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클로 열풍이 바꿔놓은 중국 AI 생태계 3가지 모습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오픈클로(OpenClaw)'가 중국 IT 생태계 전반을 동시에 뒤흔들고 있다.

클라우드 인프라 수요 구조가 바뀌고, 10억 명 메신저 위챗의 독점 지형에 균열이 생겼으며, 미국 제재 속에서 조용히 성장해온 중국산 AI 모델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를 '가재 키우기'라 부른다. 오픈클로의 빨간 바닷가재 아이콘에서 비롯된 표현으로, 이 도구를 설치하고 학습시키는 과정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단순한 유행어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중국 빅테크와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을 재편하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오픈클로는 오스트리아 출신 개발자 피터 스타인버거가 2025년 11월 공개한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플랫폼이다. 챗봇과 달리 사용자 지시 없이도 스스로 판단해 이메일 처리, 일정 관리, 웹 검색, 코딩 등의 업무를 처리한다. 깃허브 스타 수는 공개 60일 만에 25만 개를 돌파했다. 리액트가 10년에 걸쳐 쌓은 기록을 두 달 만에 넘어선 수치다. 플러그인 마켓플레이스 클로허브에 등록된 커뮤니티 스킬은 5,700개 이상이다.

텐센트도 줄 세웠다…클라우드의 새 먹거리

오픈클로 열풍에 가장 발 빠르게 올라탄 곳은 중국 클라우드 기업들이다.

텐센트는 사내 협업 도구와 연동되는 에이전트 서비스 '워크버디(WorkBuddy)'를 출시했고, 바이트댄스는 로컬 설치 없이 클라우드에서 곧바로 에이전트를 실행할 수 있는 '아크클로(ArkClaw)'를 내놨다. 알리바바 역시 기업용 메신저 딩딩·페이슈와 연동하는 'CoPaw'로 합류했다. 미국의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유사 서비스를 아직 내놓지 않은 것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행보다.

텐센트의 AI 에이전트 서비스 '워크버디' (출처=텐센트 홈페이지 캡쳐)

이 경쟁이 단순한 서비스 출시를 넘어서는 이유가 있다. AI 에이전트는 이메일 한 통을 처리하는 데도 검색·파일 접근·외부 서비스 호출 등 여러 단계를 거친다. 같은 시간 동안 소비하는 컴퓨팅 자원이 챗봇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클라우드 기업 입장에서는 에이전트 한 명이 사용자 수십 명 몫의 트래픽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3월 6일, 중국 선전 텐센트 본사 앞에는 오픈클로 무료 설치 행사를 찾은 시민 약 1,000명이 줄을 섰다. 학생과 주부, 은퇴한 엔지니어까지 섞인 이 줄이 클라우드 업계에는 새로운 수요 신호로 읽힌다.

위챗 독점에 금이 갔다

오픈클로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변화는 메신저 시장에서 감지된다. 위챗은 월간 활성 이용자 10억 명을 보유한 중국의 '슈퍼앱'이다. 결제부터 공공서비스까지 위챗 하나로 해결하는 구조가 중국 모바일 생활의 기본값이었다. 한국에서 카카오톡이 차지하는 위상과 비슷하지만, 그 지배력은 훨씬 강했다.

오픈클로는 텔레그램·디스코드·슬랙 등 다양한 메신저와 연동되는 구조다. 이용자들이 자신에게 익숙한 메신저로 에이전트를 제어하기 시작하면서, 위챗 일변도의 모바일 생태계에 다양성이 생겨나고 있다. 흥미롭게도 텐센트 스스로 오픈클로를 위챗과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에이전트 시대의 플랫폼 경쟁은 '어느 메신저냐'보다 '어느 에이전트를 쓰느냐'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중이다.

미국 제재가 만든 역설

세 번째 변화는 조용하지만 가장 구조적이다. 중국 AI 스타트업 미니맥스(MiniMax)가 내놓은 모델들이 낮은 비용과 빠른 속도로 에이전트 시장에서 채택률을 높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미니맥스의 M2.5 모델이 글로벌 토큰 사용량 4조5500억개로 1위를 차지했다.(출처=미니맥스 홈페이지 캡쳐)

배경에는 미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있다. 해외 클라우드 API에 의존하기 어려워진 중국 기업들은 온디바이스(on-device)·온프레미스(on-premise) 방식의 모델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

딥시크·큐웬·미니맥스·GLM·Kimi가 그 결과물이다. 미니맥스의 M2 모델은 입력 토큰 100만 개당 0.30달러(약 436원), 출력 토큰 100만 개당 1.20달러(약 1,744원)에 제공된다. 클로드 소넷 4.5 대비 8% 수준 가격에 추론 속도는 약 2배 빠르다는 것이 미니맥스 측 공식 발표다. 에이전트가 하루에 수백 번 모델을 호출하는 환경에서 이 비용 격차는 서비스 경쟁력의 핵심 변수가 된다. 미니맥스 M2의 토큰 소비량은 2025년 12월부터 2026년 2월 사이 6배 늘었고, 같은 기간 건당 추론 비용은 50% 이상 낮아졌다.

다만 성장세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도 쌓이고 있다. 중국 사이버 보안 당국은 위챗을 통한 오픈클로 설치·사용이 보안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고, 정부 기관과 국유 기업에는 업무용 기기 설치 금지 지시가 전달됐다. 시스템 전반에 접근 권한을 갖는 에이전트의 특성상 데이터 보안은 생태계 확산 속도를 조율할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중국 클라우드·AI 기업들은 에이전트 시대 인프라 선점에 이미 속도를 내고 있다.

정재엽 기자

anihil@tech42.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현장] “기술만으론 안 된다”…IBK창공에서 발견한 '스타트업의 길'

IBK기업은행 창업육성 플랫폼 IBK창공이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을지로 IBK파이낸스타워에서 ‘2026 상반기 IBK창공 FLY HIGH 데모데이’를 열고 상반기 육성기업의 기술력과 사업화 성과를 소개했다. 기조 강연과 IR에 나선 스타트업 대표와 C레벨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마케마케 곽효섭 대표, 그린다 황규용 대표, 참약사 김병주 대표, 에이피그린 박태윤 대표, 콜로세움코퍼레이션 송유철 CFO, 알에프온 조경래 대표. 기조강연에 나선 메쥬 박정환 대표, 하이퍼칩스의 김래영 대표. (이미지=AI로 재조합)

챗GPT가 개표 중계한다…6·3 지방선거, AI가 뒤집은 '방송 전쟁'

6월 3일 오후 6시. 투표가 마감되는 순간, 전국의 TV 화면에서 벌어지는 일을 상상해보자. 누군가는 챗GPT가 분석한 당선 확률 그래프를 보고, 누군가는 국립중앙박물관 거울못 위에 펼쳐지는 증강현실 표심 지도를 마주한다. 또 누군가는 충주시청 출신 유튜브 스타가 풀어내는 입담에 웃음을 터뜨릴 것이다.

[현장] K-뷰티 일본 진출… 품질은 기본, 그다음은 ‘신뢰·세무·디지털 마케팅’이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B2 스파크플러스 세미나룸에서 열린 ‘2026 K-BEAUTY JAPAN SUMMIT 2nd’는 일본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뷰티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실전형 세미나로 마련됐다. 이날 발표에 나선 탱크 퍼블리케이션즈의 엠마 왓킨스 기획부 수석, 스타시아 노부하라 회계사, 트렌드피크 나현식 대표. (사진=AI로 재구성)

[현장] NHN클라우드, ‘AI 실행 인프라’ 정조준…“FactoryX로 국가대표 AI 인프라 기업 도약”

이날 무대에 선 김동훈 NHN클라우드 대표는 “우리는 지금 전환점에 서 있다”며 운을 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의 질문이 ‘AI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AI 없는 업무 환경을 상상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설명이다. (사진=테크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