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다면? ‘구독경제’가 답이다

[구독경제 Focus]④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 인터뷰

구독경제는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각 기업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사진=pexels)

우버와 같이 공유경제 모델로 사업을 시작한 기업들은 최근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구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 역시 이미 구독 서비스를 하고 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분야에서는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 사업을 시작하며 구독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모빌리티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글로벌 메이커로 부상한 현대자동차가 자사 브랜드 라인업을 중심으로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테슬라는 하드웨어가 아닌 ‘자율주행 프로그램’의 구독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빅테크 기업인 카카오를 비롯해 쿠팡 등도 마찬가지다. ‘구독경제’는 이제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을 넘어 글로벌 경제의 판도를 바꾸는 ‘메가 트렌드’가 되고 있다.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이하 구독경제센터)에서 발행한 <구독경제 소유의 종말>에서는 현재를 ‘구독경제의 시대’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구독경제가 과연 밝은 면만 있는 것일까? 구독경제센터에서 강조하는 구독경제의 기회, 그리고 소비자와 사업자들 모두 조심해야 하는 어두운 면에 대해서 알아봤다.

다크 넛지를 경계하라

구독경제센터는 구독경제가 열어갈 핑크 빛 미래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대기업이 앞다퉈 구독경제를 도입하고 경제부처에서도 구독경제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정작 그것이 실행 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이야기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센터 전문가는 “구독경제에도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며 입을 열었다.

“구독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이용하는 것, 장점이 많다는 것만 알아서는 부족해요. 구독 서비스가 가진 위험이 곳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죠.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 제대로 알고 사용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머니에서 돈이 줄줄 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구독경제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한편으로 소비자를 기만하고 힘들게 할 수도 있어요.”

소비자의 입장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서비스나 제품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는 꽤나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다양한 구독 서비스가 출시되는 상황에서 개중에는 영양가 없거나 자신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구독 서비스도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독경제센터 측은 “구독자는 본인에게 필요한 양질의 구독 서비스를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구독 서비스 이용자가 늘며 이를 관리해 주는 서비스도 생겨나고 있다. (이미지=왓섭 홈페이지)

“요즘에는 OTT서비스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그 외에도 쇼핑, 자동차, 정수기, 비데 등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일수록 지출에 관심을 가져야 해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죠. 한 번에 큰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구독 서비스의 장점이 자칫 독이 될 수 있어요.”

구독경제센터가 제안하는 방법은 ‘무료 체험 기간을 이용해 먼저 경험해 보라는 것’, 단 체험 기간은 반드시 기억하는 것이 좋다. 가족, 지인들과 계정을 공유해 사용할 수 있을 경우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 외에도 주기적으로 자신이 이용하는 구독 서비스를 체크하고 사용빈도나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은 구독을 중단할 것을 권한다.

“최근 각종 구독 서비스 제공 기업들이 무료 체험 기간을 제공하고 있죠. 하지만 체험 기간이 끝나고도 구독료가 자동 결제되는 사례들이 많아요. 이러한 기업의 비즈니스 행태를 ‘다크넛지(Dark Nudge)’라고 해요. 넛지는 옆구리를 툭 치듯 부드럽게 다른 사람의 선택을 돕는다는 의미지만 이걸 바람직하지 않게 사용할 때를 의미하죠. 몇몇 기업은 가격 인상을 잘 보이지 않게 공지한 후 인상된 가격을 청구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요즘에는 이러한 구독 서비스를 관리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어요.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편리할수록 자신이 사용하는 구독 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말라는 거예요.”

구독경제센터가 지적하는 다크넛지 사례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넷플릭스 서비스에서도 있었다. ‘구독경제 빅브라더’라 할 수 있는 넷플릭스의 초기 약관에는 소비자에게 동의 없이 구독료를 마음대로 인상할 수 있는 항목이 있었다. 이는 지난해 1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 시정 명령을 통해 바뀌었다. 그 외에도 구독자의 과실과 관련 없는 해킹이나 정보 유출에 의한 피해도 구독자의 책임이었지만, 이제는 온전히 넷플릭스의 책임으로 바뀌었다. 센터 측은 이와 같은 사례를 설명하며 “요금 외에도 약관을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크넛지 관련 불만이 커지면서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는 ‘구독경제 금융 소비자 보호 방안’을 발표했다. (이미지=금융위원회 홈페이지)

구독경제, 잘못 적용하는 기업은 망할 수 있다

구독경제센터는 기업의 입장에서도 구독경제가 반드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비스 설계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접근할 경우 호기롭게 적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망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때 구독자 300만명을 확보하며 '오프라인의 넷플릭스'로 불리던 무비패스는 구독자 소비 패턴을 잘못 분석한 탓에 파산하고 말았다.

“오프라인의 넷플릭스라고 불렸던 미국의 무비패스는 서비스 시작 3년만인 지난해 파산했어요. 월 9.95달러만 내면 영화관에서 매일 한 편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구독 모델이었고 큰 인기를 끌며 한때 30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요. 소비자의 소비 패턴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죠. 9.95달러는 구독자가 한 달에 영화 2번만 봐도 적자가 될 정도로 저렴한 구독료였어요. 무비패스 경영진은 매일 영화를 보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극장에서 매일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지도 않으니 구독자들은 이내 흥미를 잃을 것이라 판단했어요. 헬스장의 회원권처럼 초반에만 반짝 관심을 가지고 나중에는 구독을 하면서도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짐작만으로 구독료를 낮게 책정한 거죠. 또 설령 구독자들이 영화를 많이 본다고 해도 구독자의 개인 ID, 즉 선호하는 영화 데이터를 확보해 이를 영화제작사에 팔며 수익을 보전할 수 있다고 봤어요.”

무비패스의 짐작은 곧 착각임이 드러났다. 성급한 일반화로 매니아층의 성향을 무시한 것이다. 한달에 같은 영화를 여러 차례 보는 구독자가 많았으며, 그 비용은 온전히 무비패스의 손실로 돌아왔다. 심지어 어떤 구독자는 ‘주변을 지나다가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영화를 예매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이렇게 가짜 손님도 많다 보니 무비패스가 확보한 고객 데이터도 신뢰도를 의심받았다. 결국 무비패스는 구독료를 인상하거나 볼 수 있는 영화를 제한하는 등의 오락가락한 정책 변경을 반복했고, 끝내 파산하고 만 것이다. 구독경제센터 전문가는 “구독자 분석이 기업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구독경제 센터가 기업에 강조하는 또 하나의 주의 사항은 ‘체리피커(Cherry Picker)’를 예방하는 서비스 설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체리피커는 케이크 위에 얹은 체리만을 골라 먹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기업 진행하는 이벤트나 서비스에서 경품이나 혜택만을 목적으로 하고 실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거나 실속만 챙기는 소비자를 뜻한다.

구독 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는 기업이 조심해야 할 사항 중 하나는 '체리피커'를 예방할 수 있는 서비스 설계이다. (사진=pexels)

“2018년에 중국 청두시에서 오픈한 훠궈식당의 실패사례가 있어요. 그 식당은 문을 열며 2만원 상당의 멤버십 카드를 발매했는데, 구독 서비스 프로모션의 방식이었죠. 멤버십 카드를 사면 한 달 동안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식사를 할 수 있게 한 거예요. 초기에는 성공한 듯 보였죠. 식당이 북새통을 이뤘으니까요. 하지만 이 식당은 개업한지 보름도 안돼서 1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내고 폐업했어요. 멤버십 카드를 지인과 가족들이 돌려가며 사용하고 여럿이 와서 하루 종일 식사를 했기 때문이에요. 입장 시 카드에 본인 사진을 넣거나 QR코드 등 인증을 하게 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거예요.”

그렇다면, 소비자에게도 좋고, 기업에게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좋은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어떤 고려가 필요할까? 센터 측이 우선 꼽은 것은 ‘구독적합성’이다. 단순하게는 구독하기에 적합한 서비스와 상품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구독적합성에서 중요한 것은 구독 서비스로 풀어 냈을 때 기존의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보다 메리트가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굳이 기존 방식과 차별점이 없는데 소비자가 금액을 먼저 내야하는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없죠. 맥킨지 보고서에 의하면 구독자 중 약 55%만이 장기 약정 가입을 고려해요. 분야별로 장기구독 이용률을 보면 보충서비스는 65%, 큐레이션이 52%, 액세스 분야가 51%죠. 그 다름에 고려해야 할 것이 제품과 회사의 경제성이에요. 보고서의 내용처럼 단기적인 구독만 이용하는 상황일 때 무료 구독 기간, 과다한 구독 할인 등 불필요한 요소는 의미가 없죠. 중요한 것은 구독자들을 락인(lock-in)할 수 있는 매력적인 구독 서비스를 개발하는 겁니다.”

구독경제센터는 “스타트업 같이 인력과 자원이 풍부하지 못한 경우에는 더욱 경제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했더라도 이를 제공할 경제적 힘이 없으면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경제적인 힘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처음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는 경우에는 소수의 제품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센터가 제시하는 방법은 ‘금액 지불 방식’을 다양하게 하라는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주기로 세분화된 구독료를 책정한다거나 1회성 구독료를 책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너무 세분화하는 것도 소비자에게 선택 장애를 줄 수 있으니 3개 정도의 탄력적인 구독 가입 상품이 있으면 적당하다고 봅니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고객의 편리성을 고려한 구독 서비스 모델을 구축한다면 더욱 좋겠죠.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만 좋은 게 아니라 결제 환경이 체계적이고 편리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거예요. 앞서 말씀드린 다크넛지와 같은 행위는 지양해야겠죠?”

구독경제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구독경제센터 전문가는 최근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춤한 ‘공유경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공유경제와 구독경제는 긴밀하게 연관이 돼 있고 향후 ‘공유 자체가 구독화되는 경제 시스템’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센터의 예측이다.

“공유경제 자체가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가 되려면 구독 서비스 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위워크도 공간 공유를 표방하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수익모델은 구독이잖아요. 구독의 대상은 공간, 제품 같은 하드웨어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에요.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 개인이 보유한 지식조차도 구독 서비스의 대상이 될 수 있죠. 향후 대부분의 회사들은 구독 서비스를 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특히 공유경제 서비스 회사들은 필연적이죠.”

한참 이야기를 듣다 보니 우리나라 기업들의 향후 방향성도 궁금해졌다. 빅테크 기업을 비롯한 기존 하드웨어 제품을 생산하던 기업들조차도 이제는 구독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OTT 분야는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가 장악했고, 그 외에 구글과 아마존을 비롯해 너무도 많은 회사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무서운 것은 이들 서비스의 락인(lock-in) 효과가 엄청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센터 측이 내 놓은 답은 냉정하면서도 긴급했다.

“OTT 시장은 솔직히 경쟁하기 힘들다고 봐요. 지적재산권(IP)을 얼마나 보유하는가가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죠. 넷플릭스가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긴 해도 엄청난 IP를 보유한 디즈니플러스가 뒤집을 가능성도 높아요. 시기는 저도 말씀드리기 힘들지만 디즈니플러스가 앞서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넷플릭스라고 해서 무제한으로 IP에 돈을 쓰기는 힘들거든요. 이에 비해 디즈니는 스타워즈, 어벤저스, 심슨, 미키마우스… 셀 수 없는 IP를 보유하고 있어요. 그걸 바탕으로 한 굿즈나 게임 등 확장할 수 있는 사업이 거의 무한정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모빌리티 분야는 어떨까? 그래도 이 분야는 나름 강점이 있다. 글로벌 메이커로서 현대자동차가 있고, 최근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확장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도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이미 자사 제품을 대상으로 구독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자사 자동차 라인업으로 구독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홈페이지)

“현대자동차의 경우는 구독 서비스로 승산이 있다고 봐요. 만약 자율주행차 기술이 완성된다면 이러한 모빌리티 구독 서비스 시장이 제대로 열리는 거죠. 자율주행 기술 완성 여부가 아마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겁니다. 자율주행이 되면 차안에서 영화를 보거나 업무를 볼 수 있어요. 이동하는 응접실, 사무실이 되는 거죠.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도 적용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해져요. 기존 자동차 메이커 회사들은 그 상황에서 가장 유리한 입장이 될 거예요. 어쨌든 소비자는 구독 서비스를 접하는 첫 대상이 자동차가 되니까요. 향후 기존 자동차 회사들도 플랫폼 기업화 될 가능성이 높아요. 승산이 있습니다.”

구독경제센터가 제시하는 방향은 최근 테슬라가 준비하는 구독 서비스와 유사해 보였다. 테슬라가 발표한 구독 서비스의 대상은 전기차가 아닌 ‘자율주행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의 구독 서비스는 구독자의 ID를 통한 사용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제조업 중심의 기업에게 솔깃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센터 전문가의 목소리가 심각해진다. 이유인 즉,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승산이 있다는 말이지 시간이 넉넉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테슬라가 곧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를 내 놓는 상황인데 그렇게 되면 시장을 선점하게 되는 거예요. 테슬라는 이 사업을 내 놓고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다시 엔터테인먼트 구독 서비스를 준비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현대자동차도 당장 준비하지 않으면 안돼요. 테슬라가 시장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는 건 너무 늦죠. 그때가 지나면 어차피 시작해도 2~3위 업체에 불과해요. 아마 현대자동차도 알 거예요. 그런데 쉽지가 않죠. 하드웨어로 시작한 회사들은 사실 구독 서비스를 제대로 하기 어려워요. 삼성전자 역시 못하고 있고요. 하이락키(Hierarchy, 계층구조,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경직된 직급구조를 의미)가 심하거든요. 서비스 회사와 하드웨어 회사는 사실 만들어질 때부터 시스템과 기업문화 자체가 달라요. 서비스 회사로 바꾸려면 조직을 스핀오프하던가. 자금을 투입해 회사를 따로 만들어야 할 거예요.”

구독경제센터 측 전문가는 기존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로 위기에 직면한 “소상공인에게도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 주도의 구독경제 플랫폼이 만들어 질 수 있다면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소상공인이 획득하기 어려운 신뢰자본을 제공하고 결제 시스템 지원만 가능해진다면 굳이 지금과 같이 비싼 수수료를 내고 거대 플랫폼 기업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 중 25%가 자영업자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솔깃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제가 계속 강조하는 것은 구독경제가 신뢰자본이 축적돼야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거예요. 현실적으로 소상공인이 단골이 아닌 일반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기는 쉽지 않죠. 그런데 만약 정부나 기관에서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상공인을 모아 ‘참여형 구독 서비스 플랫폼’을 만든다면 이 신뢰자본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어요. 또 여기에 소자본으로 도입하기 어려운 전자결제시스템까지 지원한다면 구독자는 더 다양하고 품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날 기회가 생기고 소상공인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겠죠. 이런 장점은 행정, 의료와 같은 공공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어요.”

의료와 행정의 구독경제라니, 예상밖의 제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구독경제센터 전문가에 따르면 ‘행정 서비스 역시 따지고 보면 세금을 내고 제공 받는 구독 경제라 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이미 이를 실현한 국가가 있다. 바로 북유럽 발트 3국 중 최북단에 위치한 에스토니아다. 1990년대 초 소련에서 독립한 에스토니아는 천연자원도 없고 국토의 면적도 우리나라의 절반정도의 가난한 나라였다. 하지만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된 디지털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2001년 제작된 ‘엑스로드(X-road)’라는 시스템이 있다. 국가와 민간의 DB를 연결하는 정보공유 디지털 시스템으로 서버 없이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됐다는 것이 특징이다.

에스토니아의 엑스로드는 국민 모두가 디지털 고유번호 하나로 금융, 의료 등 국가 행정 서비스를 일괄 제공 받을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시스템이다. (사진=에스토니아 정부 홈페이지)

“엑스로드는 에스토니아 국민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어요. 현재 이 나라는 태어나면서 출생 병원에서 디지털 고유번호를 받고 엑스로드에 등록이 돼요. 이 번호를 가지고 금융, 의료 등 대부분의 국가 행정 서비스를 일괄로 받을 수 있어요. 에스토니아 국민은 도서관, 병원 등 어느 기관을 방문하더라도 아무것도 가져갈 필요가 없죠. 그저 자신의 고유번호를 말하기만 하면 돼요. 어떤 병원에서도 개인의 의료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동일한 진료를 받을 수 있어요.”

에스토니아의 엑스로드, 그리고 고유번호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제도’와 겹쳐진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도 에스토니아와 같은 일괄 통합 시스템을 구축할 환경은 마련돼 있다. 그러나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죠. 기관마다 프로토콜(Protocol, 원활한 데이터 통신을 위해 필요한 규약)이 다르고 개인 정보 관리나 보안 문제도 해결해야 하니까요. 기관마다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도 문제고요. 예를 들어 병원에서 모든 정보를 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같은 곳과 공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죠. 오히려 수익이 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분은 정부에서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봐요.”

구독 경제가 대세라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소비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가 존재한다. 아마도 가장 큰 것이 의료와 법률 분야가 아닐까? 특히나 의료는 소비자가 가장 불편해 하는 보험금 청구 등의 부분에서 IT 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날로그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독경제센터 전문가의 말을 들으니 새로운 미래 상이 그려진다.

인터뷰 말미에 센터 측은 “우리 사회 구성원 각자가 서로의 신뢰자본이 되어 응원해준다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 주민번호 하나로 아무 병원에 가도 내 병력을 확인할 수 있고, 병원에서 보험사로 자동으로 보험금 청구가 되며,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도 얼마든지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구독 서비스 가입자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된다면 과연 어떨까?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 주체들이 하나의 거대한 신뢰자본을 형성해 협력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무기로 세계 무대에서 경쟁한다면 어떨까? 구독 경제가 이끄는 세상의 변화가 지속된다면 그리 불가능한 일은 아닐 듯하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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