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취업 준비생들이 면접장에서 반드시 준비해야 할 질문이 바뀌고 있다. MIT 컴퓨터과학 및 인공지능연구소(CSAIL) 소장 다니엘라 루스 교수는 "많은 직무에서 기준이 '사람이 그 일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AI 혼자, 사람 혼자 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서는 고유한 가치를 추가할 수 있는가?'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한국바른채용인증원이 전문가 4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AI 활용 확대에 따른 인력 축소 및 질적 채용 전환(63%), AI 이해 및 활용 능력 검증(46%)이 2026년 채용 시장의 핵심 트렌드로 꼽혔다.
■ 네이버·카카오 20대 채용 30% '뚝'…"AI로 대체 가능한 직무는 안 뽑아"
충격은 이미 현실이 됐다. 조선일보 분석에 따르면 '혁신의 상징'으로 불리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20대 직원이 2년 만에 각각 33%와 28%씩 급감했다. AI로 대체할 일자리가 늘면서 신규 채용을 줄인 탓이다.
두 회사는 2021년 각각 838명, 994명씩 신입 사원을 뽑았지만 지난해엔 3분의 1 수준만 채용했다. 특히 카카오는 2025년 전 직군 신입 공채를 처음 실시했지만, 전체 채용 규모는 2023년 452명에서 2024년 314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판교를 중심으로 한 국내 주요 IT 기업들 사이에서 AI가 대체 가능한 개발 직무에 대한 신규 채용을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 대기업 면접실엔 AI 면접관…"삼성·LG 'AI 선도 인재' 찾는다"
실용 인공지능(AI) 기술 기업 무하유가 공개한 '2026 AI 채용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무하유 AI 면접 솔루션 '몬스터' 도입 고객사는 전년 대비 57.8% 증가했다. AI 서류 분석 서비스 '프리즘' 도입 고객도 23.6% 늘었다. 응답자의 90.5%가 2026년 AI 활용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2026년 신년사에서 "AI를 모든 업무 프로세스에 능숙하게 적용하는 전문가"를 인재상으로 제시했다. LG전자도 "AI 네이티브 인재"를 강조하며 북미 AI 학회에서 현장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 중심 사업 전환에 맞는 인재"를, 현대자동차는 "소프트웨어와 AI 역량을 갖춘 인재"를 각각 원하고 있다.
또한, 경영컨설팅 전문회사 딜 코리아가 국내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2.5%는 "AI가 사람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인력 채용을 대체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67%는 "AI가 개발자 수요를 줄이고 있다"고 응답했다.
■ "더 이상 신입 안 뽑는다"…금융권도 AI 충격파
금융권도 예외가 아니다. 글로벌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유럽 내 35개 주요 은행을 분석한 결과, 전체 직원 212만명 중 약 10%인 21만명이 2030년까지 감축 대상이 된다. 한국 금융권도 향후 3년간 약 14%의 인력 감축이 예상돼 가장 큰 고용 하방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임직원 수는 최근 4년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디지털화에 따른 은행 점포 폐쇄와 경력직 중심 채용이 주요 원인이다. 한 은행 인사 담당자는 "AI 전문가 확보를 위한 경쟁은 치열하지만, 기존 은행 직원 고용은 위축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 글로벌 기업들의 뼈아픈 실패…"AI 해고의 55%가 후회"
하지만 AI를 앞세운 성급한 구조조정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의 충격적인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이유로 직원을 해고한 기업의 55%가 그 결정을 후회하고 있으며, 2026년 말까지 AI 관련 해고의 약 절반이 재채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IT 공룡 IBM은 2023년 약 8,000명의 직원을 해고하면서 'AskHR'이라는 AI 도구로 인사 업무를 자동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025년 5월, IBM은 조용히 해고했던 직원들을 재채용하기 시작했다. AI가 복잡한 HR 업무의 뉘앙스와 인간적 판단을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 거대 기업 맥도날드는 2021년부터 IBM과 협력해 드라이브스루에서 AI 음성 주문 시스템을 테스트했다. 하지만 AI가 베이컨을 아이스크림에 추가하거나 260개의 맥너겟을 주문하는 등 황당한 실수를 저질렀다. 결국 맥도날드는 2024년 6월 AI 드라이브스루 테스트를 중단했고, 이 실패 사례는 '실패 박물관(Museum of Failure)'에까지 등재됐다.

스웨덴 핀테크 클라르나도 2025년 5월 "AI 덕분에 직원 수를 40% 줄였다"고 자랑했지만, 같은 해 9월 AI 시스템의 품질 저하로 고객 만족도가 급락하자 인간 상담원을 다시 배치했다.
■ "AI는 사람처럼 실패하지 않는다…그게 문제"
MIT 컴퓨팅 교수 아르만도 솔라르-레자마는 기업들에게 중요한 경고를 던진다. "AI 시스템은 사람들과 같은 방식으로 학습하지 않는다. 기존 조직은 인간의 실패 방식을 처리하도록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히 그 인간을 AI 시스템으로 대체하면 실패할 것이다."
인력 분석 기업 비지어(Visier)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은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재채용률을 기록했다. 해고된 직원 중 약 5.3%가 재채용됐는데, 이 비율은 수년간 안정적이었다가 2025년 급등했다. 비지어 연구 책임자 안드레아 더러는 "기업들이 AI가 인간 노동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 프리랜서 시장의 실험…"AI 활용자가 40% 더 번다"
그렇다면 AI 시대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프리랜서 플랫폼 파이버의 2024년 보고서는 희망적인 신호를 보낸다. 40%의 프리랜서가 이미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으며, 주당 평균 8시간 이상을 절약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AI 도구를 사용하는 프리랜서들의 시간당 수입이 40% 더 높다는 점이다.
파이버 CEO 미카 카우프만은 "AI 사용법을 배우는 사람들이 자신을 대체할 도구를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다. AI를 안내하고 그 출력물을 해석하고 개선하는 법을 배우는 개인은 차세대 업무의 설계자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맥킨지 "70%의 기술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활용법이 달라진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AI가 이론적으로 미국 근무 시간의 57% 이상을 자동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지만, 이것이 반드시 일자리 손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맥킨지는 고용 시장에서 요구되는 기술의 70%가 자동화 가능한 업무와 자동화 불가능한 업무 모두에 적용 가능하다고 추정한다. "대부분의 기술이 여전히 관련성이 있지만, 그것들이 어떻게, 어디서 사용되는지는 진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예일 대학 예산연구소도 2022년 말 챗GPT 출시 이후 33개월 동안 광범위한 노동 시장은 눈에 띄는 혼란을 겪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직장에서의 광범위한 기술 혼란은 몇 달이나 몇 년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 2026년 면접실의 새로운 질문
AMD CEO 리사 수는 CES 2026에서 "우리는 더 적은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채용하고 있다. 우리는 AI를 선도하는(AI forward) 사람들을 채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2026년 채용 시장은 "AI를 얼마나 잘 다루는가?"를 넘어 "AI와 함께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답을 준비하지 못한 지원자는 이미 뒤처진 것이다. 그리고 답을 준비했다면, 그것이 AI만으로는, 또는 인간만으로는 제공할 수 없는 고유한 가치여야 한다. 삼성, LG, SK, 네이버, 카카오가 찾는 것은 AI 사용자가 아니라 'AI와 협업하는 설계자'다.
IBM, 맥도날드, 클라르나 등 글로벌 기업들의 실패가 증명하듯, AI는 만능이 아니다. 하지만 AI 없이는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2026년 한국 취업 시장은 이 딜레마의 한가운데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