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개최된 디지털 마케팅 인사이트 2026(DMI 2026)의 두 번째 키노트는 정민아 앨리슨하이퍼앰 대표의 ‘불황에도 빛나는 B2B 마케팅 전략 : AX로 찾는 성장 동력’ 주제 발표였다.
지난 2002년 IT 전문 PR 기업 민커뮤니케이션(현 앨리슨코리아)를 설립한 정 대표는 이후 23년 내리 한국과 글로벌 기업을 연결하는 B2B 마케팅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해왔다. 설립 후 현재까지 앨리슨코리아는 글로벌 ERP 기업들과 15년간 협력하며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준을 경험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AWS, 엔비디아, 다쏘시스템, 인텔, 코닝, 삼성전자 반도체, 현대자동차 수소 상용화 프로젝트 등 글로벌 테크 기업 500여 곳과 협업해왔다. 그렇게 쌓은 경험과 노하우는 정 대표를 실리콘밸리 및 유럽, 중국의 테크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할 때 가장 먼저 찾는 '현지화 전문가'로 만들었다.
최근 정 대표는 그간 소외돼 왔던 B2B 기업의 마케팅과 캠페인 전략 필요성을 언급한 두 권의 책 ‘하룻밤에 읽는 B2B 마케팅’ ‘하룻밤에 읽는 B2B 캠페인’을 연이어 출간하며 업계에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 두 권의 책은 이날 DMI 2026에 참여한 모든 참관객들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이날 정 대표의 발표는 그간 B2C(일반 소비자 대상 비즈니스) 기업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치부돼 왔던 디지털 마케팅 전략 논의를 B2B(기업 대상 비즈니스) 기업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 강조됐다.
“AI는 마케터의 게이트 키퍼이자 전략 파트너”

정민아 앨리슨하이퍼앰 대표는 이번 키노트에서 2026년 B2B 마케팅이 직면한 현실을 먼저 짚었다. 수년 전부터 이어진 경기 둔화는 구매 의사 결정 기간을 길게 만들었고, 예산은 줄어드는 반면 마케터가 처리해야 할 일은 계속 늘었다. 그는 “이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실질적인 도구는 AI”라고 말하며, 단순 자동화를 넘어 AI가 마케터의 업무 방식 전반을 바꾸고 있는 현실을 설명했다.
정 대표는 특히 AI를 “새로운 게이트 키퍼”라고 명확히 정의했다. 기존에는 PR이 팩트 기반 정보 전달을 담당하고, 소셜 미디어가 감정·스토리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다면, 이제 마케터는 AI가 정보를 읽고 판단하는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AI는 예쁜 인포그래픽이나 스토리형 콘텐츠를 잘 읽지 못한다. 구조화된 정보, 출처가 명확한 데이터, 기계가 해석할 수 있는 형태의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마케팅 조직 안에 PR 담당, 소셜 담당과 더불어 AI 대응 기능이 자연스럽게 추가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이어진다.
정 대표는 마케터의 정체성 변화도 짚었다. 마케터의 목표는 CMO가 아니라 CRO(Chief Revenue Officer)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B2B 마케팅의 핵심은 기능·효율 홍보를 넘어 가치 제안, 신뢰 구축, 고객 관계 확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AI 도입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AI가 리드 스코어링·그레이딩·DB 정렬 등 반복적이고 복잡한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마케터는 더 전략적인 판단과 매출 기여 활동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실제 사례를 공유하며 이를 구체화했다. A 고객사는 인바운드 중심 콜센터 직원에게 아웃바운드 업무를 교육했지만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 대표는 이 문제를 AI 기반 접근으로 전환했다. 과거 캠페인 참여 데이터, 다운로드 이력, 이벤트 참여 정보를 통합해 AI가 스코어링을 수행하도록 하자, 영업에 넘겨야 할 리드와 멸쳐링이 필요한 리드가 자동으로 분류되었다. 이 과정에서 AI는 개인별로 어떤 콘텐츠가 적합한지까지 추천해주며, 기존 인력 중심에서 해결하기 어려웠던 정교한 분류 작업이 가능해졌다.
이어 정 대표는 한국 기업의 AI 도입이 어려운 이유로 ‘데이터 부족’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많은 기업이 CRM을 도입했지만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마케팅 캠페인이 부족해 데이터 자체가 생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의 AI 프로젝트 상당수가 학습 데이터가 없어 문서를 ‘파싱’하는 작업에 시간을 대부분 쓰고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지적했다. 정 대표는 “완벽한 전략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작은 캠페인이라도 시작해 고객 인터랙션과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 대표는 “AI는 교육의 대상이며, 마케터가 회사의 맥락을 직접 학습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I가 아무리 빠르게 발전하더라도, 회사·산업·고객의 맥락을 학습시키는 일은 마케터의 경험과 판단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도 짚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AI가 많은 업무를 도와줄 수 있지만, 결국 중요한 의사결정은 경험이 있는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WS·세일즈포스·다쏘시스템이 들려준 ‘AI 실전 도입기’… 조직, 프로세스, 역할까지 재정의되는 순간

정민아 대표의 발표에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AWS 지용호 마케팅 총괄, 세일즈포스 김성호 부사장, 다쏘시스템 정은선 본부장이 참여해 AI 도입의 실제 현장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세 기업은 산업군도, 조직문화도 다르지만, AI 도입의 방향에서는 한가지 공통점을 드러냈다. AI는 이미 조직 내부 깊숙한 곳에서 ‘업무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으며, 마케팅은 변화의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먼저 다쏘시스템 정은선 본부장은 전문 솔루션 기업의 특성상 AI 기능을 도입할 때 고객들이 요구하는 수준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작은 기능 하나에도 신뢰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사 혁신을 단번에 선언하기보다, 마케팅 담당자의 각 역할에서 파일럿을 진행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다쏘시스템은 리스크가 크지 않은 콘텐츠 제작·메시지 퍼스널라이제이션·업무 자동화 같은 영역에서 AI를 먼저 도입하며 조직의 학습과 적응을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정 본부장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조직 문화였다. 정 본부장은 “누군가가 방향을 정해주길 기다리는 시대가 아니”라며, 구성원 개개인이 AI 도구를 직접 시도하면서 팀·조직 단위의 변화를 만드는 bottom-up 방식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AI가 잘 작동하려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먼저 이해하고 시도해야 하며, 이러한 경험이 쌓일수록 조직 전체가 자연스럽게 AI 친화적으로 전환된다는 설명이다.
세일즈포스 김성호 부사장은 보다 구조적인 관점에서 AI 도입의 현실을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AI 도입은 결국 디지털 레이버 투입”이라고 정의하며, 조직 내 프로세스가 정교하지 않으면 AI가 도입돼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마케팅과 영업의 연결 지점이 명확하지 않거나, CRM·리드 관리 체계가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AI의 효율도 반감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B2B 마케팅은 영업과의 연계가 필수이기 때문에, 조직 내부의 협업 구조와 KPI 정렬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도 김 부사장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어 김 부사장이 공개한 세일즈포스의 사례는 AI의 파급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일즈포스 웹사이트에는 방문자를 안내하는 ‘웹 에이전트’가 운영되고 있는데, 사용자가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AI가 질문을 주도하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시스템 하나만으로 2025년 기준 3만건 이상의 영업 기회가 자동 생성되었다는 사실은, AI가 단순한 검색 보조를 넘어 리드 생성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SDR(Sales Development Representative) 조직에서도 변화가 뚜렷했다. 휴먼 SDR이 응답하지 못하는 75%의 낮은 단계 리드를 AI가 자동으로 팔로우업하며, 영업 조직이 전략 고객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을 확보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부사장은 “AI는 사람의 일을 뺏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더 전략적인 일에 집중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내부 평가·조직 운영에서도 나타난다. 김 부사장은 직원의 커뮤니케이션·성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승진 추천 사유를 자동 생성하는 시스템을 예로 들며, “이제 AI는 조직 운영의 일부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은 마케팅뿐만 아니라 기업 내 전반적인 의사결정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AWS 지용호 총괄은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AI 도입 전략을 설명했다. AWS는 매년 열리는 Summit을 중심으로 고객·파트너·AWS가 함께 AI 기반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는 방식으로 산업 변화를 이끌어왔다. 지 총괄은 “AI 도입은 기업 내부에 도구를 넣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고객·파트너와 함께 사용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AWS 내부에서 문서 작성에 활용되는 ‘내러티브’ 문화 역시 AI 도입 전후로 큰 변화를 겪었다. 과거에는 수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했던 문서 작업이 AI 활용 이후 크게 단축되면서, 구성원들은 더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업무에 시간을 할당할 수 있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지 총괄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미래의 마케터는 AI를 활용하고 조율하는 ‘AI 오케스트레이터’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론의 마지막에서 세 연사는 공통적으로 “AI 시대는 기술 자체보다 이를 활용하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가 반복 업무를 빠르게 처리해주는 만큼, 마케팅과 세일즈는 더 높은 수준의 전략·관계 구축·고객 이해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또한 AI 활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판단·윤리·검수의 책임은 여전히 인간에게 남아 있으며, 이는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공유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