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바라는 것 1위는 '정시 퇴근'"...앤트로픽 8만명 인터뷰

  • 응답자 81% "비전 향해 나아가"… 동시에 1인당 평균 2.3개 우려 제기
  • 개도국 "기회의 균등화 장치" vs 서유럽·북미 부정 감성 35% 이상
  • 동아시아, 인지 퇴화·개인적 변화 우려 글로벌 평균 웃돌아

앤트로픽이 159개국 80,508명을 인터뷰한 결과, AI에 가장 많이 기대하는 것은 화려한 미래가 아니라 업무 효율과 시간 회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2025년 12월 한 주 동안 클로드 활성 사용자를 대상으로 70개 언어로 진행됐으며, 앤트로픽은 이를 역사상 가장 크고 다국어적인 질적 연구로 평가했다.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AI 활용 비전은 '업무 탁월성'(18.8%)이었다. '생활 관리'(13.5%), '시간의 자유'(11.1%)까지 합산하면 응답자의 약 3분의 1이 AI에 '부담 경감과 여유'를 기대하고 있었다. 전 세계 8만 명이 AI에 바라는 것은 거창한 미래가 아니라 '오늘 정시 퇴근'이었던 셈이다.

"마법 지팡이를 휘두른다면 AI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주길 바라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자들의 답변(출처=앤트로픽)

"AI 지원 덕분에 이제 정시에 퇴근해 아이들을 학교에서 데려올 수 있게 됐습니다." 멕시코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남긴 이 한 줄은 보고서 전반을 관통하는 정서를 압축한다. 생산성 향상을 직접 경험했다고 밝힌 응답자는 32.0%로 7개 경험 영역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국 응답자의 목소리도 보고서에 직접 등장한다.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AI 시대에 어떻게 대비할지 성찰이 필요하다"며 실존적 긴장을 드러냈고, 또 다른 응답자는 3주 만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영상편집 프로그램을 독자 제작한 경험을 전했다. 같은 기술을 두고 위협과 기회가 갈리는 장면이다.

동아시아 응답자 전체의 패턴도 글로벌 평균과 뚜렷이 달랐다. '개인적 변화' 비전은 19%로 글로벌 평균(13.7%)을 웃돌았고, 'AI로 인한 인지 능력 퇴화' 우려는 18%로 글로벌 평균(16.3%)보다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동아시아가 통제 문제보다 개인적 함의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자리와 경제에 대한 우려는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출처=앤트로픽)

지역별 온도 차도 뚜렷했다. 아프리카, 남·중앙아시아, 중동, 라틴아메리카 응답자들은 AI를 전통적 자금 조달 장벽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봤다. "제 지역에서 이용 가능한 결제 플랫폼을 찾는 데 한 달이 걸릴 일을 AI가 30초 만에 해냈다. AI는 균등화 장치"라는 카메룬 기업가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반면 서유럽과 북미 응답자의 부정적 감성 비율은 35% 이상으로 전체 지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일자리·경제 우려(22.3%)를 표명한 미국의 한 응답자는 산업혁명 당시 마차에서 자동차로 교통수단이 교체된 것에 빗대어 "이제 사람들은 자신이 그 말이 될까 봐 두려워한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81%는 AI가 자신의 비전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는 데 기여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응답자 1인당 평균 2.3개의 별개 우려를 제기했다. 가장 많이 언급된 우려는 환각·부정확성 등 신뢰성 부족(26.7%)이었고, 일자리·경제적 불평등(22.3%), 인간 자율성 상실(21.9%)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AI가 인간 삶의 다양한 차원을 동시에 풍요롭게 하면서도 위협하고 있다. 핵심 질문은 부당한 비용 없이 혜택을 어떻게 취할 것인가"라고 밝혔다. 앤트로픽은 후속 조치로 클로드 사용자 하위 그룹 대상 웰빙 연구, 'AI for Science' 프로그램을 통한 사회 변혁 격차 해소, 일자리 대체 우려를 반영한 경제 정책 연구를 예고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방법론적 한계도 명시하고 있다. 참여자가 이미 AI에서 가치를 찾고 있는 활발한 사용자로 제한돼 선택 편향이 존재하며, 자사 서비스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인 만큼 결과 해석에서 긍정 편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긍정적 비전을 먼저 묻는 인터뷰 구조 역시 잠재적 편향 요인으로 지적됐다.

정재엽 기자

anihil@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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