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케팅 현장에서 AI는 더 이상 실험적인 도구가 아니다. 광고 세팅, 크리에이티브 테스트, 성과 분석 등 실무 전반에서 AI 자동화는 이미 기본값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만큼 마케터의 역할도 변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광고 관리자 기능을 얼마나 세밀하게 다룰 수 있는지가 경쟁력이 됐다면, 이제는 어떤 판단을 사람의 몫으로 남기고 무엇을 AI에 맡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능력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9일 ‘디지털 마케팅 인사이트 2026(DMI 2026)’ 무대에 오른 정의동 메타 팀장은 이러한 변화를 “마케터의 일이 줄어드는 방향”이라고 표현했다. AI가 마케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작업을 줄여 본질적인 판단과 전략에 집중하도록 만든다는 의미다.
이날 정의동 팀장은 인스타그램과 Threads 이용 행태의 변화부터, 메타 AI가 광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구조, 그리고 앞으로 마케터에게 요구되는 역할 변화까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설명했다.
“한국 유저는 인스타그램을 다르게 쓴다”… 플랫폼 사용 방식의 변화

발표를 시작하면서 정의동 팀장은 이날 발표 내용을 “인스타그램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이라며 공식적인 메타의 입장이 아닌 개인적인 통찰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정 팀장이 제시한 관점은 ‘Lean In’과 ‘Lean Back’이다. 유튜브나 틱톡이 비교적 수동적인 콘텐츠 소비 성격이 강한 플랫폼이라면, 인스타그램은 이용자가 직접 행동하고 관계를 확장하는 ‘Lean In’ 성향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스타그램에서는 콘텐츠를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DM으로 보내고 대화를 시작하는 흐름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자신이 보고 재미있었던 콘텐츠를 친구들에게 DM으로 보내기도 하고 DM을 통해서 친구들과 소통을 하기도 하고 뭔가 조금 더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약간 이제 인스타그램은 ‘Lean In’에 더 가깝다고 봐요. 또 MBTI(Myer B riggs T ype Indicator, 마이어-브릭스 유형 지표 혹은 성격 유형 검사라고 많이 표현한다) 많이 하시죠?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한국인 유저분들의 성향을 보면 일단 앞에 하나는 ‘I(내향적)’가 확실합니다. 굉장히 내향적으로 활용을 하고 계세요. 그 이유는 부계(부계정)에서도 나타나죠.”
정 팀장의 발표는 한국 유저의 또 다른 특징인 부계정 사용 행태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정 팀장은 한국이 글로벌 기준에서도 부계정 활용 비중이 높은 국가라고 지목했다. 덕질용, 친한 사람만을 위한 계정, 특정 관심사를 공유하는 계정 등 목적에 따라 계정을 분리해 사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정 팀장은 이를 두고 “한국 유저는 인스타그램을 매우 개인적이고 선택적으로 활용한다”고 분석했다.

릴스와 DM의 결합 역시 중요한 변화로 언급됐다. 릴스를 보다가 흥미로운 콘텐츠를 DM으로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고, 인사말 없이도 관계가 이어지는 현상이다. 정의동 팀장은 이를 ‘Reel-relationship’라는 표현으로 설명하며, “카카오톡은 말을 걸어야 대화가 시작되지만, 인스타그램 DM은 콘텐츠가 대화를 대신 시작한다”고 말했다.
스토리와 ‘친한 친구(Close Friends)’ 기능도 한국 유저에게는 중요한 소통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대상에게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관계의 신호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인스타그램과 Threads가 단순한 콘텐츠 소비 플랫폼을 넘어 관계와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유틸리티(실용적 소통 도구)'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정 팀장의 분석이다.
AI가 바꾼 광고의 방식… “이제 중요한 것은 세팅이 아니다”

정의동 팀장은 이후 발표의 초점을 광고와 마케팅 실무로 옮겼다. 정 팀장은 메타가 매년 진행하는 ‘메타 커넥트’를 언급하며 ‘AR 글라스’ ‘AI 글라스’가 마케팅과 연결되어 가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아직 한국에서는 이 기술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렇지만 실제로 외국에서는 이런 AI 글라스나 AI 글라스의 위력을 굉장히 실감을 하고 있는 중이고요. 저희도 실제로 써보면 지금도 충분히 쓸 만하지만, 앞으로 한 두 번에서 세 번 정도의 업그레이드가 더 있고 나면 정말 평소에도 그냥 쓰면서 쓰고 다니면서 쓸 수 있겠다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정 팀장은 “AI 이야기를 하면 멀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이미 마케터의 일상 업무 대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을 이어갔다.
정 팀장이 짚은 첫 번째 변화는 마케터에게 요구되는 역량의 이동이다. 과거에는 광고 관리자나 분석 툴을 얼마나 잘 다루는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고객과 제품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 팀장은 “광고 관리자는 이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익힐 수 있는 영역이 됐다”며 “AI를 활용해 사고를 확장하고 메시지를 설계하는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광고 세팅과 크리에이티브 검증 방식의 변화다. 과거처럼 연령·성별·관심사별로 광고 세트를 세분화하는 방식은 오히려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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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관련 정 팀장은 “AI 자동화가 사람이 개입했을 때보다 더 안정적인 성과를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는 세팅 자체가 아니라,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충분히 다양한 신호와 메시지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어 정 팀장은 크리에이티브 메시지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광고 소재를 50개 만들었더라도, 메시지가 하나라면 AI 입장에서는 하나의 신호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 정 팀장의 설명이다. 이제는 가격, 혜택, 품질, 무료배송 등 서로 다른 메시지를 명확히 구분해 제시해야 AI가 각 메시지에 반응하는 고객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변화는 데이터 분석 방식이다. 정 팀장은 “AI가 브랜드와 관련된 사용자 발화를 분석해, 브랜드 인식과 실제 반응 간의 차이를 파악하고 개선 방향을 제안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 리포트를 넘어, 크리에이티브와 메시지 전략 설계로 이어지는 영역이다.
그러면서 정 팀장은 크리에이터 마케팅을 언급했다. 크리에이터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브랜드와 크리에이터를 연결하고, AI가 콘텐츠 성과를 예측·추천하는 구조가 이미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정 팀장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정 팀장은 다시금 “이를 통해 마케터는 불확실성이 높은 집행을 줄이고, 보다 전략적인 판단에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 팀장은 “AI는 마케터의 일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일을 줄인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만큼 마케터는 ‘고객은 누구인가’ ‘우리 브랜드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