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 학습 솔루션이나 앱은 이미 많다. 단어 암기, 회화 연습, 섀도잉, AI 챗봇까지 학습자는 손안에서 수많은 선택지를 만난다. 그러나 선택지가 많다는 것이 곧 학습 효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매일 앱을 열기는 쉽지 않고, 범용 콘텐츠는 내 직업이나 관심사 혹은 실제 업무 등에 영어를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생 스타트업 엘스랩스가 만드는 AI 영어 학습 앱 ‘Else(엘스)’는 이 간극을 겨냥한다. 엘스랩스는 엘스를 ‘당신의 모든 맥락을 알고 있는 영어 학습 앱’이라고 설명한다. 또 ‘과외 선생님보다 더 잘 가르치는 AI 선생님’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전면에 내세운다. 여기서 핵심은 단순히 AI가 사람을 대체한다는 구호가 아니다. 사용자의 직업, 관심사, 일정, 콘텐츠 소비 맥락을 반영해 일반 튜터가 모두 알기 어려운 개인의 전문 영역까지 학습의 범위로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엘스랩스가 자체 조사한 2025년 3~6월 영어 학습자 113명 대상 설문 결과와도 맞닿아 있다. 기존 영어 앱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됐는지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44%,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30%로 나타났다. 반면 그동안 어떤 공부 방법이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는 ‘과외가 가장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64%로 제시됐다. 앱은 편하지만 체감 효과가 약하고, 과외는 효과가 있지만 비용과 시간, 튜터 매칭의 문제가 남아 있는 셈이다.
엘스는 사용자가 관심 있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맞춤 학습을 제공하고, 향후 사용자가 동의할 경우 지메일, 구글 캘린더 등 외부 데이터와 연결해 개인의 학습 맥락을 확장하는 방향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한 AI 회화 앱이 아니라, 사용자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표현을 필요로 하는지 이해하는 AI 영어 튜터를 지향하는 것이다.

이러한 엘스랩스는 토스에서 의기투합한 이현수 대표와 강영화 CDO(Chief Design Officer·최고디자인책임자)가 공동창업한 스타트업이다. 흥미로운 점은 두 사람에게 이번이 ‘첫 창업’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앞서 두 사람은 생성형 AI 서비스 확산 초기 AI 운세 앱 ‘우주고양이 보라’를 개발해 키웠고, 앱스토어 1위, 100만 사용자 돌파라는 성과를 거둔 뒤 지난해 12월 엑시트(서비스 매각) 했다.
토스, 리디, 스포카, 띵스플로우 등에서 제품 개발과 디자인 경험을 쌓은 두 공동창업자는 일반 소비자 대상(B2C, Business to Consumer) AI 앱을 빠르게 만들고, 시장 반응을 확인하고, 다시 방향을 바꾸는 과정을 거처 성공의 경험을 이미 한 차례 겪은 셈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잠시의 쉼 없이 엘스랩스를 통해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이번에는 사주나 운세처럼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 앱이 아니라, 사용자의 실질적인 학습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영어 교육 시장이다.
성공한 창업팀이 더 어려운 영어 교육 시장을 바라본 이유

두 사람의 창업 여정은 2023년 1월 사이드 프로젝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강 CDO는 해외 창업 가능성을 보고 있었고, 토스 동료였던 이 대표에게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했다. 두 사람은 6개월가량 여러 제품을 만들고 실험했고, 전화 타로 모델을 거쳐 더 빠르게 사용자를 모을 수 있는 앱 기반 서비스로 방향을 잡았다. 그렇게 탄생한 서비스가 우주고양이 보라였다.
이후 팀은 2024년 5월 무렵 퇴사 후 전업으로 합류했고, 우주고양이 보라는 의미 있는 매출을 만들며 성장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두 사람이 택한 선택은 매각이었다. 강 CDO는 “캐시카우로 함께 키워가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우주고양이 보라와 엘스는 제품의 성격과 운영 방식이 달랐다”며 “두 서비스를 동시에 운영하면 팀의 집중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 역시 “사주 앱으로 빠르게 성과를 냈지만, 앞으로 10년 동안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문제인지는 별개의 문제였다”며 “상업적 성공보다 더 실질적인 문제를 풀고 싶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지금, 두 사람은 다시 엘스의 PMF(Product-Market Fit, 제품시장적합성)를 찾아가는 중이다. 말을 이어가는 이 대표의 표정에는 빠른 성공 이후 다시 어려운 문제 앞에 선 창업자의 고민이 묻어났다.
“솔직하게 말하면 우주고양이 보라의 성공은 저희가 운이 참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호기롭게 시작하긴 했지만, 영어 교육 시장은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웃음). 저희는 PMF를 아주 빠르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봤는데, 사용자가 정말 원하는 영어 교육 제품을 만드는 일은 훨씬 어렵더라고요. 제품 실험을 빠르게 하고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러닝은 쌓여 있지만, PMF를 찾는 과정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운도 중요하다는 걸 인정하면서, 제품을 계속 개선해 나가고 있죠.”

엘스랩스의 두 번째 창업은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했다. 현재도 외부 투자보다 자체 자금으로 제품을 실험하는 중이다. 일종의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 외부 투자 없이 창업자 자금이나 초기 매출, 자체 수익만으로 회사를 운영·성장시키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초기 목표했던 글로벌 사업 운영을 위해 미국 법인을 먼저 세웠고, 올해 초에는 엘스랩스 한국 법인도 세웠다. 다만 지금 당장 무작정 해외로 나가기보다 제품 자체에서 충분한 수익성과 사용성을 확인한 뒤 움직이겠다는 판단이다.
그런데 문득 의아함이 든다. ‘AI 영어 교육 비즈니스 모델을 미국 시장에서 서비스한다고?’ 고정관점은 이내 이 대표의 설명을 통해 바로 잡혔다.
“미국 시장에서 의외로 이민자, 출장자, 비영어권 전문직이 겪는 영어 장벽이 있어요. 시장을 조사하면서 직접 확인했죠. 그러면서 영어 교육이 오히려 미국에서도 높은 수요를 가진 시장이라고 봤습니다. 미국은 영어권 국가이지만 동시에 비영어권 출신 인재와 이민자가 모이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영어로 일해야 하는 사람’의 문제가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시장이죠.”
토스에서 배운 제품 공학, 엘스의 UX 철학이 되다
엘스랩스의 차별적인 경쟁력은 창업팀의 제품 경험이다. 이 대표는 10년 이상의 엔지니어링 경험을 갖고 있으며, 토스의 글로벌 앱을 빠른 개선을 통해 2500만명 이상 사용자 규모로 확장한 경험이 있다. 강 CDO는 크래프톤에 인수된 띵스플로우에서 디자인을 이끌었고, 토스 툴즈 영역의 첫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내부 도구 영역을 맡으며 경력을 쌓아왔다. 모두 스타트업 토스가 급성장하던 시기에 함께한 일들이었다.
이 대표에게 당시의 토스 경험은 엔지니어에서 제품 창업자로 관점을 바꾼 계기가 됐다. 코드를 잘 짜는 것만으로 사용자가 제품을 쓰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어떤 지표가 중요하고 어떤 액션이 지표를 움직이는지 반복적으로 검증하는 방식을 경험하며 창업 의지를 키운 것이다.

“토스에 가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코드를 아무리 잘 짠다고 사람들이 제품을 쓰는 건 아니라는 걸 배웠습니다. 리디에서 도서 구독 서비스 개발을 리딩할 때는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하기 어려웠는데, 토스에서는 모든 정보와 실험 결과가 열려 있었어요. 어떤 지표가 중요하고, 그 지표를 움직이려면 어떤 액션을 해야 하는지를 계속 반복해서 배웠습니다. 그 경험이 창업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됐습니다.”
강 CDO의 경험은 조금 다른 방향에서 엘스의 제품 철학으로 이어진다. 강 CDO는 13년 차 디자이너로 여러 사이드 프로젝트를 거쳤고, 토스에서는 내부 제품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 과정에서 모든 구성원이 직접 도구를 만들고 생산성을 높이는 문화,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의 경계를 낮추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체감했다. 강 CDO가 최근 집필한 책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저는 처음부터 창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단지 회사에 다니면서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스무 개 정도 해봤고, 토스에 가면서 ‘이렇게 해야 돈을 버는 거구나’라는 감각을 알아갔죠. 책도 그런 경험에서 출발했어요. 제품 공학적인 사고방식을 디자이너 관점에서 정리한 자료가 별로 없다고 느꼈고, 제 생생한 스토리와 문제 해결 방식을 함께 적으면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AI가 나오면서 모두가 만들고 디자인할 수 있게 된 만큼, 앞으로는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해결하는지를 아는 일이 더 가치 있어질 거라고 본 거죠.”
강 CDO의 말은 엘스랩스의 제품 접근법과도 맞닿아 있다. AI가 코드 작성, 디자인 시안 제작, 콘텐츠 생성의 장벽을 낮추는 시대에는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보다 ‘어떤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는가’가 더 중요해진다. 이러한 접근법은 엘스가 AI 영어 학습 앱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사용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직군 경계를 낮춘 실행, 문제 정의 중심의 디자인 전략은 엘스랩스가 기술 못지않게 제품 경험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는 점이다.
초급 회화보다 ‘일하는 영어’… 엘스가 겨냥한 전문 맥락

엘스랩스가 내세우는 ‘과외 선생님보다 더 잘 가르치는 AI 선생님’이라는 표현은 언뜻 인간 튜터를 대체하겠다는 주장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두 공동창업자가 설명한 핵심은 인간 튜터 전체를 대체하겠다는 의미와는 거리가 있다. 엘스가 겨냥하는 영역은 완전 초급자의 기초 회화보다, 영어를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자신의 일을 영어로 표현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 대표는 기초 영어 학습자와 달리 직업적 맥락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고 봤다. 가령 창업자는 제품과 투자, 시장, 지표를 말해야 하고, 의사는 의료 전문 용어와 실제 진료 맥락을 영어로 다뤄야 한다. 스포츠 선수, 디자이너, 개발자 등 해외 취업 준비자도 마찬가지다. 일반 영어 튜터가 모든 전문 분야를 이해하기는 어렵고, 전문 분야를 이해하는 튜터를 찾더라도 비용과 시간 조율 문제가 남는다. 이 대표가 AI 튜터의 가능성을 보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엘스는 저희의 문제에서부터 시작한 서비스예요. 기본적으로는 저희가 직접 쓸 수 있는 앱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누구인가’를 생각해보면 영어로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일을 할 때 영어를 잘 써야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앱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영어를 공부하는 이유는 결국 자기가 가진 생각을 영어라는 언어로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서라고 봅니다. 그래서 그 목적을 돕는 데 집중하며 방향을 계속 고민하고 있죠.”
현재 엘스는 유튜브 콘텐츠를 학습 소스로 활용하고 있다. 사용자가 관심 있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학습지를 받고, 하루에 여러 개의 콘텐츠를 보며 영어로 학습하거나 섀도잉(shadowing, 듣고 따라 말하기)과 리스닝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강 CDO는 “사용자가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콘텐츠로 학습할 때 더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경향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AI 영어 학습 앱의 차별점이 순수 기술만으로 만들어진다고 보지는 않는다. 대규모 기반 AI 모델인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을 활용하는 일반 소비자 대상 AI 앱 시장에서 자체 기술만으로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엘스랩스는 차별화 요소로 빠른 제품 실험, 사용자의 감정을 움직이는 사용자 경험, 그리고 초급자가 아닌 ‘영어로 일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타깃 설정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 B2C AI 서비스는 거대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잘 가져다 쓰는 구조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가 가진 경쟁력은 빠르게 개발하고 실험하는 DNA, 그리고 사용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UX에 있다고 봅니다. 또 많은 영어 앱이 초심자를 겨냥하는 반면, 저희는 어느 정도 영어를 할 수 있지만 자신의 일을 영어로 표현해야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습니다. 그 타깃 자체도 차별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텐션의 실험, 전화 기능과 차갑지 않은 UX
영어 학습 앱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리텐션(retention, 재방문율)이다. 사용자가 앱을 설치하고 며칠간 써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영어 실력 향상을 체감할 만큼 꾸준히 돌아오게 만드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 대표는 “엘스랩스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저는 핵심 지표가 리텐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이 제품의 가치를 느끼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결국 다시 돌아오는지 여부죠. 매일 쓰거나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쓰는 앱이 돼야 합니다. 지금은 그 가치를 더 분명하게 만들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강 CDO는 엘스의 리텐션 장치로 전화 호출 기능을 언급했다. 사용자가 스스로 앱을 열기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전화가 울리고 그 전화를 통해 AI 세션이 시작되는 구조다. 여기에 모바일 운영체제의 위젯, 라이브 액티비티(live activities, 실시간 활동 표시 기능), 푸시 메시지 등 다양한 접점을 결합해 사용자가 매일 자연스럽게 학습으로 돌아오도록 설계하고 있다.
“저희가 제공하는 기능 중 하나가 실제로 전화를 해주는 기능입니다. 전화 API를 써서 사용자 휴대전화가 울리게 하고, 그 전화를 통해 앱에 들어와 AI 세션을 시작하는 구조입니다. 이 장치가 리텐션을 견인하는 데 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요. 여기에 iOS나 안드로이드의 위젯, 라이브 액티비티 같은 기능도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접근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단순히 푸시 메시지를 보내는 걸 넘어서, 사용자가 매일 자연스럽게 다시 들어오게 만드는 여러 기술적 접점을 실험하고 있죠.”
제품 밖의 피드백 루프도 함께 만들고 있다. 엘스랩스는 영어 공부 의지가 높은 이용자를 모아 ‘엘스 스피킹 클럽’을 운영하고, 아침 시간 줌으로 함께 학습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앱 안에는 학습 경험에 대한 피드백을 남길 수 있는 창구를 두고, 인스타그램 채널 등을 통해 사용자 반응을 확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영어 교육 전문가와의 접점도 늘리고 있다. 영어 교사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콘텐츠와 학습 방식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실제 교육 현장에서 어떤 피드백이 나오는지 확인하는 식이다. UX의 톤도 엘스가 신경 쓰는 지점이다. 강 CDO는 좋은 UX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UX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UX예요. 우주고양이 보라도 사용자의 감정이 움직이고, 귀엽고 기분 좋은 느낌이 앱 안에 녹아 있었기 때문에 잘 작동했다고 봅니다. 엘스도 처음에는 조금 딱딱한 톤이었는데, 지금은 더 귀엽고 말랑말랑한 방향으로 바꾸고 있어요. 요즘은 AI 도구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이 차가운 AI와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감정적 거리를 줄이는 디자인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초개인화의 조건, 데이터는 사용자가 통제해야 한다
엘스랩스가 말하는 ‘초개인화’는 단순히 이름을 불러주거나 난이도를 조정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온보딩(onboarding, 가입 초기 설정 과정)에서 사용자의 영어 학습 목적, 현재 실력, 학습 과정에서 느끼는 불편, 직업 정보를 받고, 향후 사용자가 동의할 경우 지메일이나 구글 캘린더 같은 데이터와 연결해 더 깊은 학습 맥락을 구성하려는 방향이다.
다만 개인화가 깊어질수록 개인정보와 데이터 통제권은 민감한 이슈가 된다. 이 대표는 이메일이나 캘린더 연동에는 분명한 허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래서 데이터 연결은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플로우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온보딩 세션에서 사용자에게 여러 정보를 물어봅니다. 왜 영어를 공부하는지, 지금 실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 페인포인트는 무엇인지, 직업은 무엇인지 최대한 많이 받으려고 합니다. 앞으로는 지메일이나 구글 캘린더 같은 데이터를 연결하면 조합해서 더 구체적으로 사용자에게 최적화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그런 연결은 완전히 선택적인 옵트인 방식이어야 하고, 자기 데이터를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의사결정권을 사용자에게 넘기는 흐름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엘스랩스는 기본적인 보안과 개인정보 처리 원칙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로서 필요한 암호화, 개인정보 처리, 마스킹 등을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 CDO 역시 큰 조직에서 일한 경험 때문에 개인정보 이슈의 민감성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워킹홀리데이에서 글로벌 영어 학습 앱으로

엘스랩스가 최근 집중하는 실험 중 하나는 워킹홀리데이 사용자다. ‘영어로 일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큰 방향 안에서, 워킹홀리데이 준비자는 학습 목적과 상황이 비교적 뚜렷한 집단이다. 해외에서 실제 일을 해야 하고, 면접·고객 응대·동료 커뮤니케이션 등 직업적 영어가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강 CDO는 “워킹홀리데이를 직업별 영어 훈련이라는 작은 실험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희가 분석했을 때 워킹홀리데이에 초점을 맞춘 영어 앱은 거의 없습니다. 실제로 워킹홀리데이 준비자들은 직업적으로 영어 훈련이 필요한 분들인데, 그 부분을 잘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지 않다고 봤어요. 다른 영어 앱들은 더 초심자 대상이거나 콘텐츠를 쉽게 바꾸기 어려운 구조인 경우가 많았죠. 저희는 직업에 따른 영어를 작게 실험하는 출발점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넣고 있어요. 현재는 사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대표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엘스가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시장은 자신의 일, 전문성, 커리어를 영어로 표현해야 하는 전 세계 사용자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 번역이나 회화 연습을 넘어 사용자의 실제 맥락을 이해하고, 업무 성과로 이어질 표현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제안하는 제품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저희가 일하는 사람들을 타깃하려고 여러 인터뷰를 해봤는데, 워홀 가시는 분들이 정말 페인포인트가 높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확실한 페인킬러를 만들어주자는 생각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결국 영어로 일하는 사람들이 진짜 도움을 받는 기능을 잘 만들고 싶다는 것이 저희 첫 번째 목표라 할 수 있어요. 자기 맥락을 넣으면 실제 업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표현을 더 잘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 시도에서 성과가 나오면 내년에는 미국으로 넘어가서 본격적으로 각 분야 전 세계 이용자들의 영어 공부를 돕는 앱으로 키우려고 해요.”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올해 엘스랩스의 목표는 ‘영어로 일하는 사람’이라는 타깃을 더 선명하게 검증하는 것이다. 강 CDO는 ‘영어로 일하는 사람 1000명을 모으는 것’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가능한 빨리 PMF를 찾은 뒤 미국으로 넘어가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부딪혀 보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다만 그 전제는 명확하다. 제품이 실제로 사용자의 학습 습관과 업무 성과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리텐션과 사용자 반응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엘스랩스의 두 번째 창업은 아직 완성된 성공담이 아니다. 이 대표와 강 CDO는 첫 번째 일반 소비자 대상 AI 앱에서 빠른 성장과 매각을 경험했지만, 영어 교육 시장에서는 다시 PMF를 찾는 초기 창업자의 자리로 돌아와 있다. 다만 이번 도전의 문제의식은 선명하다. 영어 학습의 다음 경쟁력은 더 많은 콘텐츠나 더 화려한 AI 챗봇이 아니라, 사용자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맥락에서 영어를 필요로 하는지 이해하는 데서 나온다는 것이다. 엘스랩스가 이 문제의식을 실제 학습 지속성과 글로벌 확장성으로 연결한다면 두 번째 성공도 머지 않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