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명절이 끝난 9월 28일. 지하철 4호선. 열차 내 비상전화기가 쉬질 않고 울려댔다. "너무 더운데 에어컨 좀 틀어주세요"와 "너무 추운데 에어컨 좀 꺼주세요"라는 정반대 내용이었다. 같은 객실에 탄 승객들인데도 체감온도가 달랐다. 출근 후 살펴보니 서울교통공사는 기후에너지환경부 매뉴얼에 따라 여름철 24~27도를 유지했지만 민원은 줄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지하철 전체 민원의 78%가 온도 문제였다.
그날 오후 부산시청에서 근무 중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산시청 사무실은 온도계가 28.7도를 가리키고 있으며, 공공기관 냉방 기준인 '평균 실내온도 28도 이상'을 지키느라 직원들은 더위에 시달린다고 했다. 1980년대부터 45년간 이어진 이 규정 때문에 공공기관 곳곳에서 "찜통 민원실"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2026년 5월 기준 공무원 85%가 "너무 덥다"고 답했다. 이에 지난 5월 제주도지사를 뽑는 선거의 한 후보는 여름철 공공기관 실내온도를 평균 28도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한 냉방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사례도 있다.
지금은 10월의 첫째 날. 낮 기온은 여전히 25도를 오르내린다. 아침엔 선선해서 냉방을 끄지만 오후엔 더워진다. 환절기 실내 온도 관리가 가장 어려운 시기다.
■ 같은 온도, 다른 체감
환절기 실내 온도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온도계가 같은 숫자를 가리켜도 사람마다 느끼는 온도가 다르다. 2026년 7월 한 사무실에서는 에어컨 온도를 두고 직원들이 매일 신경전을 벌였다. 누군가 26도로 맞추면 다른 사람이 18도로 내렸다. 체감온도는 개인차가 컸다.
핀란드 연구자 올리 세파넨 등이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1~22도에서 작업 효율이 가장 높았다. 온도가 22도에서 30도로 오르면 성과가 8.9% 떨어졌다. 하지만 2015년 다른 연구에서는 여성의 신체 대사율을 적용했더니 가장 적합한 사무실 온도가 23.2~26.1도로 나왔다. 남성 중심 기준과 차이가 났다.
보건복지부는 성인 가구 기준 겨울철 실내 온도를 18~20도로 권장한다. 봄과 가을 환절기는 21~23도가 적당하다. 여름철 냉방 시에는 26도 안팎이 좋다. 그런데 이 온도들에는 조건이 붙는다. 습도를 40~60%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
■ 습도가 낮으면 바이러스가 산다
같은 20도라도 습도 30%와 50%는 체감온도가 3~4도 차이 난다. 습도가 40% 아래로 떨어지면 눈, 코, 목의 점막이 건조해진다. 점막이 마르면 점액 분비가 줄어든다. 기관지를 보호하는 점액인 '뮤신'이 부족해지면 바이러스가 체내로 그냥 들어온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동재준 교수는 "환절기에는 우리 몸이 계절에 적응하느라 평소보다 피로를 더 느낀다"며 "습도가 낮은 가을에는 점막이 건조해지기 쉬워 피부장벽이 깨져 각종 감염에 취약해진다"고 했다.
환절기에 감기가 도는 건 기온 탓만이 아니다. 건조한 공기 때문이다. 온도 5도 이하, 습도 20~30% 환경에서는 바이러스 외피가 단단해져 오래 산다. 실내 온도가 15도면 습도는 70% 정도가 맞다. 18~20도에서는 60%, 21~23도에서는 50%, 24도 이상에서는 40%가 적당하다.
■ 5도 차이를 하루 여섯 번
환절기엔 낮 33도 밖과 24도 실내를 하루에도 대여섯 번 드나든다. 우리 몸은 급격한 온도 변화에 적응하는 데 20~30분이 걸린다. 이 왕복이 반복되면 체온 조절에 부담이 쌓인다.

실내외 온도차가 5~8도 이상 나는 환경에 오래 있으면 혈관이 급속히 수축한다. 혈액순환과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긴다. 가벼운 감기부터 두통, 몸살, 복통, 설사까지 온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실내외 온도차를 5도 이내로 유지하라고 한다. 2026년 냉방병 예방 권장 기준도 실내외 온도차 5도 이내, 실내 온도 26도 전후다.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연구팀은 뉴욕 공립 고등학생 약 100만 명의 시험 성적과 날씨 데이터를 분석했다. 기온이 21도에서 32도로 오를 때 시험 성적은 평균 15% 떨어졌다. 과목 통과율은 10.9% 줄었고, 졸업 가능성도 2.5%포인트 낮아졌다.
■ 밤에는 시원해야 잔다
미국 마커스노화연구소 등이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를 보면, 노인의 수면은 야간 실내온도가 20~25도일 때 가장 안정적이었다. 온도가 25도에서 30도로 오르면 수면 효율은 5~10% 떨어졌다.
2025년 발표된 대규모 연구는 약 2억 3000만 일의 수면 데이터를 분석했다. 기온이 10도 오를 때마다 평균 수면 시간이 9.7분 줄었다. 깊은 수면은 3.6분 감소했다. 고온 노출 시 수면 부족 위험은 20.1% 증가했다.
하버드 의대 계열인 히브루 시니어라이프 산하 마커스 노화연구소의 아미르 바니아사디 박사팀은 65세 이상 노인 47명을 1년간 추적했다. 집안에 스마트 센서를 설치해 온도와 습도를 모니터링하고, 하루 두 번 스마트폰 설문으로 주의력을 확인했다. 실내 온도가 20~24도일 때 주의 집중력이 가장 높았다. 이 범위를 4도 벗어나면 주의력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 환기는 2시간마다
질병관리청은 2시간마다 10분 이상 환기하라고 권고한다. 장시간 환기를 안 하면 실내 습도가 낮아지고 호흡기가 마른다. 두통, 눈·코·목 따가움, 어지러움, 피로감이 온다.
환기할 때는 앞뒤 창문을 다 열어야 한다. 바람이 통하면 오염된 공기가 빨리 나간다. 교통량이 많은 시간은 피하고, 하루에 3번, 10~30분씩 하는 게 좋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환기 시간을 줄이고 공기청정기를 쓴다. 단 공기청정기는 이산화탄소나 휘발성 유기화합물까지는 못 잡는다. 짧게라도 환기는 해야 한다.
■ 습도를 온도에 맞춰라
습도를 맞추려면 가습기를 쓰거나 젖은 빨래를 널어둔다. 가습기 물은 매일 갈고, 2~3일마다 중성 세제로 씻어야 한다. 습도가 너무 높아도 문제다. 60% 넘으면 집먼지 진드기나 곰팡이가 잘 자란다. 호흡기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냉방할 때는 풍향을 천장으로 올린다. 얇은 가디건이나 무릎담요로 목과 관절을 보호한다. 찬물보다 25~35도 미온수를 자주 마신다. 냉방으로 건조해진 기도 점막이 회복된다. 에어컨 필터는 2주에 한 번 씻고 송풍 건조 30분을 돌린다.
실내외 온도차를 5도 이내로 맞추려면 외출할 때 겉옷을 챙긴다. 사무실에선 1시간마다 5분씩 몸을 움직인다. 수면 중엔 체온이 자연히 내려간다. 에어컨을 밤새 틀면 아침에 두통이나 근육통이 온다. 취침 타이머를 2~3시간으로 설정한다.
환절기 건강은 온도 하나로 지켜지지 않는다.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분 섭취, 주기적인 환기, 위생 관리가 함께 가야 한다. 외출 후엔 손발과 얼굴을 씻고, 따뜻한 물을 자주 마셔 체온을 유지한다.
온도계가 알려주지 않는 습도, 환기, 실내외 온도차. 지하철과 사무실에서 매일 벌어지는 온도 전쟁은 이 보이지 않는 변수들 때문이다. 이것들을 제대로 관리할 때 건강한 환절기를 보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