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몰라도 억대 매출"…이제는 '팔로워'가 자본이다

인공지능이 코드를 대신 짜주는 '바이브코딩(Vibe Coding)'이 확산하고 있다. 개발 지식이 전혀 없는 이들의 1인 창업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미 팬층을 보유한 인플루언서들이 AI 도구로 앱을 직접 만들어 수익화하는 흐름이 새로운 창업 공식으로 주목받는다.

바이브 코딩은 원하는 결과를 자연어로 설명하면 AI가 실제 작동하는 코드를 생성해주는 개발 방식이다. 오픈AI 공동창립자 안드레이 카르파티가 이 용어를 처음 언급한 지 한 달 만인 2025년 3월, 메리엄웹스터 사전의 '속어 및 트렌드(Slang & Trending)' 항목에 등재됐다. 그만큼 빠르게 퍼진 셈이다.

기술 장벽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도 나왔다. 이스라엘 개발자 마오르 슐로모는 AI 코딩 툴 '베이스44(Base44)'를 혼자 개발했다. 출시 6개월 만에 글로벌 웹 플랫폼 기업 윅스가 이 회사를 8000만달러(약 1192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 회사는 이미 직원 8명 규모로 성장한 상태였다. 전문 개발자만 가능했던 영역이 비전공자에게도 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창업으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목표를 입력하면 AI가 이를 이룬 자신의 모습을 시각화해 보여주는 앱 '스텔라(Stella)'가 대표적이다. 인플루언서 사라 펄이 창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딩 경험이 없던 그는 앤스로픽의 '클로드 코드' 등 AI 도구를 활용해 짧은 기간에 초기 버전을 완성했다. 이후 매달 수십만달러 규모의 매출을 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스텔라' 앱 (출처=앱스토어 캡쳐)

비슷한 사례도 있다. 크리에이터 니콜은 코드를 한 줄도 쓰지 않고 2년간 앱 4개를 출시했다. 이 중 일부는 월 수십만달러대 매출을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셜미디어에서 이미 구축한 채널을 활용해 개발부터 유통까지 직접 해결했다는 공통점은 눈에 띈다.

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앱 개발 플랫폼 기업 앱빌챗의 박현중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바이브 코딩으로 만들어진 앱은 3100만 개에 달하지만, 이 중 실제로 스토어에 출시되는 비율은 0.4%(약 12만7000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앱을 '만드는' 일은 쉬워졌지만, 출시 이후 사용자를 모으고 유지하는 '운영'의 영역은 여전히 별개의 과제라고 진단했다.

결국 관건은 마케팅과 브랜드력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미 구축된 채널을 가진 창작자는 개발비를 아끼고 곧바로 유료 전환까지 이어갈 수 있다. 반면 채널이나 마케팅 예산이 없는 예비 창업자에게는 오히려 진입이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AI가 기술적 장벽을 없앤 자리를, 이제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는가'라는 새로운 장벽이 채우고 있는 셈이다. 1인 창업을 준비 중이라면 아이디어나 기술력 못지않게, 자신만의 채널이나 팬덤을 어떻게 확보할지부터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재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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