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의 'AI 우선' 전환이 바꾸는 글로벌 메타버스 판도…한국 시장, 독자적 생존 경로 모색

  • 메타버스 핵심 인력 AI 조직으로 대거 이동, 600명 규모 구조조정 단행하며 전략적 우선순위 명확히
  • 산업용 메타버스는 2032년 1,800억 달러 규모 성장 전망…한국은 가상 아이돌·교육 플랫폼 중심으로 새 길 개척

메타(구 페이스북)가 메타버스 사업부의 핵심 인력을 AI 조직으로 대규모 이동시키면서 글로벌 메타버스 산업의 판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번 조직 개편은 단순한 인사 변화가 아니라 메타가 향후 사업의 중심축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전략적 신호로 해석된다.

메타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사진=Meta 홈페이지 캡처)

메타, 조직 재편으로 ‘AI 중심 체제’ 공식화

메타는 Reality Labs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해온 비샬 샤(Vishal Shah)를 AI 제품 조직으로 이동시키고 AI 개발 총괄 부사장 직책을 부여했다. 샤는 2015년 인스타그램을 통해 메타에 합류한 이후 6년 동안 제품 담당 부사장으로 활동하며 플랫폼의 핵심 기능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의 이동은 메타가 메타버스 기술 개발을 독립 사업부가 아닌 AI 통합 생태계의 일부로 재배치했음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메타 수퍼인텔리전스 연구소(Meta Superintelligence Lab, MSL)에 연구개발 기능을 집중시키는 조치도 단행됐다. MSL은 올해 6월 출범 이후 8월 4개 팀으로 재편되며 수천 명 규모의 조직으로 확대됐지만, 메타는 최근 약 600명 규모의 인력 조정을 통해 '소규모·고효율' 개발 체계로 전환했다. 이는 대형 연구 조직보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팀 중심으로 AI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메타의 Reality Labs는 2024년 4분기에만 49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며 매출 10억 달러를 크게 밑도는 적자 구조를 지속해왔다. 이번 개편으로 메타의 사업 전략은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중심에서 'AI 기반 몰입형 경험 강화'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 글로벌 산업용 메타버스, 2030년대 조 단위 성장 전망

메타의 전략 변화와 별개로 산업용 메타버스 시장은 빠른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자료에 따르면 산업용 메타버스 시장은 2024년 약 237억 달러 규모를 형성했으며, 2032년에는 1,837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트윈, XR, AI, 클라우드, IoT가 융합된 산업 메타버스는 제조·에너지·운송 등 전통 산업에서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수단으로 채택되고 있다.

다만 산업용 메타버스 확산에는 신원 관리, 디지털 자산 소유권 인증, 접근 권한 보안 등 구조적 제약이 남아 있다.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된 설비·기계·환경 데이터를 어떻게 인증하고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글로벌 표준이 아직 완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일부 기업이 블록체인 기반 인증 기술을 도입하고 있지만, 시장 전체의 표준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정책·시장 구조 변화 속 한국의 산업 적용 가속화

메타의 전략 전환은 한국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메타버스와 AI 결합이 가장 빠르게 실험되는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 기반 K팝 가상 아이돌이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22년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 전문 자회사 '스튜디오 리얼라이브'를 설립해 가상 인간, VFX, VR 제작 등 콘텐츠 기술을 통합한 IP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SM은 2024년 9월 첫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nævis)'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버추얼 휴먼 나이비스(nævis). (사진=SM엔터테인먼트)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는 가상 걸그룹 '이프랜디스(ifLANDIES)'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프랜디스는 2023년 9월 K팝 보이그룹 크래비티(CRAVITY)의 리더 세림과 협업해 신곡 'If YOU'를 발표하며 현실과 가상 아티스트 간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보였다.

가상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는 2024년 8월 멜론 TOP100 차트 1위를 기록하며 버추얼 아이돌 최초로 국내 주요 음원 차트 정상에 올랐다. 플레이브는 2025년 2월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 195위에 진입하며 가상 아이돌로서는 최초로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렸고, 초동 밀리언셀러 기록까지 세우며 'K팝 대표 보이그룹'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화시스템은 AI·VR·블록체인을 결합한 교육용 메타버스 플랫폼 '위캔버스(WeCampus)'를 개발해 EBS와 협력해 전국 200여 개 초·중등학교에서 운영 중이다. 위캔버스는 공교육 교과과정과 연계된 3D 기반 체험형 학습 콘텐츠와 학습관리시스템(LMS)을 제공하며, 누적 사용자 1만여 명 규모의 메타버스 학습 경험이 쌓이고 있다.

AI 기반 가상 얼굴 합성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디오비 스튜디오는 버추얼 휴먼 제작, 디에이징, 인물 복원 기술로 광고·교육·콘텐츠 산업에서 활용 범위를 넓히며 미국·유럽·중동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메타버스·AI 융합 기술을 차세대 성장 전략으로 설정하고 관련 정책 로드맵을 마련해 왔다. 한국의 메타버스 직장(Metaverse Workplace) 시장은 2025년 약 1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5년간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성장률이 예상된다.

메타의 조직 재편은 메타버스를 AI 중심으로 재정비하는 신호이자 전 세계 기업들의 XR·AI 전략 재구축을 촉발할 계기로 평가된다. 산업용 메타버스는 강력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보안·신원·소유권 같은 제도적 리스크가 상업화 속도를 조절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한국은 콘텐츠·문화·산업 기술을 결합한 독자적 사례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 메타버스와 AI가 어떤 형태로 융합될지, 그리고 이 변화가 한국 산업 전반에 어떤 구조적 변화를 불러올지에 따라 시장 판도는 다시 한 번 크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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