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법인 투자 물꼬, 향후 진행될 변화는?

금융위, 법집행기관을 시작으로 하반기 법인 가상자산 직접투자 허용, 금융기업은 제외
법인 투자 허용되며 한국판 ‘스트래티지’ 나올 수도, 거래소·커스터디 새로운 전기
은행과 손잡고 법인 영업에 나선 가상자산 거래소들 '금융 지각 변동' 예고
금융위원회는 최근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허용’에 대한 정부 정책화 검토 결과를 최종 논의·점검한 후 올 상반기부터 법인 가상장산 실명계좌(이하 법인 계좌) 발급 허용을 발표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생성)

지난해부터 군불이 지펴졌던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에 물꼬가 트였다.

국회와 금융 당국은 가상자산 정책과 관련해 지난해부터 업계에서 요구해온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면밀히 검토하는 한편, 추가 자율 규제 마련과 법인 실명계좌 발급 허용 등의 논의를 이어왔다.

결국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지난 13일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허용’에 대한 정부 정책화 검토 결과를 최종 논의·점검한 후 올 상반기부터 법인 가상장산 실명계좌(이하 법인 계좌) 발급 허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선 순차적으로 상반기에는 ‘현금화’ 목적의 법인 계좌 발급이 시행된다. 발급 대상은 법집행기관, 지정기부금단체 및 대학교 법인, 가상자산 거래소 등이다. 말 그대로 ‘현금화’ 목적에 한한 것으로 이들 법인들은 가상자산 ‘매도’만 허용됐다.

이어 하반기부터는 금융기업을 제외한 기관투자자 및 자본시장법산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매매’가 허용된다. 대상 법인은 대략 3500여곳이다.  

이와 더불어 이번 조치로 그간 7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한 업비트 중심의 거래소 지형도 격변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주요 거래소들은 사활을 걸고 법인 영업에 나서는 모양새다.

결과적으로 이와 같은 국내 가상자산 정책 변화는 앞서 미국 대선에서 적극적인 가상자산 정책을 들고 나온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며 정해진 수순이었다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는  앞으로도 가상자산 시장에 발목을 잡고 있는 다양한 규제가 순차적으로 풀릴 수 있다는 예측으로 이어진다. 실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각 플레이어들은 미국 가상자산 시장의 사례를 빠르게 벤치마킹하는 전략으로 경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의 향후 흐름, 미국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초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의 급상승을 예견하는 전망들이 쏟아져 나온 바 있다. 월가에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품으로 등록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던 상황이었다. 2024년 내에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말 역시 심심지 않게 나왔고 결국 그 말은 현실이 됐다. 업계의 예측처럼 비트코인을 비롯해 이더리움의 현물 ETF가 승인됐고, 미국 대선에서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것 또한 급상승의 동력이 됐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함께 크립토 관련 법적 명확성을 개선하는 정책과 입법이 진행 될 예정이다. 이러한 미국의 규제 완화 및 입법 사례는 다른 많은 나라에서 참고할 사례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지=빙 Image Creator)

이러한 상황은 국내 시장에도 반영됐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하게 점쳐졌던 지난해 12월, 5대 시중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20조원 이상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난달 10조원 이상이 5대 원화 거래소 예치금으로 유입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1년 동안 2배 이상이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1억원을 넘나들던 비트코인 가격이 트럼프 당선 기대감과 함께 상승세를 탄 것이 11월과 12월 사이였다. 급기야 1억 60000만원 이상 최고점을 찍은 시점은 정확히 지난달(1월)이었다.

트럼프 2.0시대가 본격화된 지금 가상자산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프로크립토 정책(Pro-Crypto Assets)’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선 경선 당시부터 가상자산 규제 완화를 천명한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미국에서부터 금융사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트럼프 당선 전후 자산운용사들은 앞다투어 솔라나, 리플, 인덱스 ETF 등을 신청하며 이들 코인의 가격까지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시작된 가상자산 상승 랠리가 급기야 알트코인으로까지 번진 셈이다.

게다가 트럼프 2기 정부의 비트코인 전략적 준비자산 편입 계획은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 비트코인 준비금 비축을 위해 매수를 할 경우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급상승하는 나비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다수 분석업체들의 전망이다.

법인 가상자산 계좌 허용, 세부 내용은?

그렇다면 금융위가 발표한 이번 법인 가상자산 계좌 허용의 세부 로드맵은 어떨까? 우선 올해 상반기부터 적용되는 현금화 목적의 매도 실명계좌 발급 허용 부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검찰·국세청·관세청 등 법집행기관의 경우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법인 계좌 발급이 진행됐다. 범죄수익 몰수, 체납재산 강제징수 등으로 확보된 가상자산을 ‘현금화’하기 위함이다. 법집행기관이 몰수해 보유 중인 가상자산만 수천억원 단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미 검찰, 국세청 등 법집행기관에 발급된 법인 계좌는 202개(1월 기준)이 넘는다. 이에 더해 금융위는 예금보험공사(예보) 역시 가상자산 법인 계좌 발급을 검토중으로 알려졌다. 예보가 금융 부실 연루자 등으로부터 회수한 가상자산 현금화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기부・후원을 받는 비영리법인 역시 포함됐다. 모금 및 활용 등 운용의 투명성이 확보를 위한 것이다. 주무 기관의 관리・감독을 받는 지정기부금단체, 대학교 등이 이에 해당하며 올 2분기부터 법인 실명계좌 발급이 허용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아직 대부분 비영리법인은 가상자산 수령 및 현금화 기준과 절차 등이 미비한 만큼, 관계기관 TF 등을 통해 최소한의 ‘내부통제기준’ 마련도 지원할 계획이다. 가상자산거래소의 경우 수수료로 받은 가상자산을 현금화해 인건비・세금 납부 등 경상비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거래소의 대량매도 등에 따른 이용자와의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업자 공동의 ‘매각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뒤 순차적으로 허용할 계획이다.

검찰·국세청·관세청 등 법집행기관의 경우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법인 계좌 발급이 진행됐다. 범죄수익 몰수, 체납재산 강제징수 등으로 확보된 가상자산을 ‘현금화’하기 위함이다. 법집행기관이 몰수해 보유 중인 가상자산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생성)

이어 하반기에는 위험감수 능력을 갖춘 일부 기관투자자에 대한 투자・재무목적의 매매 실명계좌를 시범허용(Pilot Test)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 중 금융회사를 제외한 상장회사 및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 총 3500여개사가 그 대상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100억원(외감법인은 50억원) 이상인 법인이다.  이는 앞서 가상자산 법인 계좌를 허용한 홍콩 등의 사례를 준용한 것이다.

금융위 측은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는 리스크와 변동성이 가장 큰 파생상품에 투자가 이미 가능한 점, 해당 법인들은 블록체인 연관 사업 및 투자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시범허용 범위를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금융위는 이번 시범허용으로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확대되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보완조치도 강화할 계획이다.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은행의 거래 목적 및 자금 원천 확인 강화, 제3의 가상자산 보관・관리기관 활용 권고, 투자자에 대한 공시 확대 등을 담은 ‘매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개별 전문투자자별로 역량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최종 실명계좌 발급 여부는 은행과 거래소가 세부심사를 거쳐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금융기업의 경우 앞서 지난해 11월 열린 제1차 ‘가상자산위원회’에서 가상자산 위험의 금융시스템 전이 우려 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만큼 가상자산의 직접 매매는 허용되지 않았다. 다만 금융위는 최근 금융자산의 토큰화, 블록체인 인프라 활용에 대한 글로벌 논의가 활발한 점을 고려해 토큰증권(STO) 입법을 통한 토큰증권 발행 지원, 금융권의 블록체인 분야 투자 확대 등 다양한 정책 방안을 강구해 나갈 예정임을 밝혔다.

이 외에도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 법인의 경우는 가상자산 시장 상황과 시범 허용 결과를 면밀히 분석한 후 2단계 입법과 외환·세제 등 관련 제도 정비가 완료되면 허용 여부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판 블랙록, 스트래티지 나올까?

제한적인 수준의 법인 가상자산 계좌 발급이 허용된 것이지만 가상자산 업계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우선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경우 원화 거래를 할 수 없었던 코인마켓들이 가장 반기고 있다. 그간 수수료로 받아 쌓아둔 가상자산을 현금화해 운영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며 숨통이 트였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 당국에서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자기 거래소 매매 제한, 매도 물량 제한 등 시장 혼란을 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한을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금융기업을 제외한 상장회사 및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3500여개사의 법인들은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 비트코인 투자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소프트웨어 기업 스트래티지(전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꿈꾸며 가상자산 매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블랙록은 자사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약 25만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사로 부각된 스트래티지의 경우 주 사업인 소프트웨어 서비스 외에 비트코인 투자를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 올리는 전략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특히 블랙록의 경우 이미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국의 금융 혁신 흐름을 파악하려면 블랙록의 행보를 보면 된다’고 할 정도로 글로벌 금융 혁신의 대표 주자로 꼽히고 있다. 이들이 진행하고 있는 ‘에셋 토크나이제이션(Asset Tokenization, 실물자산 토큰화)’ 비트코인 ETF와 같은 ‘뉴 에셋 클래스(New Asset Class)’는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과 함께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블랙록 등 미국 자산운용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에셋 토크나이제이션(Asset Tokenization, 실물자산 토큰화)’ 비트코인 ETF와 같은 ‘뉴 에셋 클래스(New Asset Class)’는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과 함께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생성)

이번에 한국에서도 법인 가상자산 계좌 발급을 통한 가상자산 매매의 물꼬가 트인 만큼, 이들을 롤모델로 하는 투자사들의 움직임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미국을 비롯해 유럽(EU), 영국, 홍콩, 일본, 싱가포르, 캐나다 등이 법인 가상자산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뒤늦은 상황”이라며 “블록체인 기술이 일상화 되면서 향후 5년 내에 전통 증권을 포함한 모든 증권이 토큰화되는 단계에 갈 것이고 전세계 GDP의 약 10%가 블록체인 기반 자산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 외에도 하반기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본격화되면 커스터디 시장 역시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커스터디는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콜드월렛’으로 해킹을 차단하며 기관투자자나 법인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구매 대행과 관리를 담당하는 서비스다. 콜드월렛은 코인마켓 등 가상자산 거래소들 역시 자사의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용도로 쓸 정도로 해킹 위험성이 낮다고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상장사를 중심으로 투자 및 가상자산 관리 의뢰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은행 등 금융기업은 이번 가상자산 매매 허용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이미 지난 2020년 국민은행의 커스터디 기업인 한국디지털에셋(KODA) 설립을 시작으로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이 지분 투자, 합작법인 설립 등의 방식으로 커스터디 사업에 발을 담근 상황이다.

금융위 역시 법인의 단계적인 가상자산 시장 참여와 함께  향후 토큰증권(STO) 지원을 언급하고 있는 만큼 커스터디 시장 규모는 자연스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실물연계자산(RWA, 통화, 상품, 주식, 탄소배출권, 부동산, 채권 등을 토큰화하고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하는 것을 의미),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달러화 등 기존 화폐에 고정 가치로 발행되는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까지 활성화 될 경우 커스터디 산업은 새롭게 재편되는 금융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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