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로컬서비스가 뜬다] ①당근마켓의 ‘하이퍼로컬서비스’ 세가지 키워드 ‘로컬•기술•연결’

[AI 요약] 시리즈D 투자 유치가 끝나면 당근마켓은 우리나라 16번째 유니콘 기업이 된다. 이후 당근마켓은 '하이퍼로컬서비스'에 기반한 종합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를 예고하고 있다. 하이퍼로컬서비스가 부상하게 된 시점을 찾아보면 코로나19가 시작된 시기와 맞아 떨어진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이 가중되며 이전 중심 상권의 오프라인 매장이 쇠락하는 대신 거주지 중심의 동네 상권이 난데 없는 호황을 맞이한 것이다.  


우리나라 16번째 유니콘 기업 등극을 앞두고 있는 당근마켓은 '당근이세요?'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하이퍼로컬커머스'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지=당근마켓 페이스북)

당근마켓의 1800억원 규모 시리즈D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아직 투자 유치가 완료된 상황은 아니기에 속단할 수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이달 중으로 마무리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투자 유치가 마무리 되면 당근마켓은 우리나라 16번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이 되는 셈이다.

2015년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시작한 당근마켓은 최근 가입자 수 2000만명, 주간 방문자 수 1000만명을 넘기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사업 범위도 세탁, 이사, 구인, 구직 등으로 넓히며 ‘하이퍼로컬서비스(Hyper-local service)’에 기반한 종합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당근마켓의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 받으며 회자된 개념인 ‘하이퍼로컬서비스’는 사전적 의미로 '아주 좁은 지역의 특성에 맞춘 서비스'라는 의미다. 여기서 로컬은 각각의 광역 단위 지역이 아닌 ‘동네’를 의미한다. 부동산 분야에서는 이러한 하이퍼로컬서비스가 잘 갖춰진 동네를 슬리퍼와 같이 편안한 복장으로 집과 가까운 여가·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에 빗대어 ‘슬세권’이라고도 부른다.

이러한 하이퍼로컬서비스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비단 당근마켓의 유니콘 등극 때문만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그로 인한 언택트 문화의 확산, 이에 대응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하이퍼로컬서비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 받고 있다.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하이퍼로컬서비스는 사실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지역 맞춤형 구인·구직 서비스로 오래도록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벼룩시장’ 역시 하이퍼로컬서비스라 할 수 있다. 네이버 밴드의 지역 모임을 비롯해 인터넷 카페를 통해 각 지역마다 형성된 ‘맘카페’ 역시 하이퍼로컬의 일종이다. 실제 당근마켓의 공동창업자인 김용현 대표 역시 카카오 근무 시절 사내 벼룩게시판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퍼로컬서비스가 부상하게 된 시점을 찾아보면 코로나19가 시작된 시기와 맞아 떨어진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실시되고 확산세가 심각한 국가들의 경우 나라 간 이동은 물론 지역 간 이동까지 제한되며 사람들의 활동 반경은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좁아졌다.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물며 외부 사람들과 접촉을 꺼리는 비대면 문화, 즉 언택트 문화가 일반화 되고 이는 사람들의 소비 트렌드를 바꿔놓았다.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을 온라인을 통해 해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인터넷 쇼핑, 홈쇼핑 등 언택트 업종의 매출만 늘어난 것이 아니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지에서는 지역상권에 대한 재조명이 시작되고 있다. 동네에 기반한 로컬 비즈니스가 기술과 연결되며 '하이퍼로컬비즈니스'로 부상한 것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이 가중되며 이전 중심 상권의 오프라인 매장이 쇠락하는 대신 거주지 중심의 동네 상권이 난데 없는 호황을 맞이한 것이다.  

코로나19로 바뀐 소비 패턴은 카드 결제 데이터로도 확인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1~3월에 유일하게 급증한 것이 동네 상권의 결제, 이른바 ‘홈 어라운드 소비’였다. BC카드 빅데이터 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이 당시 집에서 500m 이내의 카드 결제 비율이 32.9%에 달했다. 이는 예년과 비교하면 8% 가량 증가한 수치다.

특히 동네 기반 틈새 시장을 공략하던 중고거래 플랫폼, 동네 배달, 지역 맞춤형 구인·구직 서비스, 동네 정보 공유 커뮤니티 서비스 등 다양한 하이퍼로컬서비스가 급부상했다. 재난지원금 등의 정책으로 지역화폐 사용이 증가한 영향도 적지 않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고거래 앱 사용자 수와 이용시간은 전년 대비 각각 141.8%, 142.7% 폭증했다. 같은 기간 배달 앱 사용자 수와 이용시간도 77.2%, 88.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근마켓은 어떻게 유니콘이 됐나?

2015년 설립된 당근마켓은 2016년 13억원의 시리즈A 투자유치에 이어 2018년 시리즈B 63억원, 2019년 시리즈C 400억원을 유치했다. 이번 시리즈D 투자 유치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3조원에 달하고 있다. 이렇듯 투자사들이 당근마켓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뭘까?

이들은 당근마켓이 하이퍼로컬커머스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당근마켓의 월 이용자 수는 코로나 이후 1년간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러한 동력을 바탕으로 당근마켓은 올해 2분기부터 본격 전국단위 마케팅에 나섰고 시리즈 D 투자는 향후 당근마켓의 성장에 커다란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근은 '당신 근처'를 줄인 말이다. 당근마켓의 목표는 단순한 온라인 중고거래 서비스가 아닌 지역 소통과 상권 활성화다. (이미지=당근마켓 홈페이지)

이어진 투자와 폭발적인 사용자 증가세를 바탕으로 당근마켓은 최근 사업 영역 확대하고 있다. 앱을 통한 중고거래를 넘어 세탁·이사·구인·구직 같은 다양한 분야의 업체들과 제휴해 서비스 범위를 넓힌 것이다. 이제 당근마켓 앱은 이용자 주변 GS25 편의점의 할인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세탁 스타트업 세탁특공대, 청소·이사 스타트업 미소, 반려동물 돌봄 스타트업 펫트너 등도 당근마켓과 힘을 합쳤다.

이러한 당근마켓의 시작은 네이버 출신의 김재현 대표와 정창훈 CTO, 카카오 출신의 김용현 대표가 의기투합해 시작한 ‘판교장터’였다. 이는 판교 지역 IT 기업에 다니는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중고 직거래 서비스였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지역 서비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롱테일(틈새시장) 현상이었다. 또한 이분야에서 사용자들의 검색 기록은 전국 1위 업체가 아닌 거주지 인근의 업체 정보에 집중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가능성을 확인하고 시작한 ‘판교장터’는 “회사원 보다 주부들의 중고거래 수요가 높다”는 지역 주민들의 요청에 의해 타깃을 수정하고 사업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 ‘당신 근처에 있는 마켓’이라는 의미의 ‘당근마켓’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100만명이 채 안됐던 예상 고객은 1000만명으로 늘어났고 연이은 투자를 받으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제 당근마켓은 단순한 중고거래 앱이 아닌 로컬 커뮤니티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동네 사람들끼리 중고거래를 넘어 일상을 나누고 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교류하는 지역 ‘연결’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당근마켓이 이와 같은 ‘하이퍼로컬서비스’로 진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술이 있다.

서비스 초기부터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에 초점을 맞췄던 것이다. 자체 개발한 AI 머신러닝 기술로 주류, 담배, 동물, 가품 등 거래 금지 품목에 해당하는 게시글이 노출되지 않도록 필터링했고, 이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다.

항후 당근마켓은 ‘로컬 커머스’와 ‘당근페이’ 서비스를 예고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로컬 커머스를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온라인 비대면 거래에 기반한 이커머스 시장과 달리 당근마켓의 로컬 커머스는 모바일로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들 간의 연결을 통해 동네의 좋은 가게들이 알려지고, 최종적으로는 이용자들이 실제 오프라인 가게를 방문할 수 있게 끔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하이퍼로컬서비스’의 부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다. 당근마켓과 같은 방식의 서비스로 각 나라에서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기업들이 적지 않다. 기존 빅테크 기업 역시 이러한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주목하며 하이퍼로컬 개념의 새로운 서비스를 제시하고 있다.

*다음 기사 : 우리나라와 해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하이퍼로컬서비스’ 신사업 모델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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