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 시대, 신입이 사라지면 5년 뒤 시니어는 어디서 오나

AI 에이전트가 사람보다 많이 일하는 회사에서 가장 먼저 줄어든 자리는 신입 개발자였다. 이런 흐름은 한 회사에 그치지 않는다.

앤트로픽은 16일(현지시간) 사내 고용 변화를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진 4명이 고용·AI 사용 기록과 직원 설문, 캘린더, 채용 평가 기록을 분석했고 직원 17명을 인터뷰했다.

2025년 초 이후 앤트로픽 기술 부서의 주니어 비중은 21%에서 14%로 낮아졌다. 기술직 신규 채용에서 주니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27%에서 9%로 더 가파르게 떨어졌다. 그사이 회사 전체 인원은 최근 1년 새 3배로 늘었다. 2026년 4월 사내 설문에서는 머신러닝(ML) 관리자의 약 3분의 1,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관리자의 약 5분의 1이 AI 때문에 채용을 줄였다고 답했다.

빈자리는 AI 에이전트가 채웠다. 2026년 3월 에이전트의 작업시간 합계가 처음으로 직원 근무시간을 넘어섰다. 8월에는 직원이 직접 지시하는 에이전트만 따져도 사람의 6배에 이르렀다. 엔지니어 1인당 코드 커밋은 6개월 전의 5배로 늘었다.

코드 작성과 버그 찾기처럼 신입이 일을 배우던 업무가 에이전트에게 넘어갔다. 대신 사람의 주의력이 새로운 병목으로 떠올랐다. 대화형 에이전트 세션의 약 80%는 사람의 응답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채용 기준도 달라졌다. 기술직 지원자에 대한 평가에서 자율성과 판단력 언급이 가장 많이 늘었고, 특정 분야 전문성의 비중은 줄었다.

외부 연구도 비슷한 결론을 내놨다. 스탠퍼드대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팀은 급여 처리업체 ADP 자료를 분석해 22~25세 소프트웨어 개발자 고용이 2025년 7월 기준 2022년 말 정점보다 20% 가까이 줄었다고 밝혔다. 같은 직군의 경력자 고용은 오히려 유지되거나 늘었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약 6200만 명의 이력서와 채용 공고를 분석했다. 2023년 1분기부터 생성형 AI를 도입한 기업의 주니어 고용이 미도입 기업보다 크게 줄었다. 감소의 주된 원인은 해고가 아니라 신규 채용 축소였다. 연구진은 이를 기술 변화가 경력이 짧을수록 불리하게 작용하는 '연공편향 기술변화'라고 불렀다.

(AI 생성 이미지)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2026년 8월 보고서에서 2022년 6월부터 2026년 6월까지 15~29세 청년 일자리가 28만5000개 줄었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94%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사라졌다. 정보서비스업 청년 취업자는 31.4%,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은 16.6% 감소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소프트웨어 개발직 채용 공고 중 신입 비중은 2022년 53.5%에서 2024년 37.4%로 낮아졌다.

다만 한은은 청년 고용 위축을 AI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주목할 점은 AI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는 것이다. AI가 사람의 일을 넘겨받는 '자동화' 업종에서는 청년 고용이 가파르게 줄었다. 반면 사람의 업무를 돕는 '증강' 업종에서는 감소가 뚜렷하지 않았다.

스탠퍼드 연구에서도 같은 차이가 나타났다. 신입의 자리를 가르는 것은 AI 자체가 아니라 기업이 AI를 쓰는 방식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앤트로픽의 사례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앤트로픽은 AI를 만드는 기업이면서 AI를 가장 깊이 쓰는 기업이다. 보고서도 자사 관행 상당수를 경제 전반에 그대로 옮기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반대 흐름도 있다. IBM은 2026년 미국 신입 채용을 3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신입 직무는 AI 결과물 검증과 고객 응대 중심으로 다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인력업체 로버트 하프의 조사 결과도 눈길을 끈다. 2026년 4월 미국 채용 관리자 약 2000명을 조사한 결과, AI 때문에 직무를 없앤 관리자의 32%가 같거나 비슷한 자리를 다시 채용했다. AI가 조직의 맥락과 지식을 대신하지 못했고, 예상보다 사람의 감독이 많이 필요했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힌 것으로 전해졌다.

앤트로픽은 위험 직무를 미리 파악하는 조기경보 체계를 만들고 기존 직원의 내부 재배치를 우선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런 조치가 주니어 채용 둔화를 직접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짚었다. 처음부터 채용되지 못한 사람에게는 기존 직원 보호 정책이 닿지 않기 때문이다.

시니어의 판단력은 신입 시절의 시행착오에서 자란다. 그 입구가 좁아지면 5년 뒤 에이전트를 지휘할 시니어는 어디서 길러질까. 에이전트 시대의 채용 문제는 결국 인재 파이프라인의 문제다.

정재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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