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이번에도 문턱 못 넘어

오랜 기간 끌어온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이 재차 국회 과방위 안건조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사진=pexels)

1년 가까이 끌어온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일명 ‘구글 갑질 방지법’이 재차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 안건조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연기됐다.   

15일 국회 과방위는 이날 오후 2시 열린 안건조정위원회 회의에서 이 법안의 전체회의 상정을 다시 한 번 미뤘다. 그간 국회 과방위에서는 이 법과 관련 총 8개의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여야 이견을 비롯해 미국과의 무역마찰 우려 등을 이유로 법안이 소위 통과를 못한 상태로 표류 중이었다.

지난 1차 회의에 이어 이날 역시 야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진행 된 회의에서는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에 대해선 합의가 끝났지만, 나머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함께 검토하자는 차원에서 차주로 다시 한 번 연기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을 포함한 4개 안에 대한 합의가 마쳐졌고, 나머지 4개 항목은 부처 검토 의견을 추가로 수렴 후 오는 20일 3차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합의가 미뤄진 4개 항목은 △과기정통부장관의 콘텐츠 동등접근 권고 가능 및 필요 시책 마련·시행(이상 과기정통부) △타 앱마켓에 등록하지 못하도록 강요 금지 △모바일콘텐츠 등 제공사업자 차별 금지 △앱 심사지연·삭제, 불리한 계약 체결 강요 등 불공정행위 금지(이상 공정위) 등이다.

이번 개정안은 제안 이유에서 “앱 마켓 사업자가 거래상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모바일 콘텐츠 사업자에게 행하는 불공정행위를 제재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앱 마켓 사업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특정한 결제방식을 사용하도록 강제하거나, 다른 앱 마켓 사업자에게 모바일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실 조사 및 시정 명령 등을 통하여 앱 마켓 사업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내용 등도 담겼다.

야당은 반대하지만… 결국 법안 처리 속도 붙을 듯

안건조정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조승래·정필모·한준호 의원, 국민의힘 황보승희·허은아 의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 등 6명으로 구성 돼 있다.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여당 의원 3명과 무소속 양정숙 의원은 찬성하는 입장이다.  

과방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검토 중인 안들에 대해 다음주 월요일까지 의견을 종합하고, 안되면 되는 것부터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여당 측은 최대한 야당을 설득하겠지만, 안될 경우 여당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안건이 전체회의에 상정, 통과되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여당은 이 개정안을 이달 내에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으로 이후 법안 처리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한국웹툰산업협회 주최로 열린 ‘구글 갑질 방지 간담회’에서 “(인앱결제 강제가 실행되면) 디지털 콘텐츠 가격이 올라가 소비가 위축되고, 제작에 영향을 주어 콘텐츠 질이 떨어지며 경쟁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된다는 걸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국내 기업에 대한 불공정은 어느 정도 제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함께 참석한 홍익표 의원 역시 “인앱결제가 시행되는 10월 이전까지 법안을 통과시켜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인앱결제 강제 논란, 진행 상황은?

인앱결제 강제 정책은 모바일 앱 사용자가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애플의 앱스토어를 통해 웹툰, 음원 등의 유료 콘텐츠 서비스를 결제할 때, 앱 자체의 결제 시스템을 배제하고 반드시 플랫폼이 정한 시스템을 통해 결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때 인앱결제를 통해 결제 수수료를 30~15%가량 부과한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안드로이드 체재에서 인앱결제 도입 여부는 앱 개발사들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구글의 이러한 정책 변경에 따라 2021년 10월부터는 모든 앱이 인앱결제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이슈는 지난해 6월경 시작됐다. 구글이 인앱결제 수수료 인상과 함께 이를 모든 앱에 의무화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지난해 9월경 구글은 공식적으로 게임에만 적용됐던 인앱결제를 플레이스토어에 올라온 전체 앱으로 확대한다는 것과 동시에 수수료율 인상을 전격 발표했다.  

국내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들과 창작자 단체 등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 기관 역시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구글 인앱결제 실태 점검에 나섰고,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소비자 고발을 접수, 구글의 시장지배력 남용 여부 조사에 들어갔다.

이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를 제재하기 위한 법안을 준비한다는 소식까지 들렸다. 이에 구글은 인앱결제 강제 적용시기를 2021년 10월로 연기하고 수수료율을 30%에서 15%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하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시행될 경우 국내 기업이 내는 수수료는 885억원에서 최대 1천568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과연 세계 최초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게 될까?

구글을 비롯한 애플의 자사 앱 마켓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이 불러온 논란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신에 따르면 워싱턴 DC를 비롯해 미국 36개 주에서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가 반독점법 위반이라며 소송이 진행 중이다. 특히 이들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수수료 30%에 대해 극단적인 독점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송 외에도 미국 각 주 의회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와 같은 법안 제정을 통해 인앱결제 강제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중시하는 미국 특성 상 법안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실제 노스다코다주의 ‘법안2333’과 애리조나주의 ‘법안HB2005’은 미국 민주당의 반대로 좌절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뒤를 이어 조지아, 매사추세츠, 미네소타, 위스콘신 등의 주에서 구글 등의 앱마켓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반독점 행위 규제 법안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도 우리나라 행정부와 같은 집행위원회에서 최근 몇 년 간 구글을 비롯한 페이스북등 글로벌 시장에 영향력이 높은 빅테크 기업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진행 중이다. 올해 4월에는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는 시장 지배력 남용”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지난해부터 진행된 법안 처리가 지지부진했던 것은 두 가지 우려 때문이다. 그첫 번째가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다. 실제 지난해 미국 정부는 이 법안이 양국 간 통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을 우리 외교부를 통해 정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의 안방인 미국에서 조차 거센 저항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두 번째로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법안 제정을 통한 글로벌 빅테크 규제가 시작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실제 구글의 인앱 결제 의무화를 막는 법적 장치를 마련한 국가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3차 회의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전부가 상정되고 국회 본회의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나라는 구글의 인앱 결제 서비스를 법적으로 규제한 세계 첫 사례가 된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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