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시대의 키오스크 이야기

1974년, 서울에서 처음으로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되었다. 당시 지하철 티켓은 판지 재질의 승차권으로, 출발역과 도착역, 그리고 요금이 인쇄되어 있었다. 역무원은 개찰구에서 승객의 승차권을 직접 확인하고, 구멍을 뚫어주었다. 그러다가 81년에는 자동으로 승차권에 구멍을 내주는 장비가 도입되었고, 86년이 되자 마그네틱 선을 가진 자성 종이 승차권으로 교체되었다. 2009년, 드디어 교통카드로 전면 교체되면서 역사의 풍경도 급변하였다. 역무 인력은 무인 발매기가 대체하였고, 매표소는 사라졌다. 2021년 현재의 사람들은 이제 카드도 없이 스마트폰을 '찍고' 개찰구를 통과한다. 이제 이 풍경은, 지하철뿐만 아니라 일반 음식점 등 일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이제 종업원 대신 '키오스크'를 만나게 된 것이다.

코로나 19 판데믹 2년 차, 이제는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면서 키오스크는 서비스업의 필수재로 여겨지고 있다. 키오스크(kiosk)란, 맞춤 설계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터치스크린 방식의 인터페이스를 가진 무인 단말기로 필요한 장소에 설치되어 교통정보, 경로 안내 등 정보를 제공하거나 상품 주문이나 서비스 예약에 이용된다.

직접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일을 진행할 수 있어 코로나 시대의 '언택트' 비대면 문화에 부합하고, 자영업자들에게는 종업원에 지급해야 할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온다. 게다가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소리가 아닌 터치스크린 방식의 주문은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키오스크의 사용률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키오스크(Kiosk)의 어원은 포트투갈어 "Quiosqu e"로 신문판매대라는 뜻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TTP)가 최근에 발표한 <무인화 추세를 앞당기는 키오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키오스크 서비스가 대면접촉을 하는 직원 응대보다 편리하다는 응답이 74%에 달했다. 특히 여성의 95%는 키오스크가 더 편리하다고 응답했고, 밀레니엄 세대의 87% 또한 '그렇다'고 긍정 답변을 했다. 편리한 이유로는 '대기시간이 짧아서(87%)'. '처리 시간이 짧아서(60%)', '직원과 대면하지 않고 개인 인적사항의 노출이 없어서(50%)'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사업자 또한 실제로 매출이나 이익이 증가한다. 초기 비용은 400만~600만 원이지만, 1~2인의 인건비를 절약한다고 생각한다면, 초기 비용 회수는 시간문제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2016년까지 25억 달러(약 3조3000억 원) 수준이었던 키오스크 시장은 2022년 46억 달러(약 5조 24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에 디스플레이 제공 등 간접 참여하던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대기업들도 키오스크 완제품을 출시하는 등의 적극적인 모습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기존의 기업들은 키오스크 서비스 혁신을 통해 발 빠르게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하나시스의 경우, AI 컴퓨터 비전 사물인식 기술과 질량 센서 기술이 결합된 주류 무인판매기 '아이스 고(AISS Go)'를 출시하여 미성년자 주류 구매를 차단하는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 국내유통업계는 무인판매를 위한 키오스크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코로나 19에 취약한 환자들이 상주하는 병원에서도 키오스크 도입은 중요한 과업이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은 최신형 비대면 키오스크를 적극적으로 설치하면서 내원객들에게 안전성과 편의성이 증진된 병원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직원을 대면해야 하는 창구에 직접 들릴 필요 없이 내원객들은 간단한 본인 확인만으로도 진료비 수납, 영수증 발행, 처방전 발행 등 진료에 관련한 다양한 업무들을 처리할 수 있다. 게다가 첫 출입 시, 키오스크 전자문진 시스템을 통해 마스크 착용 여부와 체온 측정을 한 후 진료카드를 키오스크에 스캔하면 QR코드 출입증을 발급을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직원이나 다른 내원객들과의 대면접촉을 최소화하며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다.

이처럼 안전하고 편리한 키오스크에도 문제점이 있는데,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일자리 상실’ 문제 뿐만 아니라 ‘활용(literacy)과 접근(access)의 격차(gap)’라는 커다란 구멍이 존재한다. 키오스크의 UI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 노년층의 경우 이용방법을 알지 못해 주문을 포기하기도 하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경우에는 터치스크린까지 손이 닿지 않아 주문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키오스크는 뜻하지 않게도 장애인들의 이용접근 제한의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최근 시민사회단체들은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로 이용 빈도가 늘어난 키오스크가 장애인들에게 차별에 해당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키오스크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접근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평등권 침해이며 인권 침해라고 말했다. 진정에 참여 중인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조사한 서울 시내 공공, 민간 키오스크 245곳 가운데 절반 이상의 키오스크가 음성지원 기능을 갖추지 않았으며 갖추었더라도 이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주변인의 도움 없이 장애인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를 설치해달라는 기본적 요구를 인권위와 법원이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비단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키오스크 앞에서 어떻게 주문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던 과거의 경험을 떠올려보자. 키오스크 사용으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간단한 주문에는 오히려 시간을 크게 낭비하기도 한다. IT기술 격차는 우리 사회에 '디지털 래그(디지털 시대에 뒤떨어지는 현상)'을 발생시킨다. 이용자는 키오스크를 학습해야 할 '의무'를 지니게 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는 '디지털 문맹' 상태에 놓이게 되어 많은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하는 처지이다. 키오스크를 눌러 주문하는 보수 없이 행하는 비생산 노동인 '그림자 노동'을 해 내야만이 생활을 지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회가 변화하고 기술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일들이 교묘하게 개인과 소비자에게 넘어가고 있다.

갑작스런 키오스크 이용의 강요는 소비자의 서비스 만족도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키오스크 이용이 소비자에게 강요로 다가간다면, 이는 짜증과 불안 등의 부정적 정서 반응을 촉발하고 서비스 품질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이어질 것이다(Feng, Tu, Lu, and Zhou. 2019). 아직은 모두가 익숙하지 않는 키오스크 도입기에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키오스크 서비스와 함께 종업원의 개입도 적재적소에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 키오스크 앞에 서서 한 번쯤은 이전에 받았던 서비스 비용이 모두에게 돌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특히,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얼마나 돌아가고 있는지를 말이다. 모두가 유능해질 수는 없으며, 누구도 모두에게 유능하기를 강요할 수는 없다.

본 글의 원문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인수 오베이션 대표

insu@weinteract.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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