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추종펀드가 금융시장의 새 주류로…미국에서만 올해 1400조원 넘게 몰렸다

  • 금리 고점·AI 테마·비용 효율성 삼박자…ETF가 자금의 ‘최종 종착지’로 부상
  • 한국도 ETF 순자산 140조 돌파…2차전지·AI·배당형 상품에 투자 쏠림

2025년 들어 투자자산 선택의 판도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자산운용 대형사인 스테이트스트리트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미국에 상장된 지수추종형 펀드로 약 1370조원에 해당하는 돈이 들어왔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작년 12월에야 처음으로 이 수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라졌다.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 유입을 기록하며 새로운 투자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markets.com 홈페이지 캡처)

연말까지 현재 추세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총 유입 규모는 약 2000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이 상품군이 등장한 이래 단일 연도 기준으로 가장 큰 금액이 될 전망이다. ETF 분석 전문기관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운용되는 이런 상품들의 총액이 1경7000조원 수준까지 불어났고, 거의 3년 반 동안 한 달도 빠짐없이 자금이 유입되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2020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자금 이탈이 없었다는 얘기다.

전통적인 투자신탁 상품들이 여전히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투자자들의 선호도는 점점 반대편으로 기울고 있다. 수수료가 비싸고 환금성이 떨어지며 세금 측면에서도 불리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는 중이다. 모닝스타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기존 투자신탁에서 약 660조원이 빠져나갔는데, 상당액이 ETF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수추종펀드는 주식처럼 언제든 사고팔 수 있으며 관리비용이 훨씬 저렴하고 세금도 효율적으로 처리돼 장기 투자자는 물론 단기 매매를 선호하는 이들에게도 매력적인 구조를 갖췄다.

타이달 파이낸셜의 최고투자책임자는 이 같은 성장세를 단순한 유행이 아닌 자금 흐름의 디지털화에 비유하며, 매일 새로운 상품 출시 문의가 쏟아질 만큼 시장 열기가 뜨겁다고 전했다.

이런 급성장은 글로벌 금리 정책과 기술 투자 흐름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중앙은행이 오랫동안 높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채권형 지수펀드는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고, 동시에 인공지능과 반도체, 로봇공학 같은 혁신 분야에 투자하는 상품들은 성장주 랠리에 힘입어 개인과 기관 모두에서 자금을 끌어모았다. 특히 AI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되면서 엔비디아, AMD, 슈퍼마이크로컴퓨터 같은 기업 주식을 담은 테마 상품이 폭발적 인기를 얻었으며,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디지털 자산 관련 상품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관계자는 이제 ETF가 단순히 지수를 따라가는 수동적 상품이 아니라 투자 아이디어를 즉각 상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금융혁신 플랫폼으로 진화했다고 강조했다.

한국 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국내 상장 ETF의 순자산 총액이 140조원을 넘어섰고 연초와 비교하면 약 2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AI, 2차전지, 반도체, 금, 고배당 같은 테마가 개인 투자자 자금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AI 반도체 상품과 미래에셋의 2차전지 테마 상품은 상반기 대비 30~40% 수준으로 자금이 늘어났으며, 최근에는 커버드콜 전략이나 매월 배당금을 지급하는 형태의 상품들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AI 반도체 ETF’. (사진=삼성자산운용 홈페이지 캡처)

금융당국도 이런 변화에 발맞춰 시장 육성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까지 ETF 시장 규모를 200조원 이상으로 키우고 파생형과 해외 상품 접근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ETF 산업이 이제 제2의 성장기에 들어섰다고 본다. 지수를 수동적으로 추종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능동적 운용 전략을 적용하거나 단순 주식형을 넘어 다양한 자산을 혼합한 상품, 대체투자 영역까지 확장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블랙록 iShares의 관계자는 이제 ETF가 투자 접근성을 넘어 금융교육의 핵심 도구가 되고 있으며 개인투자자와 기관이 동일한 상품을 활용하는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시장 분석가들은 성장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만큼 단기 변동성 확대, 과도한 테마 쏠림, 중복 상품 간 경쟁 같은 부작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TF는 더 이상 보조적인 투자 수단이 아니다. 2025년 이후 자산운용의 표준 플랫폼이자 글로벌 자금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시장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이것이 단기 유행이 아닌 투자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알리는 신호라고 진단한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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