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텍홀딩스가 최근 딥테크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사업화 가능성을 조명하는 ‘2026 PR Day: DeepTech’를 열고 초기 기술기업과 투자·산업 생태계의 접점을 넓혔다. 이번 행사는 AI와 로보틱스, 모빌리티, 바이오 소재, 푸드테크 등 기술 기반 산업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을 확보한 스타트업들이 각자의 사업 모델과 시장 진입 전략을 소개하는 IR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이번 행사는 단순한 제품 발표를 넘어 연구개발 성과를 실제 시장 수요와 연결하고, 투자자·산업 관계자 앞에서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받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현장에서는 로봇 구동 모터, 무선전력전송, 비가시권 드론, 세포배양 기반 바이오 원료, 조리 자동화 AI 로봇 등 서로 다른 산업 영역의 스타트업들이 발표에 나섰다. 테크42는 이날 발표 기업 가운데 누빈다, 에타일렉트로닉스, 나르마, 셀위버스, 비욘드허니컴 등 5개 팀을 중심으로 기술의 출발점과 사업화 전략을 소개한다.
누빈다, 감속기 의존 줄인 고토크 구동 모터로 로봇·소형 모빌리티 시장 겨냥

누빈다는 로봇과 소형 모빌리티에 적용되는 고토크 구동 모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누빈다가 내세운 방향은 ‘가볍게, 낮은 전류로, 높은 토크를 구현하는 모터’다. 기존 로봇 관절이나 소형 모빌리티 구동계는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모터에 큰 감속기를 붙여 토크를 확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감속기가 커질수록 부피와 무게, 발열, 마모, 백래시, 정밀 제어 한계, 비용 부담이 함께 커진다. 누빈다는 이 문제를 모터 자체의 성능을 높이는 방식으로 풀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시효석 누빈다 대표는 발표 초반 국내 로봇·드론 산업의 모터 공급망 문제를 짚었다.
“저희 모터는 더 가볍고 낮은 전류로 높은 토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최근 전기차와 로봇, 드론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데 전기차는 국산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반면 로봇이나 드론은 모터를 거의 100% 가깝게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존 구동 모터 시스템은 빠르고 힘이 약한 모터에 큰 감속기를 적용해서 높은 토크를 만들어왔습니다. 그렇게 되면 감속기로 인해 부피와 무게가 증가하고 발열과 단가까지 올라가는 문제가 생깁니다.”

누빈다가 제시한 해법은 고토크 밀도 모터다. 좋은 모터의 기준으로는 같은 무게에서 얼마나 큰 힘을 낼 수 있는지를 뜻하는 토크 밀도, 적은 전류로 얼마나 큰 토크를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토크 상수, 연속 구동 시 발열을 얼마나 억제할 수 있는지 등이 제시됐다. 누빈다가 개발한 100mm급 로봇용 프레임리스 구동 모터는 KTR 공인 시험에서 5Nm·20분 조건 기준 온도 상승폭 +8.1도를 기록했다고 소개됐다.
누빈다의 기술 기반은 자동차 구동 모터 개발 경험에서 출발한다. 시 대표와 김관호 CTO는 현대모비스에서 인휠 모터를 비롯한 다양한 구동 모터 개발을 이끈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누빈다는 로봇 관절용 구동 모터를 시작으로 소형 모빌리티용 인휠 모터, 장기적으로는 항공용 모터까지 적용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후속 과제는 양산 체계 구축이다. 누빈다는 지난해 시드 투자를 마친 뒤 올해 하반기 후속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으며, 대전 공장을 기반으로 모터 생산 설비와 인력 투자를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권선, 포팅, 총조립 등 핵심 공정의 내재화도 준비 중이다. 시 대표는 “기술적 증명은 상당 부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고, 여러 완성품 제조사(OEM)와 영업 논의가 진행되는 만큼 다음 라운드를 통해 양산 단계로 진입하겠다”고 밝혔다.
에타일렉트로닉스, 로봇이 멈추지 않게 하는 무선충전 인프라 겨냥

에타일렉트로닉스는 무선전력전송 기술을 기반으로 로봇과 모빌리티, 가전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에너지 인터페이싱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핵심 솔루션은 엘릭스(ELYX)다. 송신부와 수신부 모듈, 코일, 제어 소프트웨어, 충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모니터링 플랫폼을 결합해 전자제품이 케이블 없이 전력을 공급받도록 하는 구조다. 남정용 에타일렉트로닉스 대표의 발표에 따르면 이는 스마트폰 무선충전에 익숙한 자기유도 방식이 아니라, 코일 간 거리가 다소 떨어지거나 정렬이 완벽하지 않아도 전력을 전달할 수 있는 자기공진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앞서 누빈다에서는 로봇을 움직이게 만드는 심장, 모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저희 회사는 이 심장 모터가 뛸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 즉 충전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무선 충전이라고 흔히 알고 계시는 무선 전력 전송에 기반한 에너지 인터페이스 솔루션 기업이죠. 저희가 믿고 있는 두 가지 트렌드는 결국 전동화와 무인화입니다. 정말 많은 것들이 전자제품화되고 있고, 대부분의 것들이 배터리가 들어가고 충전을 필요로 하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에타일렉트로닉스가 집중하는 1차 시장은 로봇 무선충전이다. 에타일렉트로닉스는 로봇 사양과 배터리 스펙에 맞춰 150W부터 최대 2.4kW까지 적용 가능한 제품 라인업을 갖췄다. 로봇에 수신 모듈을 탑재하고, 바닥이나 스테이션에 송신 모듈을 설치하면 비접촉 방식으로 충전이 가능하다. 남 대표는 “국내 이동형 로봇 기업 다수와 개념검증(PoC, Proof of Concept)을 진행했고, 일부는 실제 현장에서 무선충전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타일렉트로닉스가 강조한 또 다른 축은 안전과 인증이다. 남 대표는 스마트폰 무선충전을 제외하면 중전력 대역 무선전력전송과 관련한 제도와 기반이 부족했기 때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립전파연구원 등과 함께 규제 정비 과정부터 참여해 왔다고 설명했다. 에타일렉트로닉스는 지난해 4월 KC 인증, 올 2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인증을 확보했다. 인증과 규제 대응은 시간이 걸리지만, 로봇과 모빌리티 충전 인프라가 실제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라는 것이 남 대표의 설명이다.
로봇 이후의 확장 분야는 전기차와 TV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7.7kW 완속 무선충전 솔루션과 22kW급 고출력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 7.7kW 솔루션은 BH EVS와 협력해 북미 주택 기반 시장을 겨냥하고 있으며, 22kW 솔루션은 정부 연구개발 과제를 통해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다. TV 분야에서는 국내 대표 가전 대기업과 함께 코드리스 TV 개념의 무선전력전송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 약 10cm 거리에서 700W급 OLED TV를 구동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해 전원선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다.
에타일렉트로닉스는 2019년 설립 이후 핵심 기술 개발과 제품 양산성을 확보하는 단계를 거쳐, 2025년부터 인증 기반 사업화 단계에 들어섰다. 현재까지 약 4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이번에는 30억원 규모 브릿지 라운드를 진행 중이다. 남 대표는 2028년 매출 100억원 돌파와 2029년 이후 기술특례 상장을 목표로 제시했다. 피지컬 AI 시대에 로봇이 늘어날수록 충전은 부가 기능이 아니라 운영 인프라가 된다. 에타일렉트로닉스가 겨냥하는 시장도 바로 그 지점이다.
나르마, 비가시권 드론 상용화 겨냥…틸트로터 VTOL과 인증형 비행 SW로 차별화

나르마는 비가시권(BVLOS, Beyond Visual Line of Sight) 운용이 가능한 수직이착륙(VTOL, Vertical Take-Off and Landing) 드론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핵심은 틸트로터 기반 VTOL 플랫폼과 비행 제어 소프트웨어, 관제·운영 인프라를 결합한 드론 운용 체계다. 권기정 나르마 대표의 발표에 따르면 일반적인 멀티콥터형 드론이 짧은 거리와 낮은 속도에 머무르고, 고정익 드론이 활주로 의존성이라는 한계를 갖는다면, 나르마는 틸트로터 방식으로 장거리·고속 운용 시장을 겨냥한다.
“저희 회사를 대변하는 단어는 안전, 비가시권, 수직이착륙 이 세 가지입니다. 드론은 1km 이상을 날리면 비가시권으로 규정이 되고, 일반적인 상업 운용에는 아직 제약이 큽니다. 그러다 보니 시장이 닫혀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민수 비가시권 시장이 열릴 때 비로소 정말 드론 시장이 열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그 시장이 굉장히 클 것이라고 보고, 민수 비가시권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과 운영을 해오고 있습니다.”
권 대표는 수직이착륙 드론의 기술적 차별성도 강조했다. 나르마는 AF100, AF200, AF400으로 이어지는 세 가지 플랫폼을 갖췄다. AF100은 공공안전과 감시정찰, AED 배송 등 경량 임무를 겨냥하고, AF200은 혈액·의약품 등 소형 물류와 의료 배송에 초점을 맞춘다. AF400은 중대형 화물과 방산, 장거리 운송을 겨냥한 플랫폼이다. 권 대표는 “AF400이 국내 배송 표준 드론으로 선정됐고, 배터리 기반 비행거리에서 엔진 하이브리드 적용을 통한 장거리 운용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비가시권 운용을 위해서는 기체가 멀리 날아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충돌 상황을 스스로 감지하고 회피하는 탐지·회피(DAA, Detect-and-Avoid), 통신 두절 대응, 원격 관제, 위치·항법 신뢰성, 착륙 지점의 위험 요소 판단까지 필요하다. 권 대표는 나르마가 “이동 플랫폼 자동 착륙, 군집 비행, LTE·스타링크 기반 통신, AI 기반 착륙 안전 기능 등을 보유하거나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화는 단기와 장기로 나뉜다. 단기적으로는 AF100을 활용한 공공안전·감시정찰·AED 배송, AF200을 활용한 동남아 의료·응급 배송 시장을 겨냥한다. 장기적으로는 AF400을 기반으로 방산 시장을 확대하고, PXN 소프트웨어 라이선싱과 드론 서비스형 모델(DaaS, Drone-as-a-Service) 형태의 반복 매출 모델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나르마는 2018년 설립 이후 2023년까지 누적 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이번에는 100억원 규모 브릿지 라운드를 시작했다. 투자금은 카본 파츠 자체 생산을 위한 공장 구축, DAA 개발, 항재밍 위성항법시스템(GNSS,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AI 기반 자율 경로 재생성 등 차세대 비가시권 운용 기술 확보에 투입될 예정이다. 나르마의 과제는 드론 기체 제조사를 넘어, 안전하게 인증받을 수 있는 비가시권 운용 시스템 기업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셀위버스, 투구게 혈액 의존 낮춘 세포배양 바이오 원료로 제약 안전성 검사 시장 공략

셀위버스는 세포배양 기술을 기반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에 필요한 고부가 원료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셀위버스가 먼저 겨냥한 시장은 백신, 의약품, 체내이식 의료기기 생산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쓰이는 엔도톡신 검사 원료다. 기존 엔도톡신 검사에는 투구게 혈액에서 추출한 원료가 널리 사용돼 왔다. 문제는 이 방식이 투구게 포획과 혈액 채취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조건식 셀위버스 대표는 “원료 공급이 불안정하고, 동물 사용 규제가 강화될수록 기존 공급 방식의 지속 가능성도 낮아진다”며 운을 뗐다.
“저희 셀위버스는 특수 제약 바이오 소재를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만드는 기업입니다. 이 사진은 살아 있는 투구게를 포획해서 심장에 주사 바늘을 꽂고 혈액을 채취하는 사진입니다. 이 사진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저희 셀위버스가 설립됐습니다. 저희는 세포배양 기술로 인간에게 필수적인 제약 바이오 소재를 개발하는 것을 미션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동물을 희생하지 않는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보니 저희가 먼저 바라보는 타깃 지역은 유럽입니다.”
셀위버스가 집중하는 첫 번째 파이프라인은 세포배양 기반 LAL(C-LAL) 테스트다. 투구게 혈액세포 추출물(LAL, Limulus Amebocyte Lysate) 테스트는 투구게 혈액 속 아메보사이트 추출물을 활용해 엔도톡신을 검출하는 방식이다. 엔도톡신은 인체에 주입될 경우 강한 발열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백신뿐 아니라 의약품과 의료기기 생산 과정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안전성 검사 대상이다. 조 대표는 “기존 방식이 투구게 혈액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투구게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면서 포획과 공급의 제약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셀위버스의 차별점은 ‘대체 물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투구게에서 얻던 것과 동일한 성격의 원료를 세포배양으로 공급하겠다는 데 있다. 조 대표는 “아메보사이트는 면역세포의 일종이라 대량 배양이 매우 어렵고, 세계적으로 성공 사례가 드문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셀위버스는 현재 아메보사이트를 24일 동안 1300배 이상 증식시키는 기술을 확보했고, 장기 배양 이후에도 엔도톡신 검사에 필요한 핵심 인자 발현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동결 보존 원료도 개발해 해동 후 생존율도 95% 이상을 확보한 상태다.
검증도 진행됐다. 셀위버스는 세포배양 원료로 프로토타입 엔도톡신 테스트 키트를 만들었고, 글로벌 주요 제품과 비교했을 때 동일하거나 더 높은 민감도를 확인했다. 이후 국가독성과학연구소를 통한 제3기관 검증도 완료했다. 조 대표는 50테스트 기준 기존 LAL 테스트 키트는 약 18만원, 재조합 단백질 기반 rFC 테스트는 약 23만원 수준으로 제시하며 “C-LAL 테스트가 가격과 전환장벽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모델은 원료 공급과 최종 키트 공급의 두 축이다. 초기에는 찰스 리버(Charles River Laboratories), 론자(Lonza), 비오메리외(bioMérieux)와 같은 글로벌 엔도톡신 검사 기업에 원료를 공급하는 B2B 모델이 핵심이 될 수 있다. 이후 자체 키트를 공급하게 되면 백신과 의약품, 의료기기를 개발·생산하는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이 직접 고객이 된다. 보수적인 제약 바이오 시장에서는 이미 고객 접점을 가진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이 빠른 시장 진입 경로가 될 수 있다.
셀위버스는 C-LAL 테스트 외에도 세포배양 기반 헤파린 원료인 C-헤파린, 노화 피부 관련 원료 SINICX, 콜드체인 부담을 낮추는 바이오 원료 CW-W01 등으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조 대표에 따르면 SINICX 기반 제품은 이미 브랜드를 만들어 매출이 발생하고 있으며, 올해 약 1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셀위버스는 현재 50억~60억원 규모의 프리A 투자를 유치 중이고, 2030년까지 전체 파이프라인 기준 1000억원 매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비욘드허니컴, 그릴 조리 자동화로 피지컬 AI 상용화 겨냥

비욘드허니컴은 상업용 레스토랑의 그릴 조리를 자동화하는 AI 로봇 솔루션을 개발하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이다. 비욘드허니컴이 겨냥하는 영역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등 그릴 조리다. 핵심 제품인 그릴 X(GRILL X)는 다분광 이미지 센서(multispectral imaging sensor)와 조리 상태 인식 AI, 로봇 제어 기술을 결합해 고기 표면의 변화와 내부 조리 상태를 판단하고, 이에 맞춰 굽기 동작을 제어하는 구조다. 정현기 비욘드허니컴 대표는 그릴 시장의 상황을 짚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저희는 상업용 레스토랑에서 소고기, 돼지고기, 치킨, 생선과 같은 그릴 요리를 최상급 셰프 수준으로 조리하는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왜 그릴을 먼저 타깃으로 했느냐 하면 외식업 종사자 수는 산업 인구로 봤을 때 제조업 다음으로 많은 산업 인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모든 레스토랑의 20% 이상은 별도의 그릴 섹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릴 섹션은 유증기와 열이 가득하기 때문에 노동 환경이 굉장히 좋지 않습니다. 또 누가 굽느냐에 따라서 맛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조리 스킬을 가진 사람을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섹션입니다.”
그릴 조리가 어려운 이유는 결과물이 단순한 기계적 반복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스테이크만 보더라도 예열 상태, 식재료 표면의 수분과 지방량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정해진 시간과 온도만으로는 셰프 수준의 조리를 구현하기 어렵고, 실제 조리 상태를 보면서 판단하는 AI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욘드허니컴은 다분광 이미지 센서를 활용해 마이아르 반응, 탄화 정도, 육즙 손실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물론 상용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 AI뿐 아니라 하드웨어 원가도 높았다. 정 대표에 따르면 다분광 이미지 센서는 기존 상용 제품 기준으로 수천만원대에 달해 레스토랑 현장에 대량 보급하기 어운 상황이었다. 정 대표는 “비욘드허니컴은 자체 센서 개발로 최신 양산 버전의 원가를 15만원 수준까지 낮추는 구조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로봇 팔 역시 저가형 모터와 감속기 기반 구조를 자체 개발하고, 40~60Nm급 액추에이터를 10만원대에 공급할 수 있는 아키텍처를 개발해 내년 상반기 초도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정 대표가 특히 강조한 것은 피지컬 AI(Physical AI)의 현장 배포 조건이다. 고온·유증기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고, 매장 동선을 방해하지 않아야 하며, 조리 품질과 신뢰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가격까지 맞지 않으면 상용 도입은 어렵다. 정 대표는 “센서, AI, 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을 외부에서 사오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며 모든 것을 내재화 기술로 개발했음을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확보한 비욘드허니컴의 다음 전략은 빠르게 배포해 리얼월드 데이터를 선점하는 것이다. 정 대표는 피지컬 AI 경쟁에서 결국 승자는 실제 현장에서 데이터를 가장 많이 확보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봤다. 조리 데이터는 집기, 뒤집기, 굽기, 소금 뿌리기, 불판 관리 등 다양한 물리 행동을 포함한다. 식재료는 형태와 상태가 모두 다른 비정형 물체이기 때문에, 조리 현장은 피지컬 AI 학습에 필요한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
사업 모델도 가격 인하와 반복 매출에 맞춰 설계했다. 비욘드허니컴은 향후 하드웨어를 4000달러 수준에 공급하고, AI 사용료를 월 299달러 구독 모델로 받는 구조를 제시했다. 하드웨어 가격이 낮아지면 고객 입장에서는 도입 부담이 줄고, 직접 판매(D2C, Direct-to-Consumer) 방식의 확장도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비욘드허니컴은 연간 3000대 공급 기준으로 300억원 이상의 매출과 높은 매출총이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비욘드허니컴이 준비하는 ‘그릴 X 2.0’은 주문 확인부터 조리 세척까지 자동화하는 방향으로 확장된다. 현재 버전이 사람이 고기를 올리고 꺼내는 협동형 장비에 가깝다면, 다음 단계는 양팔형 로봇이 주문을 인식하고 식재료를 올리고, 조리하고, 꺼내고, 세척까지 수행하는 완전 무인화 솔루션이다. 정 대표는 “패스트푸드와 대형 F&B 매장에 적용 가능한 폼팩터로 발전시키겠다”고 향후 계획을 말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