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CEO가 말하는 '제미나이 에이전트'는?

"AI에 업무 맡기면 끝"…구글, 스스로 일하는 '제미나이 에이전트' 공개
지메일·슬랙·MS 365 넘나들며 업무 수행…AI에 이메일·캘린더까지 부여
제미나이·클로드 모델 자동 선택, 데이터 분석부터 코딩까지 처리…기업용 AI 경쟁 새 국면
구글 클라우드가 '제미나이 앳 워크 2026'에서 기업용 범용 AI 에이전트인 '제미나이 에이전트'를 공개했다. 제미나이는 업무 목표를 이해하고 여러 도구와 시스템을 연결해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이미지=구글 클라우드)

인공지능(AI)에 다음 주 회의 일정을 잡아달라고 요청한다. AI는 이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담당자들을 찾아내고, 각자의 일정을 확인한 뒤, 참석 가능한 시간을 조율한다. 시장 동향을 조사해달라는 요청에는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스프레드시트로 재무 모델을 만든 다음, 발표용 슬라이드까지 작성한다. 사용자가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오가며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AI가 필요한 업무를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방식이다.

구글이 이러한 업무 환경을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기업용 AI 에이전트를 선보였다.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는 미국 현지시간 8일 열린 '제미나이 앳 워크 2026(Gemini at Work 2026)'에서 업무용 범용 AI 에이전트인 '제미나이 에이전트(Gemini agent)'를 공개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AI의 역할을 질문에 답하거나 콘텐츠 초안을 생성하는 보조 도구에서 실제 업무를 맡아 처리하는 실행 주체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사용자는 하나의 프롬프트 창에서 업무 목표를 제시하고, 제미나이는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업무 도구를 호출하며 여러 단계를 거쳐 결과물을 완성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AI가 기업 조직의 구성원처럼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미나이는 고유한 이메일 주소와 캘린더, 저장공간을 가진 '동료 에이전트'로 작동하며, 사람과 다른 AI 에이전트의 요청을 받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한 구글 자체 AI 모델뿐 아니라 경쟁사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 모델까지 작업 특성에 따라 선택하는 멀티모델 구조를 채택했다.

토마스 쿠리안(Thomas Kurian) 구글 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발표에서 "이제 모든 업무는 프롬프트 창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사진=구글 클라우드)

토마스 쿠리안(Thomas Kurian) 구글 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발표에서 "이제 모든 업무는 프롬프트 창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AI가 업무를 도와주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실제 업무 흐름을 조직하고 실행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새로운 제미나이 에이전트는 현재 일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비공개 프리뷰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광범위한 정식 출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구글이 제시한 기술적 비전이 실제 기업 환경에서 어느 정도의 자율성과 안정성을 발휘할지는 앞으로 검증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명령 대신 목표만 제시한다…여러 AI가 협업하는 '범용 에이전트'

구글 클라우드가 공개한 제미나이 에이전트의 업무 인터페이스. 사용자는 하나의 입력창에서 업무 목표를 제시하고, 에이전트가 수행한 작업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구글 클라우드)

제미나이 에이전트의 가장 큰 특징은 단일 인터페이스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된 통합 구조다. 기존 AI 도구가 문서 요약, 코드 작성, 일정 관리 등 개별 작업에 집중했다면, 제미나이 에이전트는 여러 업무를 연결해 하나의 목표를 완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은 '멀티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Multi-agent Orchestration)'이다. 복잡한 업무가 주어지면 제미나이가 필요한 하위 작업을 구분하고, 이를 처리할 서브 에이전트(Sub-agent)를 동적으로 구성한다. 각 에이전트는 독립적인 신원을 부여받아 병렬 또는 순차적으로 작업하며, 상위 에이전트는 전체 진행 상황을 조율한다.

예를 들어 기업의 신규 시장 진출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시장 조사, 내부 데이터 분석, 재무 예측, 보고서 제작 등을 서로 다른 에이전트가 분담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이 같은 구조를 통해 수 시간에서 수일이 걸리는 업무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기반의 지속 실행 기능도 특징이다. 사용자가 노트북을 닫거나 다른 기기로 이동하더라도 진행 중인 작업을 이어갈 수 있으며, 접속 환경이 달라져도 이전 업무 맥락과 기록을 유지하도록 했다.

장기적인 업무 수행을 지원하기 위해 네 가지 유형의 메모리도 활용한다.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을 기억하는 세션 메모리(Session Memory), 조직의 정보와 관계를 저장하는 시맨틱 메모리(Semantic Memory), 업무 절차를 축적하는 절차 메모리(Procedural Memory), 과거 작업 경험을 기록하는 에피소드 메모리(Episodic Memory)다.

기업의 기존 소프트웨어와 연결되는 범위도 넓다. 구글 워크스페이스(Google Workspace)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365(Microsoft 365), 슬랙(Slack), 세일즈포스(Salesforce), 서비스나우(ServiceNow), 지라(Jira), 빅쿼리(BigQuery),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 등을 연동할 수 있다.

외부 도구와의 연결에는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odel Context Protocol·MCP)도 활용한다. 조직은 재사용 가능한 업무 지침과 실행 절차를 '스킬(Skill)'로 저장하고, 이를 사내 구성원과 에이전트에 공유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제미나이 에이전트가 반드시 구글의 AI 모델만 사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구글의 제미나이 모델군과 앤트로픽의 클로드 모델을 작업별로 활용하는 구조를 지원하며, 앞으로 다른 상용 모델과 공개 가중치 모델로 선택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AI 에이전트라는 실행 플랫폼과 실제 추론을 담당하는 AI 모델을 분리한 접근이다. 기업은 업무 환경과 데이터, 스킬을 유지하면서 작업에 적합한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동시에 추론 성능과 비용을 함께 고려할 수 있어 기업용 AI 시장에서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전망이다.

이메일 주소 가진 'AI 동료' 등장…업무 자동화 넘어 조직 구성원으로

제미나이 에이전트가 제시한 또 다른 변화는 AI를 기업 내부의 협업 주체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지메일(Gmail), 드라이브(Drive), 문서(Docs), 스프레드시트(Sheets), 슬라이드(Slides), 챗(Chat), 캘린더(Calendar) 등 워크스페이스 애플리케이션에서 제미나이 에이전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통합하고 있다.

특히 '동료 에이전트(Coworker Agent)'는 조직 내에서 별도의 역할을 수행하는 AI다. 기업은 프로젝트 관리나 행사 운영, 재무 분석 등 특정 업무를 담당하도록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으며, 생성된 에이전트에는 독립적인 워크스페이스 계정이 부여된다.

여기에는 이메일 주소와 캘린더, 드라이브 저장공간, 사내 디렉터리 등록 정보가 포함된다. 직원들은 구글 챗에서 에이전트를 대화방에 초대하거나 이름을 언급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맡길 수 있다. 문서 댓글에서 에이전트를 호출하면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수정 사항을 제안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사람이 AI에 요청을 반복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여러 구성원이 동일한 에이전트와 지속적으로 협업하는 방식으로 확장되는 셈이다.

데이터 분석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능을 제시했다. 데이터 엔지니어는 자연어로 원하는 결과를 설명하면 제미나이가 파이스파크(PySpark) 코드를 생성하고, 노트북 환경에서 테스트하거나 머신러닝 모델 학습 및 데이터 파이프라인 문제 해결을 지원받을 수 있다.

비개발자도 자연어 질문을 통해 운영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 제미나이는 빅쿼리와 지식 카탈로그(Knowledge Catalog)를 활용해 조직 내 지표와 데이터 정의를 파악하고, 분석에 필요한 쿼리를 생성한다.

산업별 전문화도 추진한다. 금융 분야에서는 투자 리서치와 신용 분석, 리스크 모델링을 지원하는 50개 이상의 기본 스킬을 제공하며, 법률 분야에서는 문서 접근 권한과 기밀유지 정책을 반영한 전문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있다. 두 분야는 프리뷰 단계이며, 정부·의료·유통 분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 같은 기업용 에이전트 활용은 기존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Gemini Enterprise) 고객을 중심으로 이미 확산되고 있다.

일본 보험사 솜포(SOMPO)는 3만 4,000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1만 개 이상의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구축했다. 스페인 통신사 오렌지스페인(Orange Spain)도 인사, IT, 영업, 고객 서비스 분야에 1,000개 이상의 에이전트를 도입했다.

스포츠웨어 기업 온(On)은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24개 핵심 서비스를 구글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기존에 서비스별 3개월이 걸리던 이전 기간을 2주로 줄였다고 밝혔다. 온은 새 제미나이 에이전트의 초기 시험에도 참여하고 있다.

온의 나레크 베르디안(Narek Verdian)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를 통한 기술 업무 재설계 가능성을 강조하면서도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은 인간 엔지니어에게 남아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러한 기업 사례의 상당수는 기존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나 별도로 구축한 AI 에이전트의 활용 성과다. 이번에 공개된 범용 제미나이 에이전트가 동일한 성과를 입증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보안·비용 통제까지 내세운 구글…남은 과제는 실제 업무 신뢰성

AI가 기업의 이메일과 문서,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고 스스로 작업을 실행하려면 기존 챗봇보다 엄격한 보안 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여러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환경에서는 어떤 에이전트가 어느 정보에 접근했고, 어떤 작업을 수행했는지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구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이전트마다 독립적인 신원을 부여하고 최소 권한 원칙에 따라 접근 범위를 통제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각 에이전트의 작업은 에이전트 샌드박스(Agent Sandbox)라는 격리된 실행 환경에서 이뤄지며, 에이전트 간 통신과 외부 시스템 연결은 에이전트 게이트웨이(Agent Gateway)를 거치도록 설계됐다.

관리자는 역할에 따라 접근 권한을 설정하고, 모든 작업을 감사 로그로 추적할 수 있다. 특정 등급의 기밀문서에는 에이전트가 접근할 수 없도록 조직 차원의 정책을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법률 분야에서는 실제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로펌 쿨리(Cooley)는 구글 클라우드와 함께 법원 제출 문서에서 개인정보와 기밀정보를 식별하고 비공개 처리 대상을 제안하는 에이전트를 개발 중이다. 다만 최종 비공개 처리 여부는 변호사가 결정하도록 해 인간의 법률적 판단을 유지한다.

구글 클라우드의 사티시 토머스(Satish Thomas) 부사장은 실제 업무의 어려운 사례를 통해 AI 기술을 검증해야 효과적인 도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용 통제도 핵심 요소다. 구글은 업무에 적합한 AI 모델을 자동으로 선택하는 스마트 라우팅(Smart Routing)과 프로젝트별 실시간 지출 한도 설정 기능을 제시했다. 기업은 토큰 사용량과 실행 환경 비용을 모니터링하고, 설정한 예산에 도달하면 에이전트의 작업을 일시 중지할 수 있다.

다만 새 제미나이 에이전트의 상용화와 실제 운영 비용에는 여전히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다.

미국 기술매체 벤처비트(VentureBeat)는 8일 구글 클라우드 관계자를 인용해 새로운 제미나이 에이전트가 일부 고객에게 비공개 프리뷰로 제공되고 있으며, 정식 출시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기존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이용 고객에게 새 에이전트를 별도 추가 요금 없이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지만, 독립적인 워크스페이스 계정을 가진 동료 에이전트의 라이선스나 장시간 작업에 따른 사용량 비용 등 세부 과금 조건은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실제 업무 처리의 정확성도 검증이 필요하다. AI가 여러 기업 시스템을 넘나들며 장시간 작업할 경우 잘못된 데이터 해석, 부정확한 판단, 권한 오용 등이 연쇄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설명한 보안 아키텍처와 실제 운영 환경에서의 안전성이 같은 수준으로 구현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번 발표는 기업용 AI 경쟁의 방향이 모델의 답변 성능을 넘어 업무 실행 능력과 시스템 통합, 보안 거버넌스, 운영 비용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픈AI의 지속 실행형 에이전트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Copilot) 역시 유사한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기업의 업무 환경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구글은 워크스페이스라는 기존 협업 환경과 클라우드 인프라, 외부 AI 모델까지 아우르는 통합 전략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기업이 그 결과를 얼마나 신뢰하고 통제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AI가 사람의 지시를 기다리는 도구에서 지속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동료로 이동하고 있다. 제미나이 에이전트의 등장은 이 같은 변화의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지만, 기업 현장에서 사람의 판단과 책임을 어디까지 유지할 것인지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김한수 기자

hans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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