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커머스 2023]② 신선식품의 대명사 ‘컬리’가 뷰티를 품을 수 있었던 이유는?

컬리, 선별된 큐레이션과 차별적 배송 시스템으로 한국 이커머스 업계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
고도화돼 가는 소비자 취향에 대응한 컬리, 밸류를 지키며 선택한 방법은 ‘뷰티컬리’ 론칭
큐레이션 강점 살리며 더 깊은 취향 공략… 결과는 ‘성공적’, 전년 대비 거래액 2배 증가

2014년 설립한 컬리는 초기 ‘마켓컬리’라는 이름으로 특화된 새벽배송 서비스를 기반으로 신선식품에서 시작해 이커머스 기업으로 성장을 거듭해 왔다. 1~2인 가구의 20대 여성을 비롯해 3040 여성층을 대상으로 선별적인 큐레이션과 브랜딩,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컬리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이러한 컬리의 부상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소비자를 인식하는 방식의 변화 필요성을 일깨웠고, 지금까지도 컬리의 방식은 이커머스 업계에 벤치마킹의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이커머스에 대한 고객 경험이 쌓이고 그에 따라 소비자 취향 역시 고도화 됐다. 이에 따라 초기 버티컬 커머스 영역에서 성장을 하던 컬리 역시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에 직면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더 깊은 소비자 취향 공략과 더 넓은 시장으로의 확장은 필수적이었던 셈이다.

관건은 컬리가 그간 공고히 쌓아온 밸류를 지키는 것, 그리고 리테일 영역에서 자사의 강점을 십분 발휘하면서도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카테고리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지난해 11월 론칭된 것이 바로 ‘뷰티컬리’다.

그렇다면 시장의 변화에 대응한 뷰티컬리의 도전과 그간의 성과는 어떨까? 지난 8일부터 양일간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개최된 ‘넥스트 커머스 2023’에서 마더레이터로 나선 김소희 트렌드랩 대표와 함께한 천경원 ㈜컬리 뷰티컬리 부문 그룹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년 동안 하려 해도 안된 것을 1년도 안돼 해냈다”

천경원 ㈜컬리 뷰티컬리 부문 그룹장

천경원 뷰티컬리 그룹장은 2년 반전 비식품 총괄로 컬리에 합류했다. 컬리가 식품에서 비식품 영역으로 막 확장을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런 그가 ‘뷰티컬리’ 론칭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무렵부터였다고 한다.

뷰티컬리의 방식은 막 뷰티 카테고리를 시작하는 여느 업체와 달랐다. 대중적인 제품보다 럭셔리 브랜드 입점에 공을 들인 것이다. 이른 김소희 대표는 ‘역설적인 조치’라고까지 표현했다. 천 그룹장은 “가장 큰 이유는 고객이었다”며 그간의 과정을 이야기했다.

“럭셔리를 정의하는 기준은 조금씩 달라 몇 개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뷰티 업계의 1, 2위 브랜드는 입점을 해 주셨죠. 생각 나는 것이 업계에서 1위 브랜드 업체에 오래 일하시다가 합류하신 분이 20년 동안 하려 해도 안된 거를 1년도 안돼 어떻게 할 수 있었냐고 하시더군요. 사실 저도 뷰티만 계속 한 것은 아니라 감이 좀 없긴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전에는 볼 수 없던 빠른 속도로 많은 브랜드 입점을 유치했다고 평가 해 주신 듯해요. 가장 큰 이유는 고객이었던 것 같아요. 브랜드들은 기본적으로 고객을 만나고 싶어하는 니즈가 있는데, 컬리를 자신들과 고객층이 모여있는 장소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퀄리티에 집중해 온 결과, 남다른 고객층 확보가 주효했다

지난 8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개최된 ‘넥스트 커머스 2023’에서 마더레이터로 나선 김소희 트렌드랩 대표(오른쪽)와 함께한 천경원 ㈜컬리 뷰티컬리 부문 그룹장. (사진=테크42)

천 그룹장의 말은 결국 식품 카테고리에서 20대 혹은 3040세대 여성들에게 소구해온 컬리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가 뷰티컬리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천 그룹장은 “데이터를 통해서도 컬리의 고객은 다른 커머스 사이트 고객과 확연히 다른 점을 확인하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컬리가 퀄리티 중심으로 고객을 모았던 과정이 있다보니 아무래도 그 가치를 알아봐 주시는 고객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소고기도 한근에 얼마인지를 따지기 보다 얼마나 좋은 품질인지에 집중하는 고객들이 모여 있죠. 그런 분들이 또 대개는 럭셔리 뷰티 브랜드를 소비하고 계신 거고요. 이는 컬리 고객들이 보이는 여러가지 액션을 통해서도 확인이 되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저가 브랜드보다 백화점 브랜드의 선호도가 높은 식으로 다른 이커머스에 비해 매출 1등 제품이 다르다는 것이 특징이죠.”

이어 천 그룹장은 뷰티컬리를 론칭하기까지 컬리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카테고리 확장을 고민하며 그간 고수한 브랜드 밸류를 지켜야 한다는 쪽과 처음 시도하는 카테고리에는 저가 브랜드로 시작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분분했던 셈이다. 천 그룹장이 택한 방식은 ‘고객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식품에 까다로운 고객도 비식품에서는 다른 선택을 한다

천 그룹장은 식품 카테고리에서 컬리가 유지했던 퀄리티, 그리고 ‘컬리만이 팔 수 있는 제품’을 선별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 뷰티 카테고리만의 방식을 새롭게 정립했다. (사진=테크42)

“컬리는 워낙 식품으로 우상향 성장을 이어가고 있었기에 다른 카테고리로 확장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적지 않았어요. 일례로 건강에 좋지 않은 기호식품을 꼭 팔아야하냐와 같은 식이었죠. 다만 저는 초기 멤버로 합류한 것은 아니라 컬리가 갖고 있는 강점을 나름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었고, 그런 방향으로 의견을 많이 냈죠. 예를 들어 고객의 입장에서 내가 편하게 사고 싶은 것들을 사려면 특정 제품의 경우 그 제품을 파는 곳에 가야만 하거든요. 고객이 원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제품이 거기에 모여 있을 뿐인거죠. 아무리 수산물을 까다롭게 고르시는 분들도 휴지는 큰 고민 없이 일반적인 제품을 사기도 합니다. 즉 저는 고객의 편의를 먼저 생각했고, 컬리가 한번에 배송을 하기 때문에 VIP 서비스처럼 고객이 원하는 여러 제품을 편하게 구매할 수 있게 하고 배송해 줄까를 우선 고민하며 가능한 브랜드를 쭉 나열했고요. 그걸로 내부 증명 과정을 거쳤죠.”

이 과정을 거쳐 천 그룹장은 컬리 내부의 공고한 고집을 누그러뜨렸다고 한다. 즉 식품 카테고리에서 컬리가 유지했던 퀄리티, 그리고 ‘컬리만이 팔 수 있는 제품’을 선별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 뷰티 카테고리만의 방식을 새롭게 정립한 셈이다. 그렇게 컬리가 고수한 프리미엄 퀄리티를 맞추면서도 고객들에게 익숙한 유명 브랜드 입점이 이뤄진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 이미 입점 된 브랜드 중 컬리에만 있고 외부에는 없는 블내드, 컬리에도 있고 외부에도 있는 브랜드, 외부에만 있는 브랜드로 그렇게 나눠서 영업을 했고 각각의 매출 결과표를 보여드렸어요. 그랬더니 식품과는 정 반대의 결과가 나왔죠. 뷰티 뿐 아니라 비식품 부분이 전반적으로 그랬어요. 저희는 유통이자 플랫폼이에요. 소비자가 원하는 걸 해야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른 기업들의 실패 사례가 나오는 것은 그걸 알아도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는 것과 실행은 다른 영역이라고 봅니다. 컬리의 독창성이 있는 상황이지만, 다음은 무엇을 해야 되냐고 할 때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계속 관찰하고 실행에 옯기고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을 계속 거쳐야 해요. 그게 사실 쉽지 않죠. 나는 의지가 있지만, 회사가 원치 않을 수도 있고 회사는 원하는데 주주가 원하지 않을 수도 있고요.”

복잡한 설명이 될 수도 있지만, 천 그룹장은 이 모든 과정을 ‘장사’라는 한 마디로 정리했다. 유통 관점에서 생각하면 단순하다는 것이다. 팔리는 것과 안 팔리는 것을 구분하고 그에 따라 물건을 바꾸는 과정, 또 온라인은 오프라인보다 그 과정이 훨씬 쉽다는 것이 천 그룹장의 생각이다.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이커머스 경쟁, 컬리의 선택은 소비층 확대였다

컬리는 '컬리만이 팔 수 있는 제품'을 선별하는 큐레이션,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퀄리티로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과 차별적인 고객층을 확보해 왔다. (이미지=컬리 블로그)

앞서 설명과 같이 컬리의 선택은 여러가지 옵션이 있었다. 그간 구축한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며 새로운 카테고리를 추가하는 것, 대중적인 저가 제품 브랜드를 론칭해 규모를 키우는 것 등이다. 정답은 없는, 그러나 성장을 고민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이다. 더구나 이른바 ‘치킨게임’으로 회자되고 있는 이커머스 업계의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규모의 확장’에 대한 유혹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빅테크 계열의 커머스 기업을 비롯해 쿠팡 등의 사례다. 저마다 제품 카테고리를 늘리거나 거대 물류센터를 구축해 인프라를 강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규모의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컬리의 경우는 좀 달랐다는 것이 천 그룹장의 설명이다.

“다른 기업들을 보면 자본으로 빠르게 확장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을 취하고 있어요. 하지만 스타트업들은 그런 구조적인 환경이 없어요. 컬리도 마찬가지였죠. 저는 소비층 확대가 더 맞는 방향성이라고 생각했어요. 컬리는 지난해 2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지만, 물류센터는 2개 뿐이었어요. 얼마 전에 메인센터가 3개로 확장됐죠. 대신 컬리는 큐레이션을 적극적으로 하고 페기률을 1%대로 낮추는데 집중했어요. 물류센터에 많이 넣어 놓고 폐기를 감수하면 운영할 수 없었으니까요. ‘우리 고객들이 확실하게 사용할 것들만 고민하자’는 것이 컬리의 방식이었어요. 온라인이지만 오프라인 매장처럼 운영한 거죠.”

신선식품의 대명사에서 식품 전 영역으로 다시 비식품으로 카테고리 확장을 진행해 온 컬리의 도전은 다시 ‘뷰티컬리’로 이어지고 있다. 고객에 집중하는 컬리만의 방식은 또 어떤 성과를 낼 것인가? 그 성과를 바탕으로 컬리는 또 어떻게 진화할까? 답을 아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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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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