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자산을 사고파는 거래소, 주식과 파생상품이 거래되는 금융시장, 개인키를 관리하고 거래에 필요한 전자서명을 수행하는 디지털 지갑… 이처럼 서로 다른 영역에서 출발한 블록체인 기업들이 이제 하나의 시장을 향하고 있다. 거래와 보관, 결제와 자산운용을 연결하는 금융 인프라다. 경쟁의 핵심도 어떤 코인이 더 많이 거래되느냐에서 누가 금융의 기반 기술과 이용자 접점을 확보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의 경계가 흐려지는 산업 환경이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자산 거래 수단에서 국경 간 송금과 정산에 활용되는 결제 인프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실물자산(RWA, Real-World Assets)을 블록체인상에서 토큰으로 표현하는 자산 토큰화 기술도, 주식과 채권 등 기존 금융자산을 온체인 서비스와 연결하는 새로운 통로로 주목받는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금융 데이터를 조회하고 거래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기술까지 등장하면서 금융 서비스의 이용 방식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전통 금융기관의 디지털자산 시장 진입이 확대되면서 기술기업들의 경쟁도 달라지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에는 규제를 충족하면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공통 인프라가 필요하다. 개발기업은 거래와 정산 기능을 처음부터 구축하는 대신 기존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려 한다. 이용자 역시 여러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오가지 않고 한 서비스에서 자산을 관리하고 투자하며 결제할 수 있는 환경을 기대한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서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린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2026(Korea Blockchain Week 2026, KBW 2026)' 메인 콘퍼런스에서도 확인됐다. 특히 오경석 두나무 대표, 제프 얀(Jeff Yan)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공동창업자, 조셉 루빈(Joseph Lubin) 메타마스크(MetaMask)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각각 금융 인프라와 거래시장, 소비자 금융 플랫폼의 미래를 제시했다.
세 사람의 사업 영역과 기술적 접근은 달랐지만 공통된 방향은 분명했다. 블록체인을 기존 금융의 일부 기능을 보완하는 기술에서 금융 서비스가 작동하는 기반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발표는 온체인 금융이 기존 금융시장과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고 있으며, 실제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 보여줬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 거래소에서 글로벌 금융 인프라로…AI·기와·네이버 연결한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디지털 자산 거래를 넘어, 연결을 위한 금융 인프라로'를 주제로 진행한 기조연설에서 블록체인을 둘러싼 글로벌 금융산업의 변화에 주목했다.
기존 금융 질서에 도전하며 등장한 블록체인이 오히려 기존 금융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술로 활용되는 현상을 '블록체인의 역설'로 설명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전략을 꼽았다. 달러 기반 디지털자산의 활용이 늘어날수록 준비자산인 미국 국채와 달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고, 이는 미국 금융시장의 영향력과도 연결된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 디지털자산 산업의 과제는 국내에 축적된 기술과 운영 경험을 글로벌 금융시장과 연결하는 데 있다. 오 대표는 이를 위한 핵심 조건으로 접근성, 연결성, 수출 가능성을 제시했다.
"결국 우리의 과제는 이 경쟁력 있는 시장을 세계와 연결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접근성, 연결성 그리고 수출 가능성입니다. 세계의 자본과 기업이 안심하고 들어올 수 있는 한국만의 잘 규율된 항구를 조성하고 예측 가능한 진입 경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대금을 받았는데 이를 국내에서 쓸 수 없다면, 국내 원화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실시간 정산의 장점을 누릴 수가 없습니다."

두나무가 구상하는 금융 인프라 전략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중심으로 수탁과 자산 이동, 규제 준수 등 금융기관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연결하고, 이를 글로벌 온체인 금융 서비스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업비트는 개인 중심의 디지털자산 거래 서비스에서 법인과 기관으로 고객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업비트 커스터디는 금융기관의 내부 통제와 승인 절차에 맞춘 디지털자산 보관 기능을 담당한다. 여기에 트래블룰 준수, 이상거래탐지(Fraud Detection System, FDS), 온체인 자금 추적 등 금융기관의 디지털자산 활용에 필요한 기능을 결합하고 있다.
특히 오 대표의 발표에서 주목할 부분은 AI 에이전트와 금융 서비스를 연결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다. 두나무가 지난 5월 7일 출시한 '업비트 스킬스(Upbit Skills)'는 AI 에이전트가 업비트의 명령줄 인터페이스(Command Line Interface, CLI)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API)를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기술이다.
이용자는 자연어 명령을 통해 시세나 잔고를 확인하고 주문 및 입출금에 필요한 작업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실제 거래나 출금에는 별도의 API 권한과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AI가 독립적인 금융 주체로 무제한 거래하는 구조가 아니라, 사람의 권한과 통제 아래 금융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접점을 확장한 것이다.

이와 함께 두나무가 구축하는 블록체인 생태계 '기와(GIWA)'는 전통 금융과 온체인 금융을 연결하는 기술적 기반으로 제시됐다. 기와 체인은 이더리움 기반의 레이어2(Layer 2) 블록체인으로, 기존 블록체인의 거래 처리 부담과 비용을 줄이면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 대표는 한국 금융기관이 원화를 이용해 해외 온체인 금융 서비스를 활용하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실제 거래가 이뤄지려면 고객확인(Know Your Customer, KYC)과 자금세탁방지(Anti-Money Laundering, AML), 디지털자산 확보와 수탁, 거래 상대방 검증, 자산 이동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두나무는 업비트의 거래 기능과 수탁 인프라, 트래블룰 준수 체계 등을 연결하고, 기와 체인을 통해 온체인 금융 서비스로 이어지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특히 기와 생태계의 '도장(Dojang)'은 블록체인 외부에서 확인한 자격이나 인증 정보를 개인정보 공개 없이 온체인에서 증명하는 서비스다. 여기에 민감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도 거래의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는 암호학 기술인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 ZKP)'을 활용한 '보자기(Bojagi)'는 금융거래에 필요한 정보 보호와 검증 기능을 제공한다.
이러한 기술의 목적은 금융기관이 규제 준수와 개인정보 보호라는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면서 온체인 금융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오 대표는 두나무가 보유한 개별 기술을 하나의 금융 서비스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자산이 온체인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도 신원과 자격을 확인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안전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그 뒤에서는 거래, 보관, 이동 검증, 규제 준수, 온체인 연결까지 여러 기능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두나무는 이 역량을 다양한 금융 참여자가 활용할 수 있는 공통 인프라로 연결하고자 합니다. 은행과 증권사, 결제회사와 핀테크 기술 기업들이 모든 기능을 직접 구축하지 않고 규제를 준수하면서 자신만의 온체인 금융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전략에는 네이버파이낸셜과 추진 중인 사업 결합도 포함된다. 두나무의 디지털자산·웹3 기술, 네이버파이낸셜의 결제·핀테크 역량, 네이버의 AI·IT 인프라를 결합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사업 결합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7일 포괄적 주식교환 예정일을 2027년 3월 31일로 다시 연기했다. 관련 인허가와 심사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실제 사업 통합과 서비스 확대는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두나무가 제시한 전략은 거래소에서 출발한 기업이 금융기관의 공통 기술 기반을 제공하는 사업자로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경쟁력은 거래량뿐 아니라 다양한 금융기관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의 안정성과 규제 대응 능력, 글로벌 금융망과의 연결 수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제프 얀 "24시간 거래보다 중요한 것은 자산 통제권"…금융의 AWS를 꿈꾸다

이날 행사에서 제프 얀 하이퍼리퀴드 공동창업자는 '하이퍼리퀴드가 월스트리트에 가져온 24시간 거래(How Hyperliquid Pilled Wall Street on 24/7 Trading)'를 주제로 진행한 대담에서 전통 금융시장과 온체인 금융의 차이를 설명했다.
그동안 주식과 채권, 원자재 등 전통 금융상품은 거래소가 정한 시간과 규칙에 따라 거래돼 왔다. 그러나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국경과 시차의 제약 없이 거래가 이뤄지는 환경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전통 금융기관들도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면서 이러한 차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하이퍼리퀴드는 탈중앙화 거래 플랫폼을 기반으로 가상자산을 비롯한 다양한 자산의 무기한 선물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기존 금융시장이 문을 닫는 시간에도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얀 창업자는 이러한 특징만으로 온체인 금융의 차별성을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그는 ‘전통 금융기관이 거래시간을 확대하더라도 여전히 남는 차이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거래시간이라는 건 온체인 자체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먼저 그렇게 거래해 왔을 뿐이죠. 온체인 금융의 핵심은 이용자가 여전히 자신의 자금을 통제하고 직접 보관할 수 있다는 데 있다고 봅니다. 평소에는 이런 차이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래 상대방이나 중개기관, 수탁기관에 문제가 생기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 차이가 중요해집니다."

이러한 설명의 핵심은 자기수탁(Self-custody)과 거래 투명성이다. 중앙화된 금융기관에 자산의 보관과 관리를 맡기는 방식과 달리, 자기수탁 방식의 온체인 금융에서는 이용자가 직접 개인키를 관리하며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다. 블록체인상에서 거래와 자산 이동을 검증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이다.
물론 이러한 구조가 모든 위험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계약 취약점이나 담보 관리 실패, 급격한 가격 변동에 따른 청산 등 온체인 금융 특유의 위험도 존재한다. 다만 얀 창업자는 ‘특정 기관에 집중된 신뢰 의존도를 줄이고 금융 시스템의 작동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금융과 차별화된 가치를 찾았다.
더 주목할 부분은 하이퍼리퀴드가 지향하는 장기적인 기술 전략이다. 얀은 하이퍼리퀴드를 개별 금융상품을 거래하는 플랫폼에 머물게 하지 않고 다양한 금융 서비스가 활용할 수 있는 공통 인프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세계 최대 클라우드 사업자 중 하나인 아마존웹서비스(Amazon Web Services, AWS)를 언급하며 금융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공통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이퍼리퀴드가 중립적인 기술 인프라 계층이 되는 것이 우리의 비전입니다. AWS가 이전에는 각 기업이 개별적으로 구축해야 했던 것들을 다시 만들지 않아도 되게 해주면서 수많은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효율을 높였던 것과 비슷합니다. 금융에서도 주문장과 청산 같은 기본 기능이 그런 새로운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인프라는 널리 쓰이고 충분히 검증돼야 합니다. 그것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작동시키는 것이 하이퍼리퀴드 랩스의 주요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구상은 하이퍼리퀴드의 'HIP-3(Hyperliquid Improvement Proposal 3)'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HIP-3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외부 개발자가 하이퍼리퀴드의 거래 인프라를 활용해 자체 무기한 선물거래 시장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이다. 무기한 선물은 일반적인 선물과 달리 정해진 만기일이 없는 파생상품이다.
개발자는 시장에서 거래할 기초자산과 가격 정보, 위험관리 조건 등을 설정하고, 하이퍼리퀴드가 제공하는 주문장과 증거금 관리 등 핵심 거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시장 개설에는 일정 규모의 HYPE 토큰 스테이킹이 요구되며, 시장 운영과 가격 정보 관리에 관한 책임도 따른다.
이 같은 방식은 기업이 거래 시스템 전체를 직접 개발해야 하는 기술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에 구축된 거래·청산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 개설을 위한 HYPE 토큰 스테이킹과 운영 책임이 따르는 만큼 자금 부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얀 창업자는 실물자산 토큰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기초자산 자체를 토큰화하는 작업이 예상보다 어렵고, 특히 유동성 확보와 초기 시장 형성, 사업 운영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융자산을 블록체인에 토큰으로 표시한다고 해서 실제 거래가 활발한 시장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자산의 법적 권리와 소유 구조, 거래 상대방 확보, 가격 형성 등 기존 금융시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이 함께 충족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얀 창업자는 앞으로 주목할 분야로 사모시장(Private Markets)을 꼽았다. 비상장 기업을 비롯해 접근이 제한된 자산의 가격 형성 과정에 더 많은 투자자가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비상장 자산의 가치를 추종하는 파생상품 거래와 실제 비상장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거래 가능한 상품의 종류가 늘어난다고 해서 투자자의 법적 권리까지 자동으로 확대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조셉 루빈 "메타마스크는 돈의 운영체제"…보관하던 지갑이 금융 플랫폼으로

조셉 루빈 메타마스크 회장 겸 CEO는 '메타마스크의 다음 단계: 열린 금융의 실현(MetaMask's Next Chapter: Making Money Open)'을 주제로 한 대담에서 디지털 지갑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더리움 공동창업자이기도 한 루빈 회장은 메타마스크를 개발해 온 컨센시스(Consensys)의 창업자로, 최근 사업 구조를 소비자 금융과 기관용 블록체인 인프라로 분리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9일 컨센시스 소프트웨어(Consensys Software)는 메타마스크 중심의 소비자 사업과 프로토콜·기관용 인프라 사업을 각각 독립적인 회사로 운영하는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컨센시스 소프트웨어는 메타마스크를 중심으로 재편되며 루빈이 회장 겸 CEO를 맡는다. 여기에 더해 새롭게 분리되는 컨센시스는 기관용 블록체인 인프라와 이더리움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구조로, 루빈 회장은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기업 분리의 배경에는 소비자 대상 금융 서비스와 기관용 블록체인 사업의 고객과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디지털자산 관련 규제 환경이 변화하면서 금융기관들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 수요가 확대된 점도 사업 재편에 영향을 미쳤다. 루빈 회장은 이러한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 주 사이에 발표했지만, 사실 이 일은 꽤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것입니다. 무엇보다 업계가 이제 본격적으로 주류 시장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배경이었습니다. 지난 9개월에서 1년 사이 회사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사업의 역할이 나뉘기 시작했습니다. 메타마스크는 메타마스크대로 성장했고, 프로토콜과 기관사업 부문도 훨씬 바빠졌습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리더십과 시장 진입 방식, 우선순위, 자본구조가 형성됐고 회사를 분리한 것입니다."

메타마스크가 주목하는 시장은 디지털자산을 단순히 관리하고 전송하는 기능을 넘어 자산 운용과 결제, 투자 서비스를 통합한 개인 금융 플랫폼이다. 기존 디지털 지갑은 블록체인에 접속하고 거래에 서명하거나 디지털자산을 관리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그러나 여러 금융상품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제공되면서 디지털 지갑은 이용자가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는 주요 인터페이스로 발전하고 있다. 메타마스크 역시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지난 6월 30일 '메타마스크 머니 계정(MetaMask Money Account)'을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자기수탁 방식으로 자산에 대한 이용자의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스테이블코인 기반 자금 운용과 결제 기능을 제공한다. 이용자는 머니 계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잔액을 운용하고 결제에 활용할 수 있으며, 메타마스크 앱 안에서 다른 온체인 금융 서비스에도 접근할 수 있다. 루빈 회장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디지털 지갑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메타마스크는 지금까지 토큰에 서명하고 보유 자산을 관리하는 도구였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여러 부가 서비스를 추가해 왔습니다. 이제는 사실상 개인의 돈을 위한 운영체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메타마스크에 있는 돈을 활용하려면 이용자가 직접 무언가를 해야 했지만, 머니 계정에서는 그 돈이 자동으로 이용자를 위해 일합니다."
이러한 전략의 핵심은 금융 서비스 간 이동에 필요한 절차와 비용을 줄이는 데 있다. 기존에는 이용자가 여러 은행계좌와 투자계좌에 자금을 나눠 보관하고, 금융기관마다 고객확인 절차를 반복해야 했다. 메타마스크는 이러한 불편을 줄이고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에서 금융 기능을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머니 계정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메타마스크 USD(MetaMask USD, mUSD)를 활용해 자산을 운용하고, 메타마스크 카드(MetaMask Card)를 통해 결제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용자는 계정에 보유한 mUSD로 변동형 수익을 얻으면서 필요할 때 자금을 거래하거나 결제에 활용할 수 있다. 카드 결제 등 일부 기능은 이용자의 국가와 서비스 지원 여부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수익은 은행 예금이자처럼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탈중앙화금융(Decentralized Finance, DeFi) 프로토콜과 연계된 운용 결과다.
메타마스크의 또 다른 경쟁력은 금융상품을 직접 발행하기보다 여러 사업자의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 연결하는 유통·통합 역량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실물자산 토큰화 기업 온도 파이낸스(Ondo Finance)와의 협력이다. 메타마스크는 적격 이용자를 대상으로 미국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원자재 등을 기초로 한 토큰화 금융상품에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기존 증권계좌를 개설하지 않고도 블록체인 기반 금융상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토큰화된 주식은 기초 주식의 가격 변화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추종하는 상품으로, 실제 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것과 법적 권리가 다를 수 있다. 국가별 규제에 따른 이용 제한도 존재한다.
한편 루빈 회장은 메타마스크의 강점으로 글로벌 이용자 기반과 여러 금융상품을 하나의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 역량을 꼽았다. 토큰화 주식과 무기한 선물, 예측시장 등 서로 다른 사업자의 금융상품을 이용자가 하나의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자체 토큰 발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루빈 회장은 “탈중앙화 프로토콜에서 토큰이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메타마스크 토큰을 즉시 발행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기업공개(IPO)에 관해서도 상장이 기업의 자본조달과 대외 신뢰도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을 설명했지만, 메타마스크의 구체적인 상장 계획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메타마스크의 변화는 디지털 지갑이 단순한 자산 관리 도구에서 금융상품과 이용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금융상품을 제공하는지뿐 아니라 이용자가 자산의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이고 편리하게 금융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날 행사에서 세 연사가 제시한 미래는 서로 다른 지점에서 출발하지만 금융 서비스의 기반을 확보하려는 경쟁이라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두나무는 거래와 수탁, 규제 준수를 연결하는 금융 인프라를, 하이퍼리퀴드는 다양한 금융상품이 거래될 수 있는 공통 시장 인프라를, 메타마스크는 이용자가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통합 플랫폼을 지향한다.
이러한 구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기술의 완성도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실제 수요와 법적 권리, 규제 준수, 이용자 보호 등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블록체인 기업들이 금융의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나섰지만, 어떤 사업자가 실제로 금융 시스템의 일부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디지털자산 거래로 성장한 기업들이 이제 금융 서비스가 작동하는 구조 자체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