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전 세계 직원의 약 4분의 1에게 회사를 떠날 수 있는 선택지를 내밀었다.
에이미 콜먼 MS 최고인사책임자(CPO)는 26일(현지시간) 사내 메모를 통해 '자발적 퇴사 제안'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미국·캐나다·인도·영국 4개국에서 이 제도에 참여하는 조직의 직원 약 6만 명이 대상이다. 지난 6월 30일 기준 정규직 22만3000명의 약 27%에 이르는 규모다. 공식 발표에 명시된 대상국에 한국은 없다.
이번 제안은 지난 4월 창사 51년 만에 처음 시행한 '자발적 은퇴 프로그램'의 후속 조치다. 당시에는 미국 내 시니어 디렉터급 이하 직원 가운데 나이와 근속연수를 더한 값이 일정 기준을 넘는 약 8600명이 대상이었다. 이 중 30% 남짓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번에는 문턱을 크게 낮췄다. 나이·근속 요건을 없앴고 성과 평가도 따지지 않는다. 대상 직급도 시니어 디렉터급 위로 넓혀 총괄 매니저와 일부 부사장 직함 보유자까지 포함했다. 다만 최상위 임원인 기업 부사장은 제외했다. 참여 여부는 사업 조직별 리더가 결정하며, 영업 등 일부 조직은 이번 제안에 참여하지 않는다.
보상은 봄 프로그램보다 줄었다. 회사 표준 퇴직금 수준으로 근속·직급에 따른 기본급, 주식 보상 지속 지급, 일정 기간 의료보험, 전직 지원 서비스로 구성됐다. 봄 프로그램의 핵심 혜택이던 장기 의료보험 지원은 빠졌다. 대상자는 12월 첫째 주까지 수락 여부를 정해야 하고, 수락하면 12월 31일 회사를 떠난다.
현지 일간지 시애틀타임스는 이번 제안을 '바이아웃'이라고 불렀다. 바이아웃은 회사가 보상금을 주고 직원이 스스로 회사를 떠나도록 이끄는 방식이다. 시애틀타임스는 MS가 추가 해고를 피하려고 이 방식을 꺼냈다고 봤다. 하지만 MS는 바이아웃이라는 말이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회사 대변인은 표준 퇴직금 수준의 제안일 뿐이며, 인력이 덜 필요하다는 신호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고를 대체하는 것도 아니어서, 사업 상황에 따라 해고는 여전히 선택지로 남는다는 입장이다.
MS는 수락 규모 전망을 내놓지 않았다. 장기 근속자를 겨냥한 봄 프로그램보다 수락률이 훨씬 낮을 것으로만 봤다. 회사 대변인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한 기업들에서 실제로 떠난 직원이 5~6%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조지프 필립스 시애틀대 경제학 교수는 현지 방송 키로7에 대상자의 20~25%가 수락하더라도 MS의 고용 규모는 2021년보다 훨씬 크다고 짚었다. 강제 감원에 앞서 자발적 방식으로 인력을 줄이려는 시도라는 해석이다.
감원 흐름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MS는 2025년 1만5000명 넘는 인력을 줄인 데 이어, 올해 7월에도 전체 인력의 약 2.1%인 4800명을 감원했다. 9월에도 수백 명을 추가로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콜먼 CPO는 7월 미국 IT 매체 긱와이어 인터뷰에서 봄 프로그램 덕분에 해고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며, 자발적 퇴사를 연례 또는 상시 제도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제안은 그 구상이 현실화한 첫 사례로 볼 수 있다.
배경에는 AI 투자 경쟁이 있다. MS는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동시에 운영비를 억제하라는 월가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인건비를 관리하면서 AI 설비 투자를 늘리는 쪽으로 비용 구조를 다시 짜는 셈이다.
MS만의 일이 아니다. 메타는 지난 4월 전체 인력의 약 10%인 8000명가량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하고 5월 실행에 옮겼다. 채용하려던 6000여 개 자리도 없앴다. 재닐 게일 메타 최고인사책임자는 당시 사내 메모에서 회사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다른 투자를 상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메타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자본지출 전망을 1350억~1450억 달러(약 179조~192조 원)로 제시했고, 26일(현지시간)에는 보통주와 우선주 관련 증권을 합쳐 총 375억 달러(약 50조 원) 규모의 주식 공모 가격을 확정했다.
오라클도 지난 3월 말 대규모 감원에 들어갔다. 회사는 전체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국 투자은행 TD코웬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부담을 고려하면 감원 규모가 2만~3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자발적 퇴직은 그동안 통신·제조 같은 전통 산업의 도구였다. 빅테크는 주로 해고나 깐깐한 성과 평가, 사무실 복귀 의무화로 인력을 줄여왔다. 자발적 방식은 소송과 평판 부담을 덜고 남은 직원의 사기 저하도 줄일 수 있다. 반면 다음 감원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발'이 진짜 선택일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의 눈은 28일(현지시간) 미국 증시 마감 후 나올 MS의 분기 실적에 쏠린다. 긱와이어는 이번 실적 발표에 새 프로그램의 비용 전망이 담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MS는 지난 4월 실적 발표 때도 봄 은퇴 프로그램 관련 비용을 따로 밝힌 바 있다. 일하는 방식을 바꾸겠다던 AI가 일하는 사람의 규모부터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