 '바텀업 AI 혁신'이라는 점에서다. 현재 류 주무관은 광진구청 AI 동호회 'AI.Do' 소속으로 활동 중이며, 이 사례는 최고 AI 책임자(CAIO) 협의회에 소개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 자치구 중 송파구와 성동구도 외부 AI 구독 비용 절감을 위해 자체 AI 업무 지원 시스템 구축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정재엽 기자

anihil@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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