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부터 전기차 보조금 수령 자격이 달라진다. 차량 성능 중심이던 기존 기준에 제조사의 국내 산업 기여도와 안전관리 역량이 추가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3일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기준'을 확정했다. 기술개발 역량, 공급망 기여도, 환경정책 대응, 사후관리·지속성, 안전관리 등 5개 분야 13개 항목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해 60점 이상을 받은 제작·수입사에 한해 보급사업 참여를 허용한다. 정부가 보조금 지급 자격을 전기차 제조사 역량과 연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점 체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공급망 기여도(40점)다. 국내 양산라인 운영, 부품업체와의 공동 연구개발, 국내 부품 조달 비중, 국내 고용 규모 등 4개 세부 항목에 각 10점이 배정됐다. 부품 국내 조달 비중이 60% 이상이면 해당 항목에서 만점을 받는다. 배터리의 경우, 국내 기업의 셀을 사용하거나 국내 공장에서 팩을 조립한 경우에 한해 전체 배터리 가액을 국내 조달 실적으로 인정한다.
사후관리·지속성(20점)에서는 전국 정비망 구축 수준과 부품 공급 안정성, 리콜 대응 능력을 따진다. 판매 후 서비스 인프라 없이 시장에 진입하는 이른바 '먹튀' 사례를 걸러내겠다는 취지다. 안전관리(15점)는 화재 대응 체계(8점)와 사이버보안 역량(7점)으로 나뉜다. 전기차가 소프트웨어·통신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원격제어 위협이나 정보 유출 대응 수준도 점수에 반영된다. 환경정책 대응(15점)은 제조 단계 탄소배출량과 배터리·부품 재활용 체계를 평가한다.
이번 확정안은 지난 3월 초안 대비 문턱이 상당히 낮아졌다. 당시 커트라인은 80점이었고 정성 평가 비중이 높아 수입차 업체에 불리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국회와 자동차 업계 의견을 반영해 커트라인을 60점으로 낮추고, 국내 특허 보유 현황 등 국산차에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항목도 삭제했다.

테슬라는 일부 모델에 국내 기업의 배터리 셀을 탑재하고 있어 공급망 항목에서 일정 점수 확보가 가능하고, 국내 진출 5년 이상이라는 이력이 사업 지속성 평가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BYD는 정비망 확충 노력이 사후관리 항목에서 긍정 요인이 될 수 있으나, 국내 생산 거점과 부품 조달 기반이 취약해 배점 비중이 가장 큰 공급망 기여도에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두 브랜드 모두 커트라인 통과 자체는 가능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지만, 국산차와의 보조금 격차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부는 6월 중 제조사 평가를 완료하고 7월 1일부터 새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평가를 통과해도 차량별 주행거리·성능에 따라 보조금 상한액이 달라지는 기존 모델별 지급 체계는 그대로 유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