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메모리 독점에…2026년 스마트폰·PC 값 두 자릿수 인상 예고

[AI요약] AI 기술이 스마트폰은 물론, 태블릿, 스마트워치까지 메모리를 사용하는 모든 기기의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소비자용 제품의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는 AI 기업들이 호황을 누리면서 주요 제조업체들이 AI 데이터 센터 생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크다.

AI 기술이 스마트폰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미지=삼성전자)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열풍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대거 흡수하면서,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는 스마트폰과 PC 가격이 크게 오를 전망이다.

로이터와 CNN 등 외신은 6일(현지시간) 2026년 소비자 전자제품 가격 급등 가능성을 집중 보도했다. 통상 스마트폰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은 고성능 카메라, 대형 디스플레이, 대용량 저장공간 등이지만, 올해는 메모리가 가격 상승의 주범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메모리 사용 기기 전부 가격 상승 압력

문제의 본질은 수급 불균형이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AI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확충에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맥킨지앤컴퍼니 추산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이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투입할 비용은 약 7조 달러(약 1경310조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생산에 생산 라인을 집중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용과 소비자용은 메모리 타입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한쪽 수요가 폭증하면 다른 쪽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 결과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태블릿, 스마트워치, 노트북 등 메모리를 사용하는 모든 기기의 가격이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

메모리 가격 단기간에 2배 이상 급등

글로벌 IT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시장 상황이 전반적으로 매우 압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 기관은 지난달 메모리 가격이 2025년 4분기에 30% 급등했으며, 2026년 초에는 20%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조사기관인 인터내셔널데이터코퍼레이션(IDC)은 지난주 메모리 부족 여파로 2026년 스마트폰 시장이 0.9%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 제약이 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메모리 수급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산업 전문 리서치 기업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2025년 스마트폰 생산 비용이 8~10%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저가 안드로이드폰 타격 최대…제품 출시 연기 가능성도

IDC에 따르면 일부 스마트폰 가격은 이르면 올해 초부터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저가형 안드로이드 기기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가 제품은 원래 마진이 낮아 원가 상승을 흡수할 여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제조사는 수익성이 낮은 보급형 모델 출시를 미루고, 마진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IDC 분석에 따르면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는 2025년 457달러(약 67만원)에서 2026년 465달러(약 68만원)로 오를 전망이다. 단가는 소폭 상승에 그치지만, 시장 전체 규모는 5789억 달러(약 853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메모리 부문 김재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및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가 강세를 보이면서 모바일·PC용 메모리 공급 부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 소비자 시장 철수 선언…공급 압박 가중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은 지난주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AI 수요에 집중하기 위해 소비자용 메모리 브랜드 '크루셜(Crucial)' 사업을 완전히 철수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시장에서 주요 공급자 하나가 사라진다는 의미로, 공급 압박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요 제조업체들이 AI 데이터 센터 생산을 늘리면서, 소비자용 제품에 대한 자원이 부족해지고 있다. (이미지=애플)

하반기 가격 안정 가능성은 있어

그나마 희망적인 전망도 있다. 나빌라 포팔 IDC 선임 리서치 디렉터는 "기업들이 내년에 스마트폰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도 "공급망이 조정됨에 따라 내년 말에는 가격이 다시 하락하거나 적어도 가격 상승폭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양 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수석 분석가는 "반도체 산업은 신기술 등장에 따른 변화에 적응하는 데 익숙한 분야"라면서도 "AI 수요가 이렇게 빠르게 증가할 것에 대한 대비는 부족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반도체 분야에서 수요와 공급 불균형은 늘 있는 일이지만, 이번 스마트폰 가격 상승은 다소 예상 밖"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 선택지: 비싼 값 지불 vs 낮은 사양 vs 기기 교체 연기

결국 소비자들은 세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할 상황이다. 더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 원하는 사양의 제품을 구매하거나, 예산 범위 내에서 성능을 타협하거나, 아예 기기 교체 시기를 늦추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세 번째 선택지, 즉 교체 주기 연장이 실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는 제조사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AI 호황의 역설적 부작용이 될 전망이다.

김한수 기자

hans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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