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는 둘 다 질주했지만…MS와 알파벳을 가른 건 '현금흐름'이었다

빅테크 AI 투자 경쟁을 바라보는 시장의 잣대가 '얼마나 짓느냐'에서 '투자할 현금을 스스로 벌어들이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미국 현지 시각 10월 28일 장 마감 후 나란히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시장의 평가는 뚜렷하게 갈렸다. 알파벳 A주는 이날 정규장에서 1.57% 오른 325.63달러로 마감했지만, 실적 발표 후 애프터마켓에서 9.63% 급락했다. 반면 MS는 정규장 종가 532.55달러에서 애프터마켓 2.33% 상승했다.

MS의 2027 회계연도 1분기(7~9월) 매출은 약 123조5,000억 원(923억 달러)으로 전년 동기보다 19% 늘었다. 순이익은 약 49조 원(366억 달러)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매출은 48% 뛰었다.

알파벳도 외형은 탄탄했다. 3분기 매출은 약 170조7,000억 원(1,276억 달러)으로 25% 증가했다.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약 41조1,000억 원(307억 달러)으로 1년 새 두 배 넘게(103%) 커졌다. 자체 AI 칩인 TPU 시스템 판매도 성장에 힘을 보탰다.

AI 수요는 두 회사의 클라우드 사업을 함께 끌어올렸다.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매출 증가율은 48%로, 직전 분기 42%보다 빨라졌다. 애저를 포함한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매출은 약 85조5,000억 원(639억 달러)으로 30% 늘었다. 앞으로 매출로 잡힐 계약 잔고인 상업용 잔여이행의무는 약 905조6,000억 원(6,770억 달러)으로 73% 증가했다.

구글 클라우드의 성장 속도는 더 가팔랐다. 매출은 약 41조1,000억 원(307억 달러)으로 1년 새 두 배 넘게(103%) 커졌다. 수익성도 함께 좋아졌다. 영업이익은 약 4조8,000억 원(36억 달러)에서 약 14조9,000억 원(111억 달러)으로 세 배 넘게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23.7%에서 36.2%로 뛰었다. 자체 AI 칩인 TPU 시스템 판매가 성장에 의미 있게 기여했다. 연매출이 약 1조3,000억 원(10억 달러)을 넘는 구글 클라우드 제품군은 18개에 이른다.

그런데도 두 회사의 주가는 반대로 움직였다. 이유는 클라우드 밖에 있었다.

알파벳의 본업이 흔들린 것은 아니다. 영업이익은 약 54조3,000억 원(406억 달러)으로 전년 동기보다 30% 늘었다. 다만 일부 사업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검색 매출은 약 84조7,000억 원(633억5,000만 달러)으로 12% 늘었지만, 시장 예상치인 약 87조 원(650억 달러 안팎)에는 닿지 못했다. 유튜브 광고 성장률도 9%로, 직전 분기 13%보다 둔화했다.

순이익은 약 35조 원(262억 달러)으로 25% 줄었다. 약 11조6,000억 원(87억 달러) 규모의 지분증권 관련 순손실이 이익을 깎아 먹었다.

결정적 차이는 현금에서 나왔다. 알파벳은 3분기 설비투자에 약 68조8,000억 원(514억 달러)을 썼다. 같은 기간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 약 56조6,000억 원(423억 달러)보다 많은 금액이다. 이에 따라 영업현금에서 설비투자를 뺀 잉여현금흐름은 약 12조1,000억 원(90억6,500만 달러)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이다.

알파벳은 투자를 이어가면서 외부 자금조달도 늘렸다. 3분기에 회사채로 약 38조4,000억 원(287억 달러)을, 시장가 주식 매각으로 약 16조6,000억 원(124억 달러)을 조달했다. 올해 들어 자사주 매입은 한 차례도 없었다. 장기부채는 2025년 말 약 62조3,000억 원(465억 달러)에서 올해 9월 말 약 167조3,000억 원(1,251억 달러)으로 2.7배 불었다.

곳간이 빈 것은 아니다. 9월 말 현금과 유가증권은 약 354조6,000억 원(2,651억 달러)으로, 2025년 말 약 169조7,000억 원(1,268억 달러)에서 크게 늘었다. 핵심은 잔고가 아니라 구조다. 투자액이 영업현금을 넘어서면서 외부 조달에 기대는 비중이 커졌다.

MS의 사정은 달랐다. 잉여현금흐름은 약 24조9,000억 원(186억 달러)으로 플러스를 지켰다. 비저블알파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약 11조4,000억 원(85억4,000만 달러)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에게 돌려준 금액도 약 13조6,000억 원(102억 달러)에 달했다.

다만 MS를 '덜 쓰고 더 번' 기업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금융리스를 포함한 설비투자는 약 60조5,000억 원(452억 달러)이었다. 스트리트어카운트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약 67조8,000억 원(506억7,000만 달러)과 회사 자체 전망(500억 달러)을 모두 밑돈 수치다. 반면 실제 현금으로 지급한 설비투자는 약 26조 원(194억 달러)에서 약 52조7,000억 원(394억 달러)으로 1년 새 배 이상 늘었다.

MS는 1분기에 들어오기로 한 일부 외부 데이터센터 용량의 인도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발표 직후 코어위브·네비우스 등 데이터센터 용량 공급 기업 주가는 시간외에서 하락했다. 투자 의지가 꺾였다기보다 집행 시점이 밀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알파벳은 올해 설비투자 전망치 약 260조9,000억~274조2,000억 원(1,950억~2,050억 달러)을 유지했다. 2027년에는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AI 인프라 경쟁의 질문이 '얼마나 쓰느냐'에서 '그 돈을 어디서 마련하느냐'로 넓어지고 있다.

다음 관문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미국 현지 시각 29일 오후, 한국 시각 30일 오전 6시 실적 발표회를 연다.

정재엽 기자

anihil@tech42.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지루하다며 넘긴 그 15초, 알고 보니 연간 187조 원…"숏폼 마케팅 어디까지 왔나"

하루 평균 2000억 번. 유튜브 쇼츠가 재생되는 횟수다. 유튜브는 지난 8월 공식 블로그에서 해당 수치를 공개했다. 2024년의 하루 700억 번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정확히는 세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현장] “콘텐츠의 가치는 기획에 좌우된다”…루프탑 남산에서 공유된 'K-콘텐츠 성장 공식’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K-콘텐츠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연 글로벌에서 성공한 K-콘텐츠의 비결은 뭘까?

폰은 접히는데 지갑은 안 접힌다… 품귀 아이폰 듀오에도 줄 선 소비자들

10월 23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 앞에 줄이 늘어섰다. 애플 사상 첫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iPhone Duo)가 이날 한국을 포함한 70개가 넘는 나라에서 동시에 팔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MS, 직원 6만 명에 '퇴사 선택권'…AI 투자 속 몸집 줄이기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캐나다·인도·영국 직원 약 6만 명에게 자발적 퇴사를 제안했다. 전체 인력의 약 4분의 1 규모로, 4월 첫 자발적 은퇴 프로그램 이후 6개월 만이다. AI 인프라 투자 속 빅테크 구조조정 방식의 변화를 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