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검색 시대, 해외 언론이 다시 꺼내 든 카드는 '뉴스레터'였다

AI가 뉴스 유통 구조를 흔드는 가운데, 해외 언론사들이 꺼내든 해법은 최신 AI 제품이 아니라 독자와 직접 맺는 관계였다.

지난 9월 1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미래 미디어 기술 컨퍼런스(Future of Media Technology Conference)'에서 나온 진단이다. 영국 언론전문지 프레스 가제트가 주최한 이 행사에는 뉴스UK, 데일리메일, 폴리티코 UK, 캐나다 매체 더로직 등의 관계자가 연사로 나섰다. 행사 내용은 9월 30일 미국 하버드대 니먼재단의 저널리즘 연구 매체 니먼랩을 통해 정리돼 공개됐다.

배경에는 이른바 '구글 제로'에 대한 위기감이 있다. 구글이 검색 결과 안에서 AI가 바로 답을 보여주는 'AI 오버뷰'와 'AI 모드'를 확대하면서, 이용자가 언론사 사이트까지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RISJ) 미탈리 무케르지 소장은 AI 기업과의 제휴와 독자 관계 사이에 실질적 긴장이 있지만,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할 뚜렷한 신호는 아직 없다고 짚었다. 이 불확실성이 언론사들을 독자와의 직접 관계에 투자하게 만드는 주된 이유로 꼽혔다.

트래픽의 '양'보다 '관계'를 보겠다는 흐름은 성과 지표에서 드러난다. 가디언의 리즈 윈 최고서포터책임자는 앱 다운로드, 방문 빈도, 뉴스레터 가입을 중요한 지표로 꼽았다. 언론사의 사명에 대한 공감만으로는 부족하고, 매일 찾아오게 만드는 습관과 가치를 함께 쌓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폴리티코 UK의 케이티 팔리소울은 무료 콘텐츠에도 회원가입 절차를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독자 데이터를 확보해 구독 가능성이 높은 이용자를 가려내고, 정책 저널리즘 중심의 유료 콘텐츠로 안내하기 위해서다.

언론사들이 AI 검색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참석자들은 AI 검색을 규칙이 정해지지 않은 '서부 개척 시대'에 빗댔다. 무엇이 AI 답변 상단에 노출되는지 누구도 정확히 몰라 최적화 전략을 세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뉴스UK 톰 잭슨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콘텐츠를 AI 기반 검색·발견 환경에 맞춰야 한다면서도, 변화가 워낙 빨라 지금의 패턴만 보고 큰 결정을 내리기는 이르다고 경고했다. 그는 에이전틱 AI 시대에 더 풍부한 메타데이터가 다시 중요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뉴스UK의 모회사 뉴스코퍼레이션은 메타와 AI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잭슨은 다른 AI 기업과도 협상을 이어가되, 콘텐츠를 무단으로 가져가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데일리메일의 칼리 스티븐 SEO·편집 커머스 디렉터는 IP 보호와 독창적 콘텐츠 생산을 기본 원칙으로 두면서도, AI 플랫폼에서 노출을 높이기 위한 세밀한 접근을 시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자들이 이미 AI 플랫폼에서 정보를 찾고, 그 안에서 신뢰할 만한 브랜드를 찾기 시작했다는 판단에서다.

미래 기술을 논하는 자리에서 여러 세션에 걸쳐 승자로 꼽힌 것은 오래된 기술인 뉴스레터였다. 뉴스레터는 독자 관계를 깊게 하고 플랫폼 알고리즘 의존을 줄이는 직접 채널로 평가받았다.

기술·비즈니스 전문 매체 더로직은 창간 때부터 뉴스레터를 핵심에 뒀다. 데이비드 스콕 최고경영자(CEO) 겸 편집국장은 오픈율 하락을 겪지 않았고 광고 성과도 꾸준히 늘었다고 전했다. 더로직은 기자들이 직접 쓰는 데일리 뉴스레터 브리핑을 신문의 1면으로 여긴다. 뉴스레터를 독립된 상품으로 다루고, 일찍부터 알고리즘 위에 사업을 세우지 않기로 한 것이 비결이라는 설명이다.

2007년 출범한 폴리티코의 뉴스레터 '플레이북'도 사례로 거론됐다. 팔리소울은 그 성공 요인으로 독자에 대한 집착을 꼽았다. 총리나 장관 같은 구체적 독자를 상정하되, 직함이 아닌 한 사람의 일상에 맞춰 유머와 생활 정보까지 담는다는 것이다.

이번 논의는 국내 매체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생성형 AI 검색 최적화(GEO)를 아무리 잘해도 챗GPT·구글·제미나이는 결국 남의 플랫폼이다. 기사 성과를 페이지뷰로 끝낼 것이 아니라 '기사→뉴스레터 가입→재방문→직접 방문'으로 이어지는 흐름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뉴스레터 역시 기사 링크 모음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읽을 이유가 있는 편집 상품이 돼야 한다.

정재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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