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매출 논란이 다시 꺼낸 질문 “AI 인프라 투자, 수익으로 돌아오나”

AI 인프라에 쏟아부은 돈이 실제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느냐는 질문이 다시 시장 한가운데로 돌아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8일(현지시간) 오픈AI가 투자자들에게 9월 말 기준 연환산 매출을 약 67조원(500억달러)으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알려진 약 94조원(700억달러)보다 27조원가량 적다. 이날 나스닥 종합지수는 1.25% 내려 8월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코어위브가 8% 가까이, 오라클이 5.5%, 엔비디아가 2.9% 떨어지는 등 AI 공급망 전반에 매도세가 번졌다.

차이의 상당 부분은 계산 방식에서 나왔다. 경쟁사 앤트로픽은 클라우드 파트너를 거친 매출을 총액으로 잡는 반면, 오픈AI는 이를 뺀 순액 기준으로 집계한다. 오픈AI는 투자자들에게 3분기 연환산 매출 성장률이 전체 77%, 기업 부문 107%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9일 오픈AI가 투자자들에게 연말 연환산 매출이 약 94조원(700억달러)에 이르거나 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알렸다고 전했다. 수요가 꺾였다기보다 선두 기업의 숫자 하나에 AI 투자 심리 전체가 출렁일 만큼 시장이 예민해졌다는 방증이다.

이 예민함의 뿌리는 투자와 매출의 비대칭이다.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는 지난달 말 발표한 제7차 연례 글로벌 기술 보고서에서 2031년 AI 인프라 연간 지출이 최대 약 2010조원(1조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용량, 가속기·메모리 칩 교체까지 포함한 수치다. 이 비용을 감당하고 투자자에게 적정 수익을 돌려주려면 최종 AI 서비스 시장에서 그 4배인 연 약 8040조원(6조달러)의 매출이 나와야 한다는 계산이다.

낙관론은 반도체 수급에서 출발한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7월 29일 국회 업무보고 자료에서 AI 활용 영역이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로 넓어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상당 기간 확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진단했다. 연산 수요 증가와 빅테크의 주도권 경쟁, 높은 공정 난도에 따른 공급 제약이 근거였다.

업계 신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이크론은 1일 실적 발표에서 2027년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물량 대부분의 계약을 마쳤으며, 계약 가격이 1년 전보다 크게 올랐다고 밝혔다. 수요와 공급이 언제 균형을 되찾을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는 입장도 내놨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 폭이 둔화하더라도 2027~2028년까지 빠듯한 수급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베인은 필요 매출의 대부분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 시장에서 나와야 한다고 짚었다. 기존 소비자·기업용 AI 서비스가 만들 수 있는 매출은 약 1608조~2412조원(1조2000억~1조8000억달러)에 그친다. 나머지 약 5628조원(4조2000억달러)은 광고를 붙인 AI 검색, 자율주행차·드론 같은 자율 시스템, 로봇·디지털 트윈 등 피지컬 AI, 신약·정신건강·에너지 같은 신시장에서 채워야 한다는 분석이다. 베인은 현재 투자 속도를 지속 가능하게 떠받치려면 세계 GDP 성장률을 해마다 1%포인트가량 끌어올릴 만한 경제 효과가 필요하다고 봤다.

신 총재도 같은 자료에서 국내 투자 수요가 AI 관련 소수 업종에 쏠려 있어, 미국 빅테크의 투자·자금 조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주가 변동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국내 메모리 업계는 두 시각이 교차하는 자리에 서 있다. 삼성전자는 8일 3분기 잠정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공시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넘겼고,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782.5% 늘었다.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시장 전망치는 약 78조원이다.

그러나 같은 날 밤 뉴욕 시장에서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4.35%, 마이크론은 4.79% 하락했다. 역대 최대 실적에도 빅테크 투자 전망이 흔들리면 메모리 업체 주가가 가장 먼저 반응한다는 점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범용 D램에서는 중국 창신메모리(CXMT)·양쯔메모리(YMTC)의 점유율 경쟁에 따른 가격 하락 압력도 변수로 거론된다.

베인은 기업이 AI 역량을 실제 업무 성과로 바꾸는 속도, 이른바 ‘AI 흡수 속도'를 새로운 경쟁 변수로 제시했다. 인프라는 이미 깔리고 있다. 관건은 그 위에서 얼마나 빨리 돈을 버는 서비스가 나오느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다음 성적표도 결국 AI를 쓰는 기업들이 얼마나 지갑을 여느냐에 달렸다.

정재엽 기자

anihil@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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